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전체주의가 민주주의 위협, 민주세력으로 위장"
[유창재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
ⓒ 로이터=연합뉴스 |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
윤석열 대통령이 28일(미국 현지 시각) 오후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 하버드대 연설을 한 내용의 주제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하버드대 로스쿨 방문 당시를 언급하며 "제가 청년 법률가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대해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은 앞서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영어로 했던 것과 달리 한국어로 진행했다.
이어 그는 이번 국빈 방미 동안 줄곧 밝혀온 '자유'와 '연대' '민주주의'를 역설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했으며, 북한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외에도 자유를 위협하는 요소로 허위 선동, 모바일과 결합한 가짜뉴스 등을 꼽고는 이에 맞설 해법으로 '용기와 연대'를 제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조직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흔들고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면서 "바로 독재와 전체주의 세력이다. 그리고 이들 편에 서서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도 있다"고 지목했다. 이어 "이들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용기와 연대가 필요하다"면서 "자유의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강력한 연대다. 국제적 연대도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자유와 민주주의 위협 세력의 예로 "국제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 다른 나라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종종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로 나타난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꼽았다. 그러고는 "국제법을 위반한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무참히 짓밟혔다"며 "대한민국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자유 수호를 위한 인도적, 재정적 지원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나라의 자유를 무시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국제사회가 용기 있고 결연한 연대로서 대응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시키고 앞으로 이런 시도를 꿈꿀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다른 사례로 윤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무시하는 독재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태도는, 바로 그 결정판을 북한에서 볼 수 있다"면서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과 핵 협박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국,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결국 세계 어디서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바로 독재와 전체주의에 의해 이뤄진다. 그럼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은 민주세력, 인권운동가 등으로 위장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늘 경계하고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자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을 하기 전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 AP=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 앞부분에서 "인류의 역사는 곧 자유 수호와 자유 확장의 역사였다"면서 보스턴에 있는 '자유의 길(Freedom Trail)'을 이야기했다. 하버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기틀을 만드는 중심에 있었고, 하버드 출신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언급하는 등 미국의 역사를 짚으며 자유를 향한 여정을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 시작된 자유의 역사는 태평양 너머 대한민국에도 뿌리를 내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예로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생으로 공부하다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윌리엄 해밀턴 쇼(William Hamilton Shaw) 대위에 대해 추모공원을 건립해 기억하고 있는 점, 이날 하버드대 연설에 참석한 쇼 대위의 며느리 캐럴 캐머런 쇼(Carole Cameron Shaw)와 손자 윌리엄 캐머런 쇼(William Cameron Shaw)에게 한국 국민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은 단순히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 계약관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이고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동맹,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 중반부터는 "우리가 땀과 희생으로 지켜온 자유와 민주주의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고,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허위 선동과 거짓 뉴스가 디지털, 모바일과 결합해서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그러므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에는 AI 기술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면서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라는 반지성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린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자유는 혼자 지킬 수 없다.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힘을 합치고 연대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하버드 출신 정치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1963년 서베를린 연설을 직접 영어로 인용했다.
"Freedom is indivisible, and when one man is enslaved, all are not free(자유는 나눌 수 없는 것이며, 한 사람이 노예가 되면 모두가 자유롭지 못 하다).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은 공동체 안에도 있고 공동체 밖에도 있다."
이어 그는 "자유 사회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자유인이고 자유를 누려야 한다"면서 자유와 연대를 강조했으며, 디지털 시대의 자유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지면서 디지털 심화에 맞춰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자유시민이 연대하여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악용을 막아야 한다"면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디지털 질서가 정당성, 통용성,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질서와 규범이 세계시민의 자유와 후생을 극대화하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도 함께 연대해야 한다"면서 "이 자리에 함께한 하버드인들도 (자유를 위한)그 연대와 협력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당부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국제정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조세프 나이(Joseph S. Nye) 하버드대학교 석좌교수와의 토론을 이어갔다. 그리고 강연에 참석한 하버드대 학생들, 교수진 등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하버드 메모리얼 처치를 방문해 인류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하버드인들을 추모했다. 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하버드대 졸업생 18명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 앞에서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희생을 기리며 잠시 묵념했다. 그리고 메모리얼 처치 방문 후에는 로렌스 바카우(Lawrence S. Bacow) 하버드대학교 총장과 면담을 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굴욕외교 더는 못 참아"... 시국선언 촛불, 전국이 불붙었다
- 유동규에 직접 물은 이재명의 첫마디 "많이 힘들죠?"
- "전세 사기가 임대차3법 탓? 윤석열 정부의 마녀사냥"
- 노래하며 즐거워하는 윤 대통령... 슬픕니다
- 구급차만 보면 '철렁'... 귀에 새겨진 아버지와의 마지막
- 초점을 '영부인'에게... 대통령실 사진의 고집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축하아니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상 수상
- 독도 간 민주당 청년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우리 땅"
- '사실상 핵공유'는 성과 부풀리기? 대통령실 "용어 집착할 필요 없어"
- 대통령실이 꼽은 방미 최고성과 '워싱턴 선언', 그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