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봐주는 '김재원 봐주기'?…'애먼 곳' 김기현 때린 태영호 속내
“저는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3%’ 꼴찌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애먼(엄한)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 않았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이 당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태 위원은 지난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번(20일) 최고위는 누구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적 이유로 불참했다. 제가 최고위에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신상 발언과 함께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전광훈 목사에게 연락해보라’는 제안을 해도 단칼에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사실상 김기현 대표를 저격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 대표가 지난 21일 “전당대회에서 제가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다. 김 대표가 태 위원에게 ‘민주당 JMS’ 같은 수위 높은 발언을 이유로 ‘공개 발언 자제’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탰다.
논란이 커지자 태 위원은 지난 27일 SBS라디오에서 “제가 김 대표를 저격할 이유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태 위원이 김 대표에게 감정이 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기현 호(號) 윤리위가 지난 24일 공식 출범한 이후로 당내에선 태 위원에 대한 징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태 위원의 발언 가운데 “제가 최고위에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표현에도 이목이 쏠렸다. 지난 3월 ‘광주 5·18 헌법 수록 불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킨 뒤 공개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 중인 김재원 최고위원과 자신은 다르다는 취지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내세운 징계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에서 “이 시각 이후 당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언행에 대해 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따르면 김 위원의 지난달 발언은 징계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태 위원 입장에서는 김 대표가 전 목사와의 인연을 이어가면서, 김 최고위원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본인만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구두 경고에도 태 위원의 거친 발언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 공천을 바라는 태 위원 입장에서는 보수적 유권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더 선명한 발언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태 위원은 지난 18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야권의 비판을 받았다. 지도부 관계자는 “제주4·3사건에 북이 개입했다는 발언 등 태 위원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며 “하지만 너무 단호하게 말하다 보니 공격받을 여지를 줘 당에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친윤 조직력이나, 인지도를 통해 당선된 다른 최고위원과 달리 태 위원은 자신을 ‘유일하게 자력으로 당선된 최고위원’으로 보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당심(黨心)에 호소하며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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