윤 대통령 "마음 먹으면 1년 이내 핵무장 가능하지만..."
[유창재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 중 발언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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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각) 전체 일정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하버드대학교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진행한 연설 이후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하버드대 석좌교수와의 토론 및 학생 질의응답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확장억제 신뢰도가 올라간 것에 대해 한국 국내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의견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는 학생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번 대담은 윤 대통령이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을 주제로 약 20분간 연설한 이후 진행됐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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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또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때마다 그러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고 말한 뒤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핵이라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관련된 복잡한 정치·경제학, 정치·경제 방정식이라는 게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저렇게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하자'는 여론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이 지금 눈앞에 와 있고, 아주 구체적이고, 마치 그 전쟁 상황이라고 한다면 '라운드 하우스'처럼 적이 바로 앞에 와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실효적인, 과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학생 질문에 앞서 조지프 나이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국과 미국이 이제 워싱턴 선언으로 북한 핵무기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평론을 언급하며, 앞으로 북한 핵무기를 어떻게 대처할지를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그런 선언이 결코 아니다"라며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부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국제사회에서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단호히 답했다.
이어 "만약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대한민국도 핵을 보유하고 양자 간 핵 군축이란 문제만 남을 수 있는 것인데, 저는 북한의 핵 보유, 북한의 핵 문제를 비핵화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군축으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북한의 핵 문제는 핵을 사용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분명히 인식시킴으로써 핵 사용을 저지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대응이고, 그들이 핵을 자기들의 권력 생존 수단으로 인식하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 사용을 억제해서 대한민국 국민과 주변국 그리고 인류의 생명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의 지속성 여부를 묻는 데에는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 의무가 있다"면서 "이것은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효력이 바뀔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부연해서 "우리는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존중하고, 이런 것이다. 미국의 핵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북한의 구체적 핵 위협에 대해 어떻게 실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대한민국 참여하에 서로 협의해서 방안을 마련하고 또 거기에 입각한 훈련과 연습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 확장억제란 개념은 나토 핵 공유 이후에 나온 개념이다. 그래서 나토 핵 공유하고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일대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이런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를 않고 어느 특정 국가와 문서로서 정리된 가장 첫 번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워싱턴 선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하버드대 연설이 끝난 직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본으로 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업그레이드된 '핵이 포함된 한미 상호방위 개념'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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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한일 문제'에 대한 질문도 집중됐다. 먼저 '한일 관계'를 묻는 조지프 나이 교수의 질문에 "저는 한일관계와 관련해 과거의 식민 시절을 겪었던 분들은 지금 거의 남아계시지 않지만, 어찌됐든 국민들 간에 많은 감정의 갈등과 대립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우리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잘해 나가게 되면, 이런 과거에 대한 우리의 갈등과 반목은 많이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면서 "우리 미래의 협력이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들 간 감정적인 문제, 인식의 문제들을 많이 고쳐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날 일본이 한국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 다시 전격 복귀시킨 결정, 수단 내전 당시 한국교민 대피 과정에서 일본인을 같이 대피시킨 점 등을 언급하면서 "벌써 몇 달 전이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온 케네디스쿨 학생의 '한일 과거사' 관련 질문도 있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가 현안과 미래를 위해서 협력하는 일은 그때그때 조치로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국민들 간 얽혀있는 과거사 문제는 어떤 한순간의 조치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서로 더 좋아하고 미래를 위해 서로 더 협력할 수 있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변화를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변화가 이뤄지고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한국과 일본의 정권 담당자들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국민들한테는 그러한 변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2023년 4월 2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조셉 나이 주니어 하버드대 명예 석좌교수 옆에서 연설하고 있는 한 참석자가 촬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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