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에 직접 물은 이재명의 첫마디 "많이 힘들죠?"
[김종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이희훈 |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배석판사 정현욱·정의진)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차 공판에서 이 대표가 증인으로 나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직접 신문했다. 2021년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래 공개적으로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말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4시가 막 지날 무렵, 이 대표는 재판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뭐 하나 물어보겠다. 많이 힘들죠?"라고 입을 뗐다. 훅 들어온 이 대표의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아뇨, 안 힘들다"고 당황한 듯 답했다.
두 사람의 문답 직전 이 대표의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위례신도시와 대장동 개발사업 등 현안에 대해 얼마나 자주 직접 보고했는지' 여부를 따져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위례와 대장동 관련해 여러 차례 보고했다"며 "차 마시러 갈 때도 있었다. 그래서 위례 사업 전반에 관한 내용, 대장동과 관련해 1공단 관련해서도 저하고 이재명 시장이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논의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듣고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말을 걸었던 것.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이희훈 |
문답에서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그 얘기를 한 것은 2013년 3월 7일 혹은 17일에 남욱의 녹취록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면서 "그 이전인 2013년 2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중동 신년간담회에서 2000억 원에 (1공단)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1000억 원이면 된다고 했다는 게 논리적으로 이상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하지 않다"며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 있을 때 말씀드렸다. 지사님도 저도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 "검찰 진술 내용을 보니까 '1000억 원이 있으면 (제1공단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한테 이야기했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 1000억 원 이야기하기 두 달 전에, 2013년 2월에 공단 공원화에 2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 건 알고 있냐?"
유동규 : "2000억 원이 아니라 1500억 원으로 알고 있다."
이재명 : "(대장동 개발 수익 중) 2000억 원은 공원 만들고 1700억 원은 주민에 대한 수익으로 (이야기했다). 말 바꾸지 마시고. 맞죠?"
유동규 : "금액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이재명 : "증인(유동규)이 그림을 그렸다고 했는데, 내가 그림을 그리며 설명할 일은 없어 보인다. 내가 그린 게 어떤 거냐?"
유동규 :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이 상황은 이 대표 말대로 '정영학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해당 날짜는 2013년 3월이 아닌 2013년 4월 17일 녹취다.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는 토지수용 문제 등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포장해 갖고 (이재명)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남욱)하고 나(유동규)하고만 알아야 한다. 1000억 원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라고 말했다고 정영학 회계사에게 전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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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공방 후에도 이 대표는 재차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파고드는 질문을 던졌다. 특히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처장과 함께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캐물었다.
이재명 : "위례신도시 사업 (자금 조달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이탈 문제가 있어서 김문기 전 처장이랑 (나에게) 보고했다고 한 것 아니냐?"
유동규 : "김문기하고 갔는지는 명확지 않다."
이재명 : "명확하지 않으면 아니라고 해야지 왜 아까도 수차례 김문기하고 보고했다고 얘기하느냐?"
유동규 : "김문기하고 보고는 시장님 재임기간 동안 여러 차례 간 건 맞다. 위례 때문에 간 건지는 명확하지 않고, 위례에 대한 보고도 저하고 시장님하고 이 부분에 대해 여러차례 이야기한 건 사실이다."
유 전 본부장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판부는 "증인 지금 증언이 왔다 갔다 하긴 한다"며 "아까 김문기씨랑 위례사업 관련해서 보고했다고 증언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다시 한번 유 전 본부장을 향해 "검찰에 거짓말을 한 거냐"며 유 전 본부장 진술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과거 검찰 진술에선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건 2013년 11월 28일밖에 없다고 했는데, 공판 과정에서 수차례 대면보고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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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대표는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해외출장 당시 화천대유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다고 말한 게 맞냐"고 따져 물었다.
이재명 : "김만배씨와 불법적으로 사업자 공모가 예정돼 있다는 거냐, 다른 팀도 들어온다는 취지로 얘기한 거냐?"
유동규 : "불법이란 단어를 꺼낸 적은 없다. 하지만 정진상에게 사업자 공모에 들어온다고 말씀드렸다."
이재명 : "증인이 협의 이해하는데 정진상과 상의할 이유 없지 않나?"
유동규 : "정진상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 먹고 시장님 아는지 모르지만 성매매도 하고 다 했다."
이재명 : "증인 마찬가지로 증인이 불법행위 하면 제가 용인했을거라 생각하나? 업무 관련해서."
유동규 :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거 모를 수 있나? 모르셨나?"
이 대표는 "그런 식으로 질문하지 말라. 내가 중범죄를 당시 용인했을 거라 생각하냐고"고 지적하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은 하급자 시켜 형님을 정신병원에 넣지 않았냐. 그런 범죄를 밑에 사람에게 시켰지 않냐"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다"며 유 전 본부장을 진정시켰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로 출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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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본부장은 앞선 공판을 포함해 이날까지 이 대표를 지칭할 때 '이재명씨'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대표의 질문이 시작되자 그를 지칭하는 호칭이 '시장님'과 '지사님'으로 변경됐다. 이 대표의 대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수세에 몰리는 듯한 상황이 만들어지자 검찰은 재판부에 "증거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질문을 하니 (유 전 본부장이) 정확하게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21년 12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문기 처장은 개인적으로, 시장 재직 때 좀 아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검찰은 이 대표가 시장 재직 때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음에도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 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3일 이후 격주 금요일마다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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