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괴담’을 아시나요? [편집장 레터]
요즘 대치동이 ‘대치동 괴담’으로 아주 시끌시끌하다네요.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무대가 대치동이었죠.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투신 계획을 공개하고 전 과정을 생중계한 여고생이 투신한 건물도 대치동에 위치해 있었고요. 그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에는 도곡동 한 중학교에서 10대 남학생이 같은 학년 여학생을 흉기로 찌른 후 인근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대치동이 패닉에 빠졌다는 전언입니다.
조잡한 글씨로 ‘메가 ADHD’라 써 있는, 정체 불분명의, 게다가 생판 모르는 남이 주는 그 음료를 왜 학생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 들고 심지어 마셨을까요? 대치동에서 상담 클리닉을 운영하는 A씨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콘서타를 복용하고 있다”고 들려줍니다.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콘서타를 먹는 것은 진짜 ADHD여서가 아니라 콘서타가 집중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이라죠. 심지어 학원 선생님이 성적이 떨어진 학생의 학부모에게 “콘서타라도 처방받아 먹여라”라는 얘기를 무슨 특급 비법 알려주는 것처럼 말해준다는 사실도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렇게 ADHD와 콘서타에 익숙한 상황이었기에 ‘집중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음료를 자연스레 받아 복용했을 테죠.
최근 교육부는 ‘2022년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우울감 경험률(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과 스트레스 인지율(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 등 청소년의 정신 건강 지표가 2021년 이후로 다시 악화 경향을 보였다’는 겁니다. 수치도 남학생 24.2%, 여학생 33.5%로 꽤 높습니다(우울감 경험률). 스트레스 인지율은 36%, 47%로 더 높고요. 저출산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학생 정신 건강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p.10 ‘데이터로 보는 세상’ 참조).
이런 생각도 듭니다. 비대면 진료로 ‘ADHD’ 증상을 토로하고 바로 ‘콘서타’ 처방을 받아 복용할 수 있게 된다면? 실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대거 생겨난 후 비만, 탈모 등 비급여 진료가 급증했다죠. 의료 소비자로서 비대면 진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코로나에 걸렸을 때 비대면 진료 덕을 보기도 했고요. 그러나 비대면 진료는 100% 선이고,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것은 무조건 기득권 지키기라고 단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싶네요. ‘5월이면 불법 되는 비대면 진료(p.22~23)’ 기사를 읽고 각자 판단을 내려보시길 바랍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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