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가 임대차3법 탓? 윤석열 정부의 마녀사냥"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3. 4. 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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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인터뷰]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임대차 3법은 전세 사기 막는 장치"

[김시연, 강석찬 기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자료 사진)
ⓒ 이희훈
 
"전세 사기가 임대차 3법 때문이라고요? 그냥 아무 말 대잔치죠."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역전세) 피해가 확산되자, 윤석열 정부와 보수 언론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에 책임을 돌렸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20일 기사("전세사기, 文정부 '임대차 3법'이 촉발… 국회는 '사기방지법' 뭉개")에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을 도입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했다.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빌라 등 연립주택으로 몰리면서 빌라 전셋값도 덩달아 뛰었다"면서 "부동산 전문 업자들이 자기자본 없이 보증금만으로 빌라를 수백 채씩 사들여 '전세 사기'를 벌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도 지난 2월 2일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집값은 폭등하고, 졸속 임대차3법 개정으로 전세 대란이 일어났고, 금융은 무제한으로 풀리는 가운데 특히 전세대출금 융자가 아무런 여과 장치와 건전성 통제 없이 풀려나갔다"면서 "이념적으로는 서민을 위한 임대차3법, 전세대출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직적인 사기 집단에게 먹잇감을 던져주고, 다수의 서민들은 전세사기의 피해자로 전락하게 했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원희룡 "전 정부 임대차3법, 서민을 전세사기 먹잇감으로" https://omn.kr/22kxo ).

"지난해 깡통 전세 경고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 3법' 마녀 사냥"
 
▲ 정부,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발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4.27
ⓒ 연합뉴스
 
과연 전세 사기가 임대차3법 때문이라는 이들 주장은 사실일까? 정작 지난해 초 '깡통 전세' 문제를 경고했던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거짓'이라고 말했다.

"(전세 사기가 임대차 3법 탓이라는 건) 거짓이죠. (정부와 언론이) 본인들의 잘못된 판단을 가리려고 그런다고 생각해요. 2022년 3월 우리가 이제 깡통 전세 문제가 심각해질 거라고 얘기했는데 당시 출범할 예정이었던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 3법과 싸우고 있었죠.

(보수 언론에서) 전세 대란이 날 것이라고 그러니까. 임대차 3법이 2년이 되는 시점(2022년 8월)에 전세가가 폭등해서 상당히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게 그들 진단이었잖아요. 문제는 깡통 전세였는데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처럼 임대차 3법하고 싸우고 있었던 거죠."

한국도시연구소는 지난해 3월 2021년 주택 실거래가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서는 지역이 급증해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금리가 계속 올라 집값과 전세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이 문제가 현실로 나타났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20일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국 기준 깡통 전세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오히려 '8월 전세 대란'에 대비해 임대차3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관련 자료 : 국토교통부, [참고]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결과).

윤석열 정부나 보수 언론의 우려와 달리 8월 전세대란은 없었고 오히려 8월 들어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전세 매물이 늘면서 집주인이 임차인을 못 구하는 '역전세난'이 현실로 나타났다([오마이팩트] "임대차법 때문에 전셋값 폭등" 보수언론 주장은 '거짓' https://omn.kr/20ind ).

급기야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 등 수도권 빌라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도 급증했다. 이들은 수백 채에서 수천 채에 이르는 임대주택을 소유한 이른바 '빌라왕'들에게 속아 수억 원의 전세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깡통 전세는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항상 발생했던 문제니까 우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얘기였지만, 전세 대란은 데이터적인 근거가 없었어요. 본인들이 잘못 판단했다는 걸 인정하면, 지금 깡통 전세가 임대차 3법 때문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죠.

이분들이 임대차 3법이 이념적이었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잘못된 정책을 한 본인들이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거죠. 임대차 3법을 마녀화하면서 '모든 잘못이 임대차 3법 때문이야', 그랬는데 전세 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건 정책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거잖아요."

