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재명에 “형님 정신병원 넣으라고 시켰잖아요!”
“시장님은 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습니까. 그런 범죄라든지 그런 걸 밑에 사람들 안 시켰습니까. 다 시키지 않았습니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8일 법정에서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는 정부와 관계가 좋지 않아 (이권 관계 사업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숨기는 일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증인의 불법행위를 내가 용인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이같이 성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변호인을 거치지 않고 유 전 본부장을 직접 신문했다.
재판 중반쯤 이 대표가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이 사업(대장동)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2015년 1월 호주 출장 때 저한테 말씀하셨다는 얘기죠?”라고 질문하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도 잘 아시지 않느냐.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걸 모르셨나. (최측근인) 정진상은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도 먹고 성매매도 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용인되는 부분들은 암암리에 다하지 않았느냐. 시청에 시장님 공신들 불법 취업을 하게 시키는 건 중범죄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같은 공방에 재판장은 “논점에 벗어나는 질문들이 나왔다”며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두 사람이 말을 섞은 것은 2021년 9월 ‘대장동 사건’이 시작된 뒤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첫 대면에서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재수사 이후 입장을 바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과 증언을 이어왔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회 공판에서 맞붙었다. 이 대표는 증인으로 나온 유 전 본부장에게 자신의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던 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끼어들었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변호인이 지적하자, 유 전 본부장이 “1공단 공원화 관련으로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어떻게 할지 논의한 것이 기억나지 않느냐”라고 이 대표를 언급한 순간이었다. 이 대표가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했다는 얘기냐. 1000억원 만들 수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한테 이야기했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묻자 유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 상황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도 등장하는데, 2013년 4월 17일 녹취록에서 남욱씨는 토지수용 문제 등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포장해갖고 (이재명)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하고 나하고만 알아야 한다. 1000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라고 말했다고 정영학 회계사에게 전했다.
이 대표는 “내가 2013년 2월 신년간담회에서 대장동 개발을 하면 3700억원이 남아 2000억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몇 달 뒤 공원 조성에 1000억원밖에 안 든다고 이야기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서 제가 시장님 말씀을 들었다. 시장님께서도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말씀하시고 대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내가 그림을 그린 게 없어 보이는데 내가 그린 게 어떤 것이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가 “그림을 그린 것은 증인이 맞는 것 같다”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은 “저도 시장님도 (함께) 그렸다”고 재반박했다.
이 대표는 고(故)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유씨와의 신문에서 이어갔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이 공사 입사 직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여러 차례 함께 직보했다고 유씨가 주장한 점에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의문을 표하자, 유 전 본부장은 “위례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처음 가서 시장한테 보고한 것은 맞다”고 약간 물러섰다.
위례 사업 추진 때의 구체적 상황을 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하자 이 대표는 “명확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답답해서 물어본다. 팩트가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유’돼 입장을 바꿨다는 그간 이 대표 측 주장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즉시 “아니오”라고 응수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 16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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