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첫 하버드대 연설…"자유 무시, 결연한 연대 대응"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국제사회가 용기 있고 결연한 연대로서 대응해야 한다"고 첫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열린 정책연설을 통해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입증시키고, 시도를 꿈꿀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 주제는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으로, 허위 선동, 모바일과 결합한 가짜뉴스, 핵무기 개발, 침공 등 위협에 맞설 자유, 공정, 연대의 가치가 강조됐다.
윤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무시하는 독재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태도는, 바로 그 결정판을 북한에서 볼 수 있다"며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 개발과 핵 협박은 한반도뿐 아니라 주변국, 나아가 세계 평화와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체주의적 태도는 필연적으로 북한 내 참혹한 집단적 인권유린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국제법 위반"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와 인권이 무참히 짓밟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독재와 전체주의에 속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자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져야 하며 힘을 합치고 연대해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에서 모바일과 결합한 가짜뉴스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거짓 뉴스가 디지털, 모바일과 결합해서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고"며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라는 반지성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린다"고 경고했다. 이어 "조직적으로 지속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흔들고 위협하는 세력이 바로 독재와 전체주의 세력"이라며 "이들 편에 서서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위협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용기와 연대가 필요하다"며 "자유와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강력한 연대와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미동맹도 자유의 가치와 연결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고 번영을 일궈온 중심축"이라며 "특히 많은 사람의 숭고한 희생으로 지켜온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가치동맹"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하버드생으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윌리엄 해밀턴 쇼 대위 추모공원을 건립하고 기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연설 도중 연단으로 내려가 하버드생으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윌리엄 해밀턴 쇼 대위의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족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이후 이어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의 대담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과 관련, "과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 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결의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이 거기에 협조를 좀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핵 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도 함께 노출돼 있기에 (워싱턴 선언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하버드대에서 연설한 건 한국 현직 대통령 중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MIT를 방문해 공학과 의학·디지털 기술 융합에 대해 석학들과 대담을 나눴고, 전문가와 기업인들을 만나 산학협력 생태계 육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하버드대 연설을 끝으로 현지시간 오는 29일(한국시간 30일) 귀국길에 오른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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