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맨십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선. 지금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Q :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A : 미술 잡지에서 일하다가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으로 선정됐다. 청계천 재개발 계획에 포함된 예지동 시계 골목을 배경으로 2017년에 기획했던 전시가 큐레이터로서 첫 전시다. 사람들이 계속 오가지만 주목받지 못한 공간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Q : 전시기획자, 창작자, 교수, 독립 큐레이터 등 여러 호칭으로 불린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정체성은
A : 굳이 꼽자면 독립 큐레이터다. 최근 가르치는 일에도 많은 재미를 느낀다. 가르친다기보다 내가 배우는 게 더 많지만.
Q : 전시 〈Flop: 규칙과 반칙의 변증법〉을 기획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아트 전시기획 공모전 선정작인데 어떤 면을 ‘어필’했나
A : 사실 스포츠를 싫어한다(웃음). 때로 민족주의적이기도 하고, 주입되는 ‘남성성’ 개념이 있지 않나. 스포츠와 예술의 관계를 고민할 때 육체의 강인함 혹은 스포츠 자체를 담은 작품은 다루고 싶지 않았다.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림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을 의심하는, 그 실천을 전시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
Q : 전시 제목인 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A : 1968년 높이뛰기 선수 딕 포스베리는 ‘배면뛰기(Fosbury Flop)’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뒤로 뛰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으니까. 몸을 살짝 뒤집는 그 작은 혁명이 게임 방식을 바꿔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규칙과 반칙이 겹치는 지점을 찾고, 그 구멍을 찾아 한계를 실험하는 것도 ‘스포츠맨십’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모든 종목에서 이와 비슷한 시도가 수용됐던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금지된 기술들은 인덱스로 따로 전시해 뒀다.
Q : 3개국에서 총 여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어떻게 한자리에 모았나
A : 작가들의 기존 작업을 주제 의도에 맞게 새롭게 재배치하는 게 ‘큐레이터십’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김효재 작가에게 파쿠르 트레이서들은 많은 것이 디지털화된 지금 시대에, 신체를 다시 인식하게 하는 존재다. 빌딩과 계단 같은 일상 공간을 새롭게 감각함으로써 움직임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 맥락과 잘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Q : ‘좋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기준은
A : 세계를 다르게 감각할 수 있는 차원을 열어주는 작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사회적 차원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작가인 요셉 보이스는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에서 총 7000그루의 나무를 차차 심겠다는 작업을 기획한 바 있다. 실제 세계에 개입했다는 점이 내게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했고, 직접 카셀을 찾아 곳곳에 자라난 나무가 도시의 정체성이 된 걸 확인했을 때는 큰 감동을 받았다.
Q : 전시를 찾은 사람들이 유심히 봐주길 바라는 것
A : 입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뉜 전시장을 같은 흐름에 두면서도 다른 감각으로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독일계 폴라드인인 작가 크리스티안 얀콥스키는 폴란드의 역도 선수들과 함께 기념비를 들어올리는 사진 작업을 했는데, 그것이 퀴어 정체성이 작품의 맥락에 중요한 홍민키 작가의 작품과 함께 놓이면서, 에로틱하게 바뀌기도 한다. 이처럼 세상의 정상성이라는 규칙이 끈적하게 바뀌는 순간을 즐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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