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은 피해자인가 가담자인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최근 SG증권발 주가 하락 사태 관련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서 임창정의 이름이 계속 나오고 있다. 임창정이 그 사태의 중심 세력과 친밀하며 30억원을 투자했으니 가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에 대해 임창정은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피해자일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진실은 알 수 없다. 가담자일 수도 있고 피해자일 수도 있다. 지금 여론이나 언론 보도는 대부분 가담자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피해자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일단 가담자라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다. 수십억을 투자하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느냐는 것이다. 임창정이 사태 중심 세력의 모임에도 참석하고 골프장 투자도 같이 했으니 더 의심스럽다고 한다. 일리가 크게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피해자설도 일리가 영 없지는 않다. 임창정은 드라마 제작사 등 다양한 IP를 소유한 이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임창정 사업에 투자의사를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을 사업파트너 겸 투자자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임창정 회사의 지분 일부를 50억원에 인수하면서 30억원을 자신들이 운용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투자방식과 성과가 대단했고 다수의 유명 자산가들이 이미 투자에 참여했다는 말에, 그냥 일임했다고 했다. 상대가 내 사업의 투자자라는 특수한 지위에 있고, 내 계좌의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닌 상대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그 일부를 금융투자로 돌리는 것이며, 유명 자산가들도 그렇게 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넘어갔다는 주장인데 아주 불가능한 말은 아니다.
또, 상대가 복잡한 설명 없이 휴대폰에 잔고 확인만 가능한 앱만 깔아줘서 거래내역 등은 몰랐다고 했는데, 연예인들 중에 상대를 믿고 다 맡겼다가 사기 당한 사례가 종종 나타나기 때문에 이 역시 영 말이 안 되는 해명은 아니다.
모임참여나 골프장 투자 등에 대해선 임창정이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는데 이 부분은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걸 공모의 확실한 정황이라고 단정 짓는 건 지금 단계에선 섣부르다.
박혜경이 임창정을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건 오보라고 한다. 박혜경은 자신의 투자가 임창정과 상관이 없었고, 새 소속사가 박혜경에게 줄 전속 계약금 1억 원을 자신들이 운용하겠다고 해서 맡겼을 뿐이고 그들이 휴대폰에 앱을 깔아줬다고 했다. 줄 돈을 맡기라고 하면서 앱을 깔아줬다고 하는 부분이 임창정 해명과 동일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채널A는 작전 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는 투자업체 A 대표에게 임창정을 소개시켜줬다는 사업가 B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A 대표가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해서 그대로 믿었고, A 대표를 ‘성공한 CEO’ 모임에서 만나서 B씨가 A 대표의 요청으로 임창정을 소개해줬다고 했다. 세력이 유명 연예인을 활용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임창정을 만나서 A 대표가 임창정에게 투자한다고 해 신뢰를 쌓은 후, 유명 기업 오너들도 A 대표에게 투자를 맡겼다며 임창정에게 투자 일임을 권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모임에도 참석하게 하고 골프장 투자도 유도했다고 한다. 채널A는 A 대표가, 임창정도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며 인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상의 이야기인데 앞에 언급한 것처럼 100%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 이 해명이 거의 100% 말이 안 된다는 분이기다. 그러면서 가담자로 단정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단 질타부터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진상을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단정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번 낙인이 찍히면 나중에 억울함이 밝혀져도 피해를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은 가담자일 가능성, 피해자일 가능성이 모두 있으니 차차 드러나는 사실관계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동안 섣부른 단정에 의한 마녀사냥, 인민재판이 문제가 됐었다. 언론도 승리를 버닝썬 사태의 핵심으로 묻지마 단정 지은 것처럼 황당한 일들을 해왔다. 그런 잘못에 대해 반성한다면 이번엔 좀 신중하게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좋겠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질타는 사실관계가 드러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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