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스? 스토킹 합법화? 여야 모두 공언한 ‘탐정제’ 도입될까
한국에서도 셜록 홈스 같은 탐정이 나올 수 있을까.
경찰 출신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공인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황 의원은 “난립해 있는 탐정, 심부름센터의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공인 탐정 자격의 국가 공인화 ▶경찰청장 소속의 공인 탐정 자격제도 운용 ▶미아‧실종자 등에 대한 소재파악 등 업무 범위 설정 등이다.
이러한 ‘공인 탐정제’ 도입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인 2022년 2월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의 하나로 ‘탐정업법’ 도입을 내걸었다. 당시 이 대표는 “추리 소설의 독자라면 왜 우리나라엔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 같은 명탐정이 없을까 생각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탐정제도가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미 ‘공인 탐정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경찰 출신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20년 11월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경찰 출신인 이철규 사무총장도 공동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윤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탐정업 법제화를 통해 관리·감독의 주체를 조정해야 한다”며 “국민이 탐정 서비스를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탐정’이라는 명칭은 2020년 8월 ‘신용정보의 이용과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탐정업’ 자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미검증 탐정사무소와 관련 민간단체가 난립하고, 탐정 자격증이 남발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후속 입법을 통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여야 모두 동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토킹 범죄자들이 ‘심부름센터’ 등을 통해 피해자의 정보를 취득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공인 탐정제’ 도입 시 사생활 침해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입법을 통해 업무 범위는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우리나라 현실도 고려하여 탐정의 조사 활동에 따른 사생활 침해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서는 퇴직 경찰·수사관의 전관예우도 우려하고 있다. 법안에 경찰, 검찰 등 법률이 정한 국가 기관에서 10년 이상 수사업무 등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에게 1차 자격시험을 면제해주는 조항이 있는데, 이 때문에 “퇴직 경찰 일자리 보장 법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경 수사관 출신 탐정들이 현직 공무원과의 관계와 공권력을 이용해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며 “국민에게는 높은 수임료를 요구하는 전관 비리까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 ‘탐정업법’ 제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은 2005년으로 18년째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진도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법조계와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다”면서도 “당론까지는 아니지만, 부작용이 많은 상황이라 법제화는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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