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이 청산가리 주스 마셨다…'집단자살' 조종한 그들 실체[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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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Jesus)를 만나려면 굶어 죽으라.”
케냐의 사이비 종교단체 ‘기쁜소식국제교회’에서 이 같은 교리에 따라 금식 기도를 하다가 아사한 사람이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 약 일주일 동안 100여명이나 된다. 말이 금식이지, 자살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종자 수는 그 세 배인 300여명, 현지에선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비단 이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이비 종교 집단 내 자살 사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끊이질 않는다. 외신에 소개된 사례들을 통해 구원을 빙자해 인간의 영혼을 파괴해온 이들의 만행을 다시 들춰봤다.
‘핵 종말론’ 인민사원, 900여명 자살
존스는 1950년대에 고향인 인디애나주(州) 인디애나폴리스에 인민사원을 처음 세웠다. 미국 내 인종차별이 심했던 당시 백인 중심의 교회를 비판하면서 흑인 신도의 지지를 받았다. 1960년대엔 캘리포니아로 거점을 옮기고, 냉전으로 핵전쟁이 닥칠 것이란 종말론을 내세웠다. 이때부터 마약 중독자와 노숙자 등 도시 빈민을 도우며 교세를 확장했다.
그러다가 스스로를 신적인 존재로 우상화하기 시작했다. 신도를 폭행하고 그들의 재산을 탈취하는 등 악행도 일삼았다. 이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자 존스는 1970년대에 신도들을 대거 이끌고 미국을 떠나 가이아나 정글로 들어갔다. 그런데도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인민사원의 실체를 추적하자, 존스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신도들을 집단자살로 이끌었다. 그는 사건에 앞서 신도들에게 수십 회에 걸쳐 집단자살 연습까지 시켰다고 한다.
우간다, 종말 날짜 틀려 집단자살
1980년대 후반 설립된 신의 십계명 회복 운동은 "1999년 12월 31일에 지구가 종말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헌금을 유도했다. 그런데 실현되지 않자 멸망 시기를 '2000년 12월 31일'로 바꿨다. 그러나 어긋난 예언으로 신도들이 많이 떠나면서 헌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반란 조짐이 보이자 집단자살을 저질렀다.
UFO 타고 천국 가려고 거세까지
태양의 사원의 경우 1994년 10월 스위스와 캐나다의 산장, 농가 등에서 신도 50명이 집단자살했다. 시신은 집단 종교의식을 치른 듯 비밀 집회 때 입은 장미와 십자가가 그려진 예복을 입은 채 발을 안으로 모아 원을 그린 형태로 누워 있었다. 20명의 사체에선 머리에 총상이, 나머지 10명의 사체는 머리에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고 양손이 묶인 채 발견됐다. 또 일부는 화재로 심하게 그을려 있었다. 당시 현지 경찰은 “시체가 아니라 밀랍인형처럼 보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밝혔다.
교주 뤽 주레와 조셉 디 망브로는 198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물질주의에 대항하는 영적 운동인 '뉴에이지' 사상과 민간 요법, 천문학 등을 융합한 태양의 사원을 세웠다. 이후 불에 의한 심판을 내세워 유럽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신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하고, 신세계로 가기 위해선 죽음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국의 문 집단자살 사건은 1997년 3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일어났다. 당시 교주 마샬 애플화이트를 포함한 39명이 사망했는데, 황당하게도 외계인이 자살의 원인이었다.
외계인을 신으로 여긴 이들은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탄 외계인이 천국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여겼다. 4000년 만에 지구에 접근하는 헤일봅 혜성의 출현에 맞춰 외계인을 따라가겠다며 영생을 얻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
특이하게도 시신은 피 흘린 자국도, 외상도 없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 옷 주머니에선 수면제와 보드카를 섞어 마시라는 자살 방법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또 중성화를 강조해 남성들은 거세된 상태였고, 여성들은 아주 짧은 단발머리 모습이었다.
천장에서 시신 대거 나온 오대양
박순자는 1984년 용인에 공예품 업체 오대양을 세웠는데, 사실은 종말론을 내세운 사이비 종교단체였다. 그는 신도들에게 "성령의 뜻을 따르는 길은 돈을 많이 빌려오는 것"이라며 철저한 세뇌 교육을 시켰고, 이들의 도움으로 약 170억원에 달하는 사채를 끌어다 썼다.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일부 채권자를 폭행하면서 경찰에 쫓기자 공장 천장에서 숨어 지내다 집단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 범죄를 연구하는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같은 집단자살과 관련해 "사이비 종교단체를 이끄는 사람들은 핵전쟁 위기, 밀레니엄 시대의 불안함 등 시대상을 이용한 종말론을 주로 내세운다"며 "천국에 가려면 돈, 가족 등 모든 것을 바치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 주입식인 ‘세뇌’보다는 자기 확신을 갖게 하는 ‘마인드컨트롤’ 전략을 쓰기 때문에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통 자살은 절망에서 벗어나 비참한 삶을 끝내는 것이라고 보는데, 사이비 종교단체의 집단자살은 오히려 더 높은 존재의 상태로 넘어가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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