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선수' 지명 앞둔 우리은행, 어떤 선택할까

양형석 2023. 4. 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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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30일 보상선수 지명 마감, 하나원큐의 주전급 선수 지명 가능

[양형석 기자]

이달 초에 시작됐던 여자프로농구의 FA시장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은 28일 2023년 FA시장의 3차 협상결과를 발표했다. 2차 협상에서 타 구단과 계약을 하지 못한 하나원큐의 이정현과 KB스타즈의 박지은은 3차 협상에서도 원소속 구단과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은퇴를 선택했다. 이로써 이번 FA시장에서는 이정현과 박지은을 포함해 BNK 썸에서 활약했던 이사빈, KB 유니폼을 입었던 최희진까지 총 4명의 선수가 현역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올해 FA 시장은 이렇게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아직 보상절차가 남아있다. FA시장을 통해 김정은을 영입한 하나원큐와 김예진을 영입한 KB는 각각 두 선수의 원 소속구단 우리은행 우리원과 하나원큐에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 특히 우리은행은 원큐로부터 2022-2023 시즌 공헌도 17위 김정은을 포함한 보호선수 4명을 제외한 한 선수를 보상선수로 지명할 수 있다. 하나원큐의 주전 한 명을 데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은행 우승시키고 하나원큐 컴백한 김정은
 
 김정은은 2022-2023 시즌 우리은행을 우승시키고 FA자격을 얻어 친정팀 하나원큐로 이적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정은이 우리은행으로 이적했을 때만 해도 김정은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20대 시절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르면서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던 신세계 쿨캣(현 하나원큐)의 자존심을 지켰던 김정은은 2015-2016 시즌부터 무릎부상으로 고전했다. 실제로 2009-2010 시즌 20.03점이었던 김정은의 평균득점은 2016-2017 시즌 5.13득점까지 떨어졌다.

그렇게 '전성기가 지난 선수'라는 평가 속에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정은은 이적 첫 시즌부터 경기당 평균 33분48초를 소화하며 12.82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김정은은 KB와의 챔프전 3경기에서 13.3득점3.3리바운드3어시스트2.3스틸1.3블록슛으로 맹활약하며 우리은행을 통합 6연패로 이끌고 이적 첫 시즌에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전성기가 끝났다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는 김정은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이적 첫 시즌에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김정은은 이후 네 시즌 동안 박지수가 버틴 KB의 약진과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포워드 김단비를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고 챔프전에서 BNK를 3승 무패로 꺾고 5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김정은은 3차전에서 3점슛 5개를 적중시키면서 우리은행의 우승확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대부분의 농구팬들은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정은이 다음 시즌에도 우승후보의 자격을 유지할 확률이 매우 높은 우리은행에 잔류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청춘을 바친 '애증의 팀' 하나원큐로의 컴백을 선택했다. 우승팀에서 최하위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김정은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하나원큐에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친정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쪽을 선택했다.

박혜진과 김단비, 박지현, 최이샘,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BEST5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김정은의 이탈로 적지 않은 전력손실을 감수하게 됐다. 하지만 전력유지와 함께 세대교체도 생각해야 하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김정은의 이적을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최근 수 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며 신인 상위 지명을 독식했던 하나원큐에는 위성우 감독이 욕심 낼 만한 뛰어난 재능을 갖춘 보상선수 후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하나원큐 주전 데려올 수 있는 우리은행
 
 2022-2023 시즌 정규리그 신인왕 박소희는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면 프로 입단 2년 만에 팀을 옮길 수도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김정은은 2022-2023 시즌 공헌도가 전체 17위였기 때문에 하나원큐는 김정은을 포함한 보호선수 4명을 제외한 한 명의 선수를 우리은행에 보상선수로 내줘야 한다. FA로 영입한 김정은을 무조건 보호선수에 포함시킨다고 한다면 하나원큐는 추가로 3명까지 밖에 보호선수를 포함시킬 수 없다. 최소 2022-2023 시즌 하나원큐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 한, 두명은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하나원큐는 28일 오후 5시 보호선수 명단을 우리은행에 제출했지만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보호선수 명단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농구팬들은 보호 선수에 들어갈 선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우선 자타가 공인하는 하나원큐의 에이스이자 팀 내 최고연봉 선수, 그리고 2022-2023 시즌 15.32득점(5위)4.6어시스트(4위)를 기록했던 신지현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2022-2023 시즌 기록과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자면 주장 양인영도 보호선수로 묶일 확률이 높다. 양인영은 이번 시즌 9.08득점7.7리바운드로 팀 내 득점3위, 리바운드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하나원큐의 골밑에서 활약할 수 있는 유일한 정통 센터자원이다. 개인기록만 보자면 2022-2023 시즌 팀 내 득점(11.45점)과 리바운드(6.38개) 2위를 기록한 정예림도 충분히 보호선수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선수다.

하지만 만약 하나원큐가 농구팬들의 일반적인 예상대로 김정은과 신지현, 양인영,정예림을 보호선수로 묶는다면 우리은행은 김정은의 보상선수로 이 선수를 지명할 확률이 높다. 바로 2022-2023 시즌 신인왕 박소희다. 아직은 유망주 딱지를 완전히 떼지 못했지만 2003년생의 어린 나이에 177cm 좋은 신장을 가진 박소희가 우리은행에서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뛴다면 수 년 안에 충분히 우리은행의 핵심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양인영과 정예림, 박소희 외에도 하나원큐에는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가드 김지영과 2022-2023 시즌 정규리그 식스우먼상을 수상한 김애나 등 우리은행에서 탐 낼 만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은행이 지명하는 보상선수가 당장 다가올 2023-2024 시즌부터 김정은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보상선수 지명 마감시한은 오는 30일 오후 5시. 과연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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