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재명에 “형님 정신병원 넣으라고 시켰잖아요!”

권남영 2023. 4. 29. 06: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17일 대장동 개발 관련 89차 공판을 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시장님은 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습니까. 그런 범죄라든지 그런 걸 밑에 사람들 안 시켰습니까. 다 시키지 않았습니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8일 법정에서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는 정부와 관계가 좋지 않아 (이권 관계 사업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숨기는 일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증인의 불법행위를 내가 용인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이같이 성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변호인을 거치지 않고 유 전 본부장을 직접 신문했다.

재판 중반쯤 이 대표가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이 사업(대장동)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2015년 1월 호주 출장 때 저한테 말씀하셨다는 얘기죠?”라고 질문하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도 잘 아시지 않느냐.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걸 모르셨나. (최측근인) 정진상은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도 먹고 성매매도 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용인되는 부분들은 암암리에 다하지 않았느냐. 시청에 시장님 공신들 불법 취업을 하게 시키는 건 중범죄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같은 공방에 재판장은 “논점에 벗어나는 질문들이 나왔다”며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두 사람이 말을 섞은 것은 2021년 9월 ‘대장동 사건’이 시작된 뒤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첫 대면에서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재수사 이후 입장을 바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과 증언을 이어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17일 대장동 개발 관련 89차 공판을 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회 공판에서 맞붙었다. 이 대표는 증인으로 나온 유 전 본부장에게 자신의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던 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끼어들었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변호인이 지적하자, 유 전 본부장이 “1공단 공원화 관련으로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어떻게 할지 논의한 것이 기억나지 않느냐”라고 이 대표를 언급한 순간이었다. 이 대표가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했다는 얘기냐. 1000억원 만들 수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한테 이야기했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묻자 유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 상황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도 등장하는데, 2013년 4월 17일 녹취록에서 남욱씨는 토지수용 문제 등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포장해갖고 (이재명)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하고 나하고만 알아야 한다. 1000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라고 말했다고 정영학 회계사에게 전했다.

이 대표는 “내가 2013년 2월 신년간담회에서 대장동 개발을 하면 3700억원이 남아 2000억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몇 달 뒤 공원 조성에 1000억원밖에 안 든다고 이야기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서 제가 시장님 말씀을 들었다. 시장님께서도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말씀하시고 대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가 “내가 그림을 그린 게 없어 보이는데 내가 그린 게 어떤 것이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가 “그림을 그린 것은 증인이 맞는 것 같다”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은 “저도 시장님도 (함께) 그렸다”고 재반박했다.

이 대표는 고(故)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유씨와의 신문에서 이어갔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이 공사 입사 직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여러 차례 함께 직보했다고 유씨가 주장한 점에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의문을 표하자, 유 전 본부장은 “위례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처음 가서 시장한테 보고한 것은 맞다”고 약간 물러섰다.

위례 사업 추진 때의 구체적 상황을 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하자 이 대표는 “명확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답답해서 물어본다. 팩트가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유’돼 입장을 바꿨다는 그간 이 대표 측 주장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즉시 “아니오”라고 응수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 16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