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다르덴 형제 "100년간 시네마는 살아남았다"[24회 JIFF]
거장 장-피에르·뤽 첫 내한
"이창동·봉준호 감독 좋아해"
벨기에 작가주의 거장 장-피에르(71)·뤽 다르덴(68) 감독이 내한했다. 익숙한 풍경이 있다. 턱시도 차림의 다르덴 형제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나란히 상패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다. 칸이 사랑한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 감독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9번 진출해 '로제타'(1999)·'차일드'(2005)로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았다. '로나의 침묵'(2008)으로는 각본상, '소년 아메드'(2019)로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형제는 지난해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토리와 로키타'를 들고 제24회 전주영화제를 찾았다.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호텔에서 만난 다르덴 형제 감독은 "한국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 교류하고 있다"며 "전통차도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지난 27일 상영됐다. 전주에서 국내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뤽 다르덴 감독은 "저희가 만든 영화를 직접 보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칸영화제에서는 어쩔 수 없기에 유일하게 영화를 보고 그렇지 않으면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한국을 영화로 알게 됐다"고 했다. 뤽 다르덴 감독은 "저희는 이창동 감독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의 모든 작품을 잘 봤고 좋아한다. 1954년생으로 비슷한 시대에 태어난 분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장르가 따로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인물을 그리거나 도시 풍경, 거리를 묘사할 때도 사실적인 방식을 통해 비추는 점도 인상적이다"고 했다. 또 "봉준호, 김기덕 감독 작품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서로를 지키는 숭고한 우정
세계적 존경받는 작가주의 영화 거장인 다르덴 형제 감독은 빈곤, 차별, 소외된 평범한 사람들이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히 다룬다.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로 넘어온 아프리카 난민 소년 토리와 소녀 로키타가 마약 장사에 손대면서 벌어지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켜주고 싶은 남매 토리와 로키타가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주며 함께 살아가고 살아남기 위한 여정에 집중한다.
=이민자 문제를 다룬 이유는 무엇인가.
이민자 아이들이 밀항하면서 질병을 얻는다는 걸 알았다. 새 나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의 이민자 문제는 진부할 수도 있지만, 미성년 아동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시대에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저희도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 영화에 소외계층, 빈곤,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의 존재감을 저희가 드러내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과거 독재시대 때 프로파간다 영상을 제외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영화는 없다. 영화의 영향력은 미약할 수도 있다. 특히 독재주의 사회가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건 겁이 나서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영화, 소설 등 창작물도 억압을 받기도 한다.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고수하는 이유는.
영화 '약속'(1996)을 찍기 전에 촬영한 영화가 있는데, 핸드헬드가 아닌 일반적인 기법으로 촬영한 영화였다.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었다. 저희와 맞지 않는 방법이란 걸 알았다. 생동감, 인물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다. 롱테이크 기법을 많이 쓰는 이유도 같다.
=미성년 이민자들의 '우정'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이 왜 중요했고, 어떻게 그리고 싶었나. 결국 우정을 희망으로 그린 이유는.
영화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자 위대한 우정을 넘어선 사랑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이민자는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 토리와 로키타 사이에 우정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뒀다. 우정을 배신하거나,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둘 중 한명이 바람을 피우거나 하는 식으로는 말하기 싫었다. 서로를 지키는 숭고한 우정을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진실한 우정인지 알아가는 수학 공식 같은 영화라고. 끝까지 가봐야 진정한 우정임을 알 수 있다고.
난민 선입견 가지고 보지 말라
=전 세계는 편견과 전쟁 중이다. 국내에서도 난민 문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데, 한국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로 전해지길 바라나.
한국 관객도 토리와 로키타와 친구가 되어 달라. 난민은 적이 아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뭔가 빼앗아가려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해달라. 현실은 상황이 복잡하다는 걸 안다. 규제도 있어야 하고, 수용이 다 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난민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니 선입견을 갖고 보지 말아 달라는 마음이다.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또는 나라에 전쟁이 벌어져서 죽고 죽이는 상황을 피해 나라에 왔을 뿐이다.
=다른 나라에서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만약 제안이 온다면.
큰 금액을 제안받는다면 아마도. 우리는 둘이고, 서로 (돈을) 나누지 않는다.(웃음) 최근 만든 10여편의 영화를 보면 멀리 나가서 찍거나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비슷한 지역에서 주로 촬영해왔다. 세트장에서 영화를 찍거나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동일한 스타일의 영화를 자주 찍는 건 피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뤼미에르 형제를 빼놓고 논할 수 없는 문제다. 영화는 현실성, 극적인 쇼 두 장르가 꾸준히 만들어져오고 있다. 소재와 인물, 음악 등 요소가 어우러져 스토리를 만든다. 이 예술이 1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게 영화다. 앞으로 100년 후에는 저희 영화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다만 영화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게 신기하다. 많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장르가 영화 아닌가. 극장은 신기한 공간이다. 전 세계 어디서든 1년 내내 문을 닫지 않고 2명이든 10명이든 100명이든 관객이 든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어렵게 살아남았고, 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네마'(CINEMA)도 마찬가지다.
전주=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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