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오물 없애기보다 깨끗한 물을 더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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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여성이자 자기계발 전문가로 활동하는 멜 메리트가 지난 2월 초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이 SNS에서 한동안 화제였다.
그는 컵 안에 담긴 탁한 물을 우리 안에 가득한 죄라고 설명하며 영상을 시작한다.
영상은 '말씀을 통해 부어지는 은혜로 물은 깨끗해진다'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과 더 가까워진다면 거룩해질 수 있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컵과 흙, 물병 등 간결한 소품으로 상황을 간단하게 은유한 두 영상에 많은 네티즌이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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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여성이자 자기계발 전문가로 활동하는 멜 메리트가 지난 2월 초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이 SNS에서 한동안 화제였다. 인생에 닥친 고난 등 부정적 감정 해결법에 관한 것인데, 간단하고 명쾌한 비유에 83만명이 ‘하트’를 누르며 공감했다.
영상 내용을 풀어보면 이렇다. 메리트는 물이 가득 담긴 투명 유리컵에 흙 한 숟가락을 넣고 휘휘 젓는다. 금세 흙탕물이 된다. 메리트는 숟가락으로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을 떠낸다. 그러나 물은 여전히 탁하다. 더러운 것을 계속 퍼내도 마찬가지다. 잠시 후 메리트는 깨끗한 물이 든 물병을 가져와 컵에 들이붓는다. 짧은 시간 안에 물은 눈에 띄게 깨끗해진다. 나쁜 것을 없애는 데 시간을 쏟지 말고 좋은 것을 더 채우라는 메시지로 영상은 끝난다.
메리트의 영상을 신앙생활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온라인 선교 그룹인 ‘예스히이즈’가 지난달 말 인스타그램에 ‘크리스천 버전’의 영상을 제작해 공유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박요한 대표다. 그는 컵 안에 담긴 탁한 물을 우리 안에 가득한 죄라고 설명하며 영상을 시작한다.
그는 “열심히 교회 가면 되지 않을까”라면서 깨끗한 물을 컵에 따라본다. 컵 안의 물은 여전히 검다. “혼자 큐티도 하고” “신앙 서적도 읽고” “찬양도 하고 진심을 다해 예배하고”라는 식의 신앙생활을 언급하며 물병 속 정수를 검은 물이 담긴 컵에 붓는다. 물은 쉽게 맑아지지 않는다.
그러자 박 대표는 수도꼭지를 틀어 콸콸 쏟아지는 물을 컵에 받는다. 물이 투명해지기까지 몇 초가 걸리지 않는다. 영상은 ‘말씀을 통해 부어지는 은혜로 물은 깨끗해진다’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과 더 가까워진다면 거룩해질 수 있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컵과 흙, 물병 등 간결한 소품으로 상황을 간단하게 은유한 두 영상에 많은 네티즌이 열광했다.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 콘텐츠의 평소 ‘하트’보다 더 많은 숫자가 그걸 알려주기 충분했다. 첫 번째 영상에는 ‘훌륭한 비유’라거나 ‘오늘 당장 내게 기쁨을 주는 일을 더 해야겠다’며 반기는 반응이 많았다.
크리스천 버전에는 ‘거룩함을 향한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도전을 받았다’ ‘은혜가 됐다’ 식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양쪽엔 약속이나 한 듯 부정적인 의견이 달리기도 했다. 축약된 설명에는 비약이 존재하는 법이다. 인생의 불행을 다루는 전자의 영상에는 ‘문제가 되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달렸다.
기독교 버전 영상에서는 ‘인간의 행위와 노력으로 구원받거나 거룩해질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댓글도 보였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예스히이즈 역시 “이 비유는 이해하기 쉬운 도구를 활용한 것일 뿐 교리적으로 완벽한 비유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어쩌면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 그릇을 가득 채워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고 부연했다.
우리는 흙탕물로 태어났다. 평생을 그 더러움을 끄집어내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으론 그 티끌을 다 걷어낼 수 없다. 두 영상에서 크리스천이 받아야 할 교훈은 더러움에 집중하기보단 성령의 은혜를 부어달라고, 정결한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성령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물은 반드시 깨끗해진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더러움을 멀리하려고 발버둥 치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와 동행하기를 더 즐거워하는 마음가짐을 품어보자. 그러다 보면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을 닮아가고, 더 나아가 그분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이루어 낼 수 있다. 흙탕물이 온전히 맑아지는 유일한 길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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