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박은빈·‘헤어질 결심’ 백상 대상…‘더 글로리’·‘올빼미’ 3관왕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의 주인공은 배우 박은빈이었다. 박은빈은 지난해 방영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한 독보적인 연기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TV채널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드라마·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통틀어 한 작품 혹은 인물에게 주어지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이 배우 개인에게 돌아간 것은 2019년 제55회 시상식에서 배우 김혜자(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수상 이후 4년 만이다.
28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개최된 올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선 ‘우영우’와 ‘더 글로리’(넷플릭스)가 각각 트로피 2개와 3개를 챙기며 강세를 보인 가운데, 다른 쟁쟁한 흥행작들도 고루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TV 부문 트로피 15개 중 8개를 넷플릭스 드라마가 휩쓴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였다.
박은빈, 김혜자 이후 4년만에 배우 ‘대상’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박은빈은 이름이 불리는 순간부터 울음을 터뜨리며 무대에 올랐다.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한 그는 “어린 시절 ‘내가 배우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대상을 받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을 이루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작품을 하면서 (사람들이) 각자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길 바라며 연기했는데, 그 발걸음에 함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극중 우영우의 대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포용하면서 힘차게 내디뎠던 영우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TV 부문 연출상도 ‘우영우’의 유인식 PD가 수상했다. 유 PD는 “작년 여름 영우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분들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 마음이 세상의 회전문 앞에 서있는 모든 영우들에게 뿌듯하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드라마 밖 ‘우영우’들을 향한 응원이 담긴 소감을 전했다.
‘우영우’와 함께 최다 부문(8개)에 후보를 올렸던 ‘더 글로리’는 드라마 작품상과 여자 최우수연기상(송혜교), 여자 조연상(임지연)을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송혜교는 “나 상 받았어,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라며 드라마가 유행시킨 대사를 활용한 재치 있는 소감으로 입을 뗐다. 이어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부터 두 번째로 작품을 함께한 김은숙 작가를 향해 “작가님이 저의 ‘영광’(글로리)이지 않을까 싶다. 제게 문동은을 맡겨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연기하는 동안 힘들고 아팠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여자 조연상을 받은 임지연도 “연기가 아직도 두려운 저는 언제나 좌절하고 자책하는데, 오늘 만큼은 제 자신에게 ‘멋지다, 연진아’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드라마 유행어를 인용해 수상의 기쁨을 표했다.
최민식(‘카지노’), 이병헌(‘우리들의 블루스’) 등이 겨뤄 치열했던 남자 최우수연기상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재벌 회장 연기로 시청자들을 압도한 이성민이 차지했다. 이성민은 다른 연기상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엔 실패한 ‘재벌집’ 동료 배우들을 언급하며 “저희 고명딸(김신록)도 후보였고, 사위(김도현)도 후보였는데 탈락해서 나까지 그냥 돌아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체면을 세워주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뒤 “소재부터 모험이었던 작품을 드라마화 할 수 있게 노력해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TV 부문 남자 조연상은 넷플릭스 ‘수리남’에서 조선족 출신 전도사 연기를 맛깔나게 해낸 조우진에게 돌아갔다. 남자 신인연기상은 tvN 드라마 ‘슈룹’에서 성남대군으로 활약한 문상민, 여자 신인연기상은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속 깊은 여고생 남해이를 연기한 노윤서에게 돌아갔다. 극본상은 촌스러운 삼남매의 행복 소생기를 그린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가, 예술상은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류성희 미술감독이 수상했다.
