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일해요, 근데 왜 근로자의 날 못 쉬죠? [투게더]
노동권 쟁취에 앞장서는 21세기 세계 노동자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전 세계 근로자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있다. 그런데 일을 하는데도 근로자의 날을 함께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1886년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노동자 파업이 발생했다. 그들이 원한 건 단 하나. 열악한 노동 현실 개선이었다. 이처럼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기로 ‘메이 데이(May Day)’가 세계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1923년 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실업 방지를 내세워 노동절 행사를 개최했다. 이후 63년 계급을 나눈다는 우려가 일면서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 해당 휴일은 근로자 한정 유급 휴일로 근로기준법에 속한 근로자라면 누구든 쉴 권리가 있다.
2021년 글로벌 기업 샤넬코리아에서 노동자 시위가 일어났다. 근로자의 날에 직원들을 근무를 시키고도 대체 휴가를 주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평소 영업직원들은 주말을 포함한 주 5회 근무를 실시해 주중을 포함한 이틀의 휴일을 받았다. 그러나 기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토요일이므로 대체 휴가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주 6회 근무를 지시한 셈이다. 뭇매를 맞은 기업은 결국 5월 1일을 포함한 휴일을 인정했다.
샤넬코리아 직원들은 근로자의 날을 공식 휴일로 인정받았지만 다른 백화점 종사자들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대형 백화점에선 연중무휴 영업이 흔하다. 지난 1월 지난 1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의무휴업제 도입을 촉구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그동안 근로자의 날에 쉬지 못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고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그러나 공무원도 근로자에 속한다는 여론에 따라 최근 일부 지자체는 대체 휴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직과 기간제 근로자 외 공무원에게도 평등한 휴식권이 보장된다. 24일 제주특별자치시는 대체 휴무 격 포상 휴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의회는 전 직원 대상 특별휴가를 추진한다. 도의회 소속 공무원 전원 내달 1일부터 8일 중 하루 특별휴가를 받는다.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손연정 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근로자의 날은 민간 근로 근무자에 한정된 휴일이다. 백화점 종사자나 공무원뿐만 아니라 배달 기사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용할 수 없는 상황은 문제”라고 전했다. 또한 “시민 참여 캠페인을 통한 인식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학과 김모세 교수는 “프랑스는 정년 이후 삶이 윤택하게 보장된다. 당연히 이를 충당하기 위한 재정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시위는 흔한 일이다. 노동자들은 공동체보다 개인으로서 권리를 훨씬 중시한다. 그들에게 있어 시위는 불편함을 감내할 만큼 행복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고 전했다.
제도 강행이 불가피한 정부와 불만스러운 국민들. 프랑스가 이를 어떻게 합치시킬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 근로자를 위한 날인만큼 강력히 표현권을 행사하는 시위자들. 근로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투쟁하는 노동자와 귀 기울이는 국가 덕에 한층 나아진 근로 환경을 갖추게 된 건 사실이다.
다가오는 1일은 근로자의 날 제정 50주년이다. 지구촌 근로자들이 단결된 힘으로 점차 개선된 근로 조건을 일궈내는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
고해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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