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비트]도쿄로, 강릉으로…워케이션 인기 '폭발'[오피스시프트](23)
복지는 물론 생산성 향상, 업무 만족도에도 긍정 효과
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다음 달 일본 도쿄 '워케이션(Workation)' 프로그램을 정식 오픈한다. 도쿄 메구로 지역에 있는 베이스캠프에서 일하는 일종의 복지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해 매주 5명씩, 총 80명의 직원이 다녀왔다. 만족도는 말할 것 없이 높다. 놀러 가는 것 아니냐고 볼지 모르겠지만, 근무 시간에 사무실에서 바쁘게 일하고 일이 많을 땐 야근도 한다. 그러니 휴가가 아니다. 국내에서 하던 일을 공간만 바꾼 것이다.
"아마 전 직원이 신청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내부 분위기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열기가 뜨겁다. 같은 일을 해도 새로운 공간에서 기분을 전환하고 휴일과 여가에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직원이 관심을 보인다. 일주일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원격근무가 가능하기에 만들어진 복지 제도다. 네이버는 1인 1실 숙소와 조식, 충전식 교통카드 등을 제공하고 현지 통역이 필요한 경우 지원도 한다.
도쿄 외에도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의 사무실 '커넥트원'에 매주 10명의 직원을 워케이션 보낸다. 최대 5일간 춘천 사무실에서 일하고 제공된 숙소에 머물 수 있다. 현재까지 300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파일럿 운영 중이던 지난해 경쟁률이 20대 1을 넘어선 적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 원격근무 가능해지자 등장한 '워케이션'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과 웰빙이라는 가치가 한층 중요해진 상황에서 언뜻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합쳐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원격근무 개념이 확산하면서 노트북 등 시스템만 갖춰져 있다면 사무실이 아니어도 휴양지에서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며 이 단어가 등장했다. 아예 집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낮에는 일하고 근무 외 시간에는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워케이션에 앞서 먼저 등장했던 비슷한 단어가 '블레저(Bleisure)'다.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2009년에 탄생했다. 국내보다는 주로 해외에서 사용된 단어로, 해외 출장을 갈 때 일정 앞뒤로 휴가를 붙여서 보내는 것을 말한다. 세계출장협회(GBTA)가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미 지역 내 출장자 중 37%가 출장에 여가를 섞은 블레저 여행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가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지만, 출장에 필요한 항공편과 숙박비는 회사가 일부 부담하는 만큼 블레저도 복지로 평가돼 왔다.
워케이션은 블레저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개념 모두 기존 사무실을 벗어나 새로운 근무지에서 일하면서 근무 외 시간에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이를 통해 직원의 창의성과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블레저는 출장을 기반으로 해 기존 사무실 업무가 아닌 현지에서 해야 하는 업무를 하지만 워케이션은 새로운 공간에서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한다. 팬데믹 기간에 자리 잡은 비대면이라는 환경이 워케이션이 등장한 핵심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 '복지' 워케이션에 창의성·업무 능률 쑥?최근 국내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네이버처럼 팬데믹 시기에 도입한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은 물론, 재택근무 도입에 부담을 느낀 기업도 기존 업무를 유지하면서도 직원의 만족도는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보상책이자 복지 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부터 워케이션 제도를 시행했다. 최근 재택근무를 기존 주 2회에서 1회로 축소했지만, 복지 차원에서 워케이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프로그램 참가 직원들은 강원도 강릉 안목해변 인근 사무실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 등 두 군데서 최장 일주일간 머물며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한다. 강릉의 경우 창의성이 중요한 애자일, 신사업, 전략과제 담당 조직을 중심으로 신청받고, 곤지암리조트는 가족 단위로 직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 석 달 만에 15개 조직을 포함한 150명 가까이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리프레시하면서 업무 능률 향상을 꾀하고자 시행한 제도"라면서 "다녀온 직원들이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소문이 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최장 28일까지 국내외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는 워케이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회사가 별도의 사무실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무실과 숙소가 함께 있는 공간을 찾는다는 점이 현대글로비스 워케이션의 특징이다. 이를 활용해 제주도로 같은 팀 동기 셋이 함께 워케이션을 떠나기도 한다. 또 가족들과 태국 치앙마이나 베트남 호찌민 등 해외로 떠나 현지에 자리를 잡고 이전 휴가 때와는 다르게 여행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며 일도 하고 여행도 즐기는 직원도 있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한국 시간에 맞춰 업무를 하는 것이 아주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평가다.
대기업 외에도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센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꽤 늘고 있다. 사무가구 브랜드 데스커가 강원도 양양에 마련한 워케이션 체험공간에는 지난해 140일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77개 기업에서 559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생산성, 창의성 등 회사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일부 비용을 들여 이를 복지 제도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한국관광공사가 기업 인사 담당자 5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워케이션 제도가 업무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1.5%에 달했다. 복지 향상(98.1%)은 물론 직원의 삶의 질 개선(92.3%), 직무 만족도 증대(84.6%) 등의 의견도 나왔다.
강원, 제주, 부산 등 국내 지자체들은 이러한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강원도는 2021년부터 운영해온 워케이션 제도 적용 시·도를 지난해 5곳에서 올해 8곳으로 확대한다. 제주도의 경우 한화리조트 제주와 메종 글래드 제주 등 호텔 업계가 나서서 워케이션 상품을 내놨다. 부산도 워케이션 거점센터와 위성센터를 구축하고 숙박 등을 지원하면서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각종 인프라를 구축한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하고, 별도의 워케이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 국내든, 해외든 근무지를 내가 맘대로 선택한다면워케이션의 개념은 '디지털 노마드'에서 출발한다.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만 있으면 장소에 제약받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업무를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개념이다. 근무 공간의 유연성이라는 점에서 워케이션은 '근무지 자율 선택제(Work Anywhere)'와 연결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근무지 자율 선택제의 경우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 직원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가운데 개인의 선택으로 워케이션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글로벌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앤비, 국내에서는 배달의 민족 운영 업체인 우아한형제들, 라인플러스가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적용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4월 직원들이 일할 공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17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연간 최대 90일간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우아한형제들도 올해 1월부터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도입했다. 만약 해외에서 근무한다면 구성원들 간에 원활한 업무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코웍 타임'과 자신의 근무 시간만 지키면 되도록 조치했다.
세계적으로는 이러한 워케이션 수요를 고려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준비하는 국가와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해외에서의 근무 기간이 길어지면 비자, 세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활용하면 단기 체류용 일반 여행 비자와 달리 여권과 함께 원격근무를 통한 꾸준한 수입을 증명하면 보통 1년간 장기 체류할 수 있고 일부 국가에선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50여개국이 이 비자를 발급한다. 에어비앤비 등에서는 각국 정부와 협력해 직원들이 원격근무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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