"전세 사기 결정적 원인은 박근혜 '빚내서 세 살라' 정책"

그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책임을 강조하려고 '임대차 3법'을 문제 삼을수록 제대로 된 전세 사기 대책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작 원희룡 장관이 또 다른 전세 사기 원인으로 지목한 전세보증금 대출도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급증했다. 최 소장도 "결국 임대료(전세가)가 급하게 상승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대출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계속 전 정부 탓하면서 본인들 책임이 없다고 하니까 맞는 대책이 안 나오는 거예요. 엄밀히 따지면 (전세 사기는) 전 정부가 아닌 전전 정부 탓인 거죠.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 빚내서 세 살라' 정책이 결국 (전세 사기의) 기반이 된 거예요.

2013년 8월 13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서 은행들이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승계하는 법을 만든 게 결정적이에요. 전세대출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은행이 대출해주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전세대출이 급격하게 늘었죠."

실제 지난해 4월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23조 원이었던 전세대출 잔액은 2016년 이후 급증해 2021년 말 180조 원까지 증가했고 이 시기 전세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소장은 지난 2017년 1월 박근혜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확대해서 다세대, 다가구 주택도 주택 가격 100%까지 보증하게 해준 걸 '빌라왕'을 양산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한국도시연구소, [연구보고서] 2022년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 정책의 과제).

"사실 (전세 사기 피해자를)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결정이 나온 것도 지난 2017년 1월 촛불정국 때였어요. 국토교통부에서 원래 주택 가격의 90%까지 보증해주던 것을 100%까지 다 해줘라, 거기에 더해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원래 (주택 가격의) 75~80%만 해줬는데 이것도 일시에 다 100%로 했어요.

그러니까 지금 다세대 주택에서 '무자본 갭투기', 집값이 1억 원인데 전세대출 1억 원을 보증해주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만든 게 박근혜 정부였고, 전세 대출이 느는 데도 (임차인 보호) 장치를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임대차 3법 때문인 건 아니죠."

"임대차 3법, 전세 사기 막고 임차인 보호하는 장치"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일방적이고 졸속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 유성호
 
최 소장은 오히려 임대차 3법이 전세 사기를 차단해 임차인 피해를 줄이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잖아요. 지금은 임대를 등록해야 해서 그나마 정확한 정보, 임대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어요. 이걸 모르고 어떻게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죠?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집값이 얼마인지, 전세 가격이 얼마인지 등록하게 한 건데 이것 때문에 전세 사기가 발생했다고 하니까, 그래서 아무 말 대잔치라고 하는 거죠."

당시 보수 언론에선 전월세 인상률 5% 제한이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아 전월세 가격이 한꺼번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윤석열 정부 들어 집값이 하락하자, 정부 정책보다 기준 금리가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상반된 보도를 내놨다([오마이팩트] "집값 폭등은 저금리 아닌 문재인 탓" 언론보도는 '거짓' https://omn.kr/22l2j ).

"2020~2021년 전세 가격 폭등은 임대차 3법 때문이고 그 이후에 전세 가격이 떨어지는 건 금리 때문이라는 게 말이 되나요? 결국은 (저)금리와 유동성 때문에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도 올랐고, 지금은 금리가 올라가면서 전세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된 거죠.

임대차 3법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대차 3법이 아주 가파르던 (전세가 상승) 기울기를 바꾼 건 확실해요. 2020년 3월과 5월 사이에 (전세 가격이) 엄청나게 급하게 올라가고 있었거든요. 임대차 3법이 없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끔찍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와 보수 언론에게 '임대차 3법'이 눈엣가시인 이유는 무엇일까? 최 소장은 "임대차 3법을 공격해야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집값을 계속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지금 전세 세입자들이 어려운 상황인데 전 정부와 임대차 3법 탓으로 돌리면서 국가가 해야 할 마땅한 역할을 안 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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