유튜브 활약 두드러진 예능 부문
예능 영역에서는 유튜브를 주요 무대로 활동하는 예능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예능 작품상은 다른 쟁쟁한 케이블·OTT 작품을 제치고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피식대학-피식쇼’가 차지했다. 백상 측은 올해부터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까지 예능상 후보 선정 영역을 확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대에 오른 피식대학팀(정재형·김민수·이용주)은 해외 토크쇼를 패러디하는 ‘피식쇼’의 콘셉트에 맞게 수상소감도 “오 마이 갓, 땡큐(Oh my god, thank you)” 등 영어로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능인 개인에게 주어지는 남자 예능상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활약하고 있는 김종국에게 돌아갔다. 운동 꿀팁을 전하는 등의 콘텐트로 286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김종국은 “즐거움을 드리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고 웃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tvN ‘뿅뿅 지구오락실’ 등에서의 활약으로 여자 예능상을 받은 이은지는 “요즘 저에게 ‘덕분에 웃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말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교양 작품상은 수많은 사회 환원을 묵묵히 실천해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의 일생을 비춘 MBC경남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받았다. 김현지 PD는 “백상예술대상을 지역 지상파가 받은 게 저희가 처음이라고 들었다”며 “김장하 선생님은 평생 세상을 향해 많이 나누시고도 모든 상을 거절하셨다. 이제 선생님은 은퇴하셨으니 우리 각자가 ‘1만분의 1의 김장하’가 되어 그 자리를 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헤결’·‘올빼미’ 3관왕, ‘다음 소희’도 선전
영화 부문에서는 ‘헤어질 결심’과 ‘올빼미’가 각각 3관왕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의 수사멜로물 ‘헤어질 결심’은 대상·감독상에 여자 최우수연기상(탕웨이)까지 받으며 주요 상을 휩쓸었다. 태국에 체류 중인 박찬욱 감독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류성희 미술감독은 “올해로 감독님이 영화를 시작한 지 30년이 됐다”며 “그동안 감독님 영화들은 낯선 도전을 추구하다 보니 많은 공감을 얻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헤어질 결심’은 관객들에게 계속 재해석되고 사랑받아 감독님이 더욱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탕웨이는 “2011년 ‘만추’라는 영화로 백상에 왔었는데, (12년이 지나) 같은 토끼의 해에 또 오게 됐다. 한국 영화를 촬영한 게 두 편인데 이번에도 오게 된 것은 불가사의한 인연”이라며 “저와 함께 해준 모든 한국의 영화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소현세자의 죽음을 유일하게 목격한 맹인 침술사가 있었다는 역사적 상상력을 풀어낸 영화 ‘올빼미’는 작품상, 신인감독상(안태진), 남자 최우수연기상(류준열)을 품에 안았다. ‘왕의 남자’(2005) 조감독 이후 17년 만에 장편 데뷔작을 찍은 안태진 감독은 “신인 감독이 데뷔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는데, 그때마다 곁을 지켜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7년 제53회 시상식에서 ‘더 킹’으로 영화 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던 류준열은 ‘올빼미’에서 주맹증을 앓는 침술사 연기를 선보여 6년 만에 최우수연기상을 받게 됐다. 그는 “신인상을 받을 때 함께 했던 정우성 선배님이 앞에 계시니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벅찬 마음을 표현하며 객석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콜센터 현장실습생이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을 다뤄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까지 이끌어낸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도 여자 신인연기상(김시은), 각본상에 더해 올해 신설된 구찌임팩트 어워드(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작품에 수여)까지 총 3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정주리 감독은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현실에는 (소희를 돕는 경찰) 유진이 없어서 너무 아쉽고 슬프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현실에는 노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 가슴 아픈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유가족 분들이 계셨다”며 영화에 영감을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밖에 영화 부문 남자조연상은 ‘한산: 용의 출현’에서 이순신과 대립하는 일본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연기한 변요한에게, 여자조연상은 ‘육사오’에서 당찬 북한 병사 리연희를 연기한 박세완에게 돌아갔다. 남자 신인연기상은 ‘크리스마스 캐럴’의 박진영, 예술상은 ‘헌트’의 이모개 촬영감독이 수상했다.
