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물보호법 시행, 충무로 '애견 거리' 가보니…

한승곤 2023. 4. 29. 0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월 27일 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
무허가 반려동물 영업자 최대 2년 징역

"반려동물을 위해 참 좋은 변화인 것 같네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충무로 '애견 거리'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박정훈(34) 씨는 최근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대해 "반려인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으로 반려동물을 수입·판매할 때 별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견주의 의무도 강화한다. 이동장치를 사용하는 경우 잠금장치를 갖춰야 하고, 기숙사·오피스텔 등에서도 반려견을 안거나 목줄을 잡아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보호법'과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돼 27일부터 시행됐다.

이날 애견가게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려동물 수입 판매 등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는 것에 대해, 한 펫샵 사장은 "고객들이 많이 신뢰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펫샵 사장 역시 "바뀌는 법 내용을 봤는데, 결국 반려동물을 더 아껴주는 법 같다"면서 "반려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찬성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반려동물을 수입, 판매할 때는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사진은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한 펫샵.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한승곤 기자

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반려동물 수입·판매, 장묘업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돼 처벌이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했지만, 이제 무허가 영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무등록 영업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무허가·무등록 영업장,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음에도 영업을 지속하면 각 지자체에서 영업장 폐쇄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노화나 질병이 있는 동물을 유기하거나 폐기할 목적으로 거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12개월령 미만 개·고양이 교배·출산 금지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 2개월령 미만 개·고양이 판매 금지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앞서 정부는 무허가·무등록 반려동물 영업장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허가·무등록 영업의 경우 벌금 500만원 등 처벌 수위가 약하고 영업장 폐쇄 등 강제조치 규정이 없어 불법·편법영업 행위를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영업장에 대한 점검·단속이 허가·등록업체에 대한 시설 및 인력 기준에 대한 점검 중심으로 이뤄짐에 따라 영업장에서 발생하는 학대 행위와 소위 신종 펫샵(반려동물 가게) 등 편법영업에 대한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애견 거리.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한승곤 기자

견주의 의무도 강화된다. 반려견 소유자는 외출 시에 목줄, 가슴줄이 아닌 이동장치를 사용하는 경우 동물이 탈출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를 갖춰야 한다. 또 견주는 아파트나 다가구주택뿐만 아니라 기숙사, 오피스텔, 다중생활시설, 노인복지주택 내부 공용공간에서도 반려견을 직접 안거나 목줄, 가슴줄을 잡는 등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맹견의 출입 금지 지역은 기존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특수학교 등'에서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어린이공원, 어린이놀이시설'까지 확대된다.

또 동물의 구조·보호 조치 제도도 개선된다. 지자체가 학대받은 동물을 구조한 뒤 소유자로부터 격리하는 기간이 '3일 이상'에서 '5일 이상'으로 늘어난다. 소유자는 해당 동물을 돌려받을 때 지자체에 학대 행위 재발 방지 등을 위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학대 행위자에 대한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제도도 도입된다.

이 같은 법 개정 방향에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아파트 등 공동거주지에서 일어나는 반려견 소음 갈등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견 거리'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박민형(41) 씨는 "아직도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는 반려인들이 많다"면서 "이번에 법을 좀 강화한다고, 그런 행태가 다 바뀌지는 않겠지만 경각심 효과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50대 자영업자는 "일단 아파트에서 개 짖는 소리로 많이 싸우지 않느냐"면서 "(추가적인 법 개정으로) 이런 갈등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동물복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법을 개정하는 방향성에는 공감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법 개정으로 인해 동물복지가 향상되는 것 등) 사실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동물복지를 위해서는)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입양시키는 그런 선순환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번 법 개정으로 "반려인은 동물복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고, 반려동물은 '견주 의무' 등을 통해 보호받는 등 복지적인 측면이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려인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