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맛' 트램 vs '효율성' 전기굴절버스…친환경 배틀 붙었다 [이슈분석]

강갑생 2023. 4.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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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지난 13일 착공식을 가진 위례선 트램 조감도. 연합뉴스
'250명 대 90명'.

트램과 전기굴절버스가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승객수를 비교한 것이다. 5모듈(량) 1편성으로 구성된 트램은 250명가량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반면 버스 2대를 이어붙인 형태의 굴절버스는 입석을 포함해 90명 정도 탈 수 있다. 트램의 수송력이 굴절버스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트램의 장점으로 거론되는 건 더 있다. 곽재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 본부장은 “트램은 배터리나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데다 독립된 선로를 이용하면 지하철 못지않은 정시성 확보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 세련된 디자인으로 제작된 트램이 도심을 다니는 모습 자체로 도시경관을 바꾸고, 관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착공식을 가진 위례선 트램을 비롯해 대전, 울산 등 전국 20여개의 지자체에서 30개 가까운 트램 사업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참고로 철기연에 따르면 트램은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 390여개 도시에서 2300개가량의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연간 수송인원도 2018년 기준으로 147억명 가까이 된다. 또 향후 10년간 약 180개 도시에서 추가 도입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이렇게만 보면 국내에서도 트램의 경쟁력이 상당할 듯싶지만 속 사정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트램의 대표적 경쟁력인 친환경성과 대량 수송력, 정시성이 전기굴절버스와 2층 전기버스 등으로 인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우선 전기굴절버스와 2층 전기버스 모두 기존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로 달리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거의 내뿜지 않아 트램 못지않게 친환경적이다. 또 이들 버스는 1회 수송 가능한 인원은 트램에 비해 적지만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덕분에 훨씬 많은 차량을 투입할 수 있다.

트램은 가격이 1편성당 40억원이 넘지만 전기굴절버스는 9억~10억원, 2층 전기버스는 8억가량 된다. 2층 전기버스는 1회 수송 인원이 입석을 포함해서 70명 정도다. 트램 하나 가격이면 전기굴절버스는 4대, 2층 전기버스는 5대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종시에서 운행 중인 전기굴절버스. [강갑생 기자]


동일한 시간 내에 트램이 한 편성 다닐 때 전기굴절버스는 4대, 2층 전기버스는 5대까지 촘촘하게 투입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전기굴절버스의 총 수송력은 360명, 2층 전기버스는 350명이 되는 셈으로 트램보다 오히려 많다. 트램이 운행 간격을 버스 수준으로 좁히려면 그만큼 여러 편성을 구입해야 해 예산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시성도 마찬가지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면 전기굴절버스와 2층 전기버스 역시 일정 수준의 정시성 확보가 가능하다. 여기에 전용 신호와 입체교차로 등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핵심 요소들이 더해지면 정시운행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전기굴절버스나 2층 전기버스가 트램에 위협적인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버스, 승용차, 택시 등 기존 교통수단과의 갈등 유발 가능성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도시 설계 단계부터 트램 도입을 염두에 두고 부지를 미리 확보해 둔 위례신도시를 제외하곤 대부분 지자체는 기존 도로 위에 트램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는 “승용차나 버스, 택시 입장에선 최소한 왕복 2차로가 줄어들게 돼 그만큼 교통 혼잡이 발생할 우려와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대전과 세종시 사이 BRT 노선에 투입되는 2층 저상 전기버스. 연합뉴스


외국에선 트램(노면전차)과 버스, 승용차가 한데 뒤섞여 다니기도 하지만 국내에선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트램만 다닐 수 있는 독립 선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반면 전기굴절버스나 2층 전기버스는 기존 버스전용차로를 활용하면 되는 데다 새로 버스전용차로를 만들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노선버스와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또 버스전용차로가 트램선로 건설보다 돈이 훨씬 덜 든다.

국내에서 트램 도입이 생각보다 더딘 데는 이런 요인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램이 내세웠던 장점이 더는 독보적인 수준이 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트램 활성화는 “다른 교통수단을 놔두고 왜 꼭 트램을 놓아야만 하나”라는 물음에 대해 새롭고 명확한 답을 찾아내야만 가능할 듯싶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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