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AI에 말씀 사역 보조 맡기고 남은 시간 깊은 교제에 힘쓰라”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서비스가 교회와 세상을 바꾸고 있다. 6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거나 먼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당시 우리나라 주요 400개 직업 중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으로 1위는 화가 조각가, 2위는 사진작가, 3위는 작가 순이었다.
그런데 올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예술적이며 창의적인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화가 조각가는 ‘달리2(Dall-E2)’ ‘미드저니’ ‘오픈아트’ 등 이미지 생성 AI로 대체 가능해졌다. 사진작가와 사진사는 현실 사진 촬영으로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사진 합성은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AI시대, 한국교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학의 날인 지난 21일 서울 중랑구 동일로 교회정보기술연구원에서 이동현(54) 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우선 세상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말할 때, 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면서 “그런 다음 어떻게 사용할지, 무엇을 어떻게 목회 현장에 적용할지를 고민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뒤떨어질 것 같아 인공지능을 도입해 사용하려고 한다면 실패하고 만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인간이 AI보다 더 잘 계산할 수 없지만, 인간은 생각하고 질문하는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며 “인공지능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질문하고 생각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을 목회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어디서부터 활용할 수 있을지 수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왜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이 원장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되겠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방관하는 사람들에게는 위기로 찾아올 것”이라면서 “분명한 것은 인간은 어떤 문제라도 답을 찾아 인간을 더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수면에 떠오르는 문제점을 통해 부정적 견해를 가질 수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고민하고 적용한다면 얼마든지 목회 현장에 도움 될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그는 목회자가 목회 현장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전에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는 윤리·도덕적 부분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설교나 기도문 작성, 성경공부에 활용할 때 이와 관련된 부분을 밝힐 것인지, 아니면 참고만 하고 자신의 방법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교육적인 부분이다. 인공지능을 목회 사역에 적용하기 위한 단계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진행하는 단계이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와 교회의 포용성과 다양성이 선행돼야 한다. 과거 인터넷과 컴퓨터에 대해 교회가 지나치게 부정적 시각을 가지면서 반기독교와 이단들이 미디어를 선점했고 이로 인해 한국교회가 힘들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공감적인 능력을 통해 성도들의 삶을 위로하고 영적인 리더십으로 교회 공동체를 이끌어야 한다.
인간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을 두려움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어떻게 더 발전할지에 대한 두려움과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
그러나 인간은 그 두려움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원시시대 인간은 세상에 가장 연약한 존재였지만 호기심과 생각하는 힘으로 세상의 변화를 끌어냈다. 그 호기심이 불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불을 이용해 수많은 위협과 추위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며,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도구를 이용해 사냥하며 농사를 지으면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렇기에 인간은 인공지능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 나갈 때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창세기 1장 28절에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것들을 다스리라고 하셨듯이 인공지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딥러닝과 기계학습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감성과 공감 영역, 하나님을 찾고 기도하는 영적 영역과 영혼을 구령하는 열정과 마음은 인간만이 가지는 분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성이나 공감 분야에 대해 표현하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과 인공지능 서비스가 제공하는 것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통찰은 할 수 있어도 성찰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명확한 사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분야는 기계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1차 산업혁명 때 반복되는 일이나 단순한 일들은 기계에 의해 대체됐다. 인간이 힘들어하는 육체적인 일들이 기계로 대체됐다면 이제는 정신적인 노동과 감성 노동에 해당하는 사무직과 상담원 등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이 잘하는 단순 반복 작업은 인공지능에 맡겨야 하고, 창의적이고 감성적이며 도덕적인 분야는 인간이 감당해야 한다. 특히 목회 분야에서는 영적인 부분과 함께 영적 리더십을 통해 신자들을 이끌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말씀 사역과 목회 사역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면서 잉여 시간은 더 많이 기도하고 더 깊은 교제를 통해 영적 성숙을 이뤄나가야 한다.
인공지능은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체할 것임은 명확하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생존율이 높았다.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이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생산해 더 많은 부를 가질 수 있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었으며,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교해 시간과 장소에 제한 없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한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다.
챗GPT를 통해 원하는 결과값이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잘 모르는 소리다. 이 원장은 “막연하거나 잘못된 질문, 폐쇄적인 질문을 해놓고 원하는 대답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라면서 “답을 원하기 전에 사람과 대화하며 질문하듯 챗GPT에게도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이 좋아야 대답도 좋다는 말씀이다.
지난 24일 CTS기독교TV 가 주최한 ‘AI시대, 교회의 역할과 가능성’이라는 주제의 대한민국 목회 콘퍼런스에서 이 원장은 대안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이 원장은 “단순히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기능만을 익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려는 방법과 함께 실질적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인공지능과 함께 하브루타(나이 성별과 상관없이 둘씩 짝지어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방식)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의 제안을 해 시선을 끌었다. 하브루타의 핵심은 질문이다. 어떤 질문이든 상관없다. 엉뚱할 수도 있지만 챗GPT와 대화하면서 다양한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주의할 점은 인공지능은 100% 신뢰할 수 있는 답을 주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므로 인공지능이 답한 내용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통해 반드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은 말과 경주하지 않는다. 말의 등에 올라타 이용하는 존재로서 인마일체(人馬一體)가 되는 게 중요하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고 이어령 교수는 인간 지능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그렇다. 인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원하는 목적지와 목표까지 가는 도구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기독교 영성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 부흥을 위한 혁신적인 방향은 뭘까.
이 원장은 챗GPT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는 회복과 부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성경적 세계관을 확대하여 창조주 하나님의 세계관을 만들고, 기독교 가치의 문화를 확산하고 세상을 선도할 미래 인재인 다음세대를 양육하고 양성해야 합니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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