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사먹는다…12만원대 '럭셔리 빙수' 비주얼은
혀끝에 닿으면 부드럽고 달콤한 우유 얼음이 시원하게 녹아 내린다. 달달한 연유와 팥, 쏟아져 내릴 듯 쌓아 올린 과일 토핑은 자칫 아쉬울 수 있는 식감을 채워주고 보는 재미도 더해준다.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K디저트, ‘빙수’다.
빙수의 역사는 조선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련 자료에는 당시 한양에서 얼음을 보관하던 석빙고에서 관리들이 으깬 얼음에 각종 과일을 얹어 먹었던 기록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 등 일부 해외에서도 간 얼음에 형형색색 시럽을 뿌려 먹는 ‘shaved ice’가 있지만, 이처럼 얼음을 갈아 과일이나 팥 등 토핑을 얹어 먹는 한국식 ‘shaved ice’는 이제 ‘빙수(bingsu)’라는 고유명사로 불리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bingsu’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51만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이들 게시물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며 먹었던 빙수 사진이나 해외 빙수 카페에서 빙수를 먹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다.
지난 19일 싱가포르 미디어 ‘컨펌굿’은 한 카페의 오픈 소식을 알리면서 “심미적으로 매우 만족스럽고 멋진 한국식 빙수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카페에서는 멜론을 동그란 ‘볼(ball)’모양으로 잘라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쌓아 올린 멜론 빙수부터 딸기, 초코 바나나 등 다양한 맛의 빙수를 판매한다.
미국의 음식 관련 매체 ‘이터(EATER)’에 따르면 지난 3월 포틀랜드에는 한 빙수 카페가 문을 열었다. 이 매체는 “K팝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고 고객들이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선다”며 “한 직원이 휘핑크림 소용돌이를 위태롭게 얹은 돔형 디저트를 들고 주방에서 나온다. 일부 간식에는 팥과 떡이 박혀 있다. 망고나 딸기가 올려져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빙수를 판매하는 디저트 카페는 호주에도 있다. SBS호주에 따르면 멜버른의 한 카페에선 레인보우 젤리와 타피오카 펄, 휘핑크림, 떡 등을 올린 ‘타로 빙수’가 인기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빙수의 인기는 여름마다 이어지고 있다. 과거 2010년대엔 ‘아이스베리’ ‘설빙’ 등 브랜드의 빙수가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엔 특급 호텔들이 내놓은 이른바 ‘럭셔리 빙수’가 인기다.
고급 빙수 열풍을 이끈 것은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다. 이 빙수는 매년 가격을 인상하며 올해엔 지난해보다 18.1% 오른 9만8000원에 판매된다.
10만원 넘는 애플망고 빙수도 등장했다. 포시즌스 호텔은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를 오는 5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12만6000원에 판매한다. 주요 5성급 특급호텔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 빙수 중에 가장 비싼 가격이다.
롯데호텔 서울은 페닌슐라 라운지에서 다음 달 4일부터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작년보다 4.5% 올린 9만2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판매되는 웨스틴조선 서울의 애플망고 빙수는 7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작년보다 8.3% 오른 가격이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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