연극부문 최고 상인 백상연극상은 ‘당선자 없음’(두산아트센터)이, 신인상 격인 젊은연극상은 ‘조금 쓸쓸한 독백과 언제나 다정한 노래들’을 올린 극단 지금아카이브가 받았다. 특히 남녀 연기상으로 나눠 시상하던 연극부문 연기상은 성별의 경계가 불분명한 배역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올해부터 하나로 통합해 수여하는데, 통합된 첫 연기상은 ‘틴에이지 딕’의 하지성이 수상했다. 뇌병변 장애임에도 연극 무대에 도전한 하지성은 이날도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 “저는 장애인이라 사실 연기를 잘하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잘하고 싶고 계속 무대에 존재하려 하고 있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신동엽·수지·박보검이 지난해에 이어 MC를 맡은 올해 시상식에서는 축하 무대도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감동을 선사했다.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어린 영우를 연기한 배우 오지율,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에서 청각장애인 엄마를 연기한 김정영을 비롯해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속 발달장애인 월우 역의 박진영, ‘다음 소희’의 현장실습생 소희 역의 김시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연기한 임지호까지 함께 무대에 올라 이적의 노래 ‘돌팔매’를 열창했다. “다시 손을 내밀어” “단단하게 잡고서 한 걸음씩 내디뎌가” 등의 노래 가사와 이를 수어로도 표현하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했다.
■ 제 59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자·작품
「 [TV 부문]
대상=박은빈(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작품상=넷플릭스 ‘더 글로리’
예능 작품상=‘피식대학-피식쇼’
교양 작품상=MBC경남 ‘어른 김장하’
연출상=유인식(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극본상=박해영(JTBC ‘나의 해방일지’)
예술상=류성희(tvN ‘작은 아씨들’ 미술)
남자 최우수 연기상=이성민(JTBC ‘재벌집 막내아들’)
여자 최우수 연기상=송혜교(넷플릭스 ‘더 글로리’)
남자 조연상=조우진(넷플릭스 ‘수리남’)
여자 조연상=임지연(넷플릭스 ‘더 글로리’)
남자 신인 연기상=문상민(tvN ‘슈룹’)
여자 신인 연기상=노윤서(tvN ‘일타 스캔들’)
남자 예능상=김종국
여자 예능상=이은지
[영화 부문]
대상=‘헤어질 결심’
작품상=‘올빼미’
감독상=박찬욱(‘헤어질 결심’)
신인감독상=안태진(‘올빼미’)
남자 최우수 연기상=류준열(‘올빼미’)
여자 최우수 연기상=탕웨이(‘헤어질 결심’)
남자 조연상=변요한(‘한산: 용의 출현’)
여자 조연상=박세완(‘육사오’)
남자 신인 연기상=박진영(‘크리스마스 캐럴’)
여자 신인 연기상=김시은(‘다음 소희’)
각본상(시나리오상)=정주리(‘다음 소희’)
예술상=이모개(‘헌트’ 촬영)
[연극 부문]
백상연극상=‘당선자 없음’(두산아트센터)
젊은연극상=극단 지금아카이브 (‘조금 쓸쓸한 독백과 언제나 다정한 노래들’)
연기상=하지성(‘틴에이지 딕’)
구찌임팩트어워드=‘다음 소희’
틱톡인기상=아이유, 박진영
」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6세 정동원 검찰 송치…전과 안남는 제도 있는데 본인이 거부, 왜 | 중앙일보
- "尹 연설, 홈런 쳤다"…김연아·MB 영어과외 美선생님 놀란 장면 | 중앙일보
- 그녀와 밥먹고 13명 사망…경찰 전처 청산가리 살인 '태국 발칵' | 중앙일보
- 서세원 딸 서동주 "아버지 캄보디아서 화장"…국내 장례는 | 중앙일보
- 같은 그 브랜드인데...그날 이재용 딸 '하객룩' 느낌 달랐던 이유 | 중앙일보
- 1000명이 청산가리 주스 마셨다…'집단자살' 조종한 그들 실체 | 중앙일보
- 411억 쏟은 백암산 케이블카, 153일 중 68일이나 멈춘 사연 [르포] | 중앙일보
- "매번 낙선해도 송영길이 격려"…檢협조자 돌변한 이정근 누구 | 중앙일보
- 충치도 없는데 퀴퀴한 입냄새…'침묵의 장기'가 보내는 경고장 [건강한 가족] | 중앙일보
- '도를 아십니까' 따라가봤다…진용진 머릿속을 알려드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