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에 직접 물은 이재명의 첫마디 "많이 힘들죠?"

김종훈 2023. 4. 2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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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동규, '이재명씨'에서 '시장님', '지사님' 호칭 변화... 흥분해 소리 지르기도

[김종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배석판사 정현욱·정의진)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차 공판에서 이 대표가 증인으로 나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직접 신문했다. 2021년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래 공개적으로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말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4시가 막 지날 무렵, 이 대표는 재판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뭐 하나 물어보겠다. 많이 힘들죠?"라고 입을 뗐다. 훅 들어온 이 대표의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아뇨, 안 힘들다"고 당황한 듯 답했다.

두 사람의 문답 직전 이 대표의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위례신도시와 대장동 개발사업 등 현안에 대해 얼마나 자주 직접 보고했는지' 여부를 따져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위례와 대장동 관련해 여러 차례 보고했다"며 "차 마시러 갈 때도 있었다. 그래서 위례 사업 전반에 관한 내용, 대장동과 관련해 1공단 관련해서도 저하고 이재명 시장이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논의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듣고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말을 걸었던 것.

이재명 "논리적으로 이상하지 않나", 유동규 "이상하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문답에서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그 얘기를 한 것은 2013년 3월 7일 혹은 17일에 남욱의 녹취록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면서 "그 이전인 2013년 2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중동 신년간담회에서 2000억 원에 (1공단)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1000억 원이면 된다고 했다는 게 논리적으로 이상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하지 않다"며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 있을 때 말씀드렸다. 지사님도 저도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 "검찰 진술 내용을 보니까 '1000억 원이 있으면 (제1공단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한테 이야기했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 1000억 원 이야기하기 두 달 전에, 2013년 2월에 공단 공원화에 2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 건 알고 있냐?"
유동규 : "2000억 원이 아니라 1500억 원으로 알고 있다."

이재명 : "(대장동 개발 수익 중) 2000억 원은 공원 만들고 1700억 원은 주민에 대한 수익으로 (이야기했다). 말 바꾸지 마시고. 맞죠?"
유동규 : "금액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이재명 : "증인(유동규)이 그림을 그렸다고 했는데, 내가 그림을 그리며 설명할 일은 없어 보인다. 내가 그린 게 어떤 거냐?"
유동규 :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이 상황은 이 대표 말대로 '정영학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해당 날짜는 2013년 3월이 아닌 2013년 4월 17일 녹취다.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는 토지수용 문제 등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포장해 갖고 (이재명)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남욱)하고 나(유동규)하고만 알아야 한다. 1000억 원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라고 말했다고 정영학 회계사에게 전했다.

이재명 "몇 차례 대면 보고 했나?", 유동규 "명확하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한차례 공방 후에도 이 대표는 재차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파고드는 질문을 던졌다. 특히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처장과 함께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캐물었다. 

이재명 : "위례신도시 사업 (자금 조달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이탈 문제가 있어서 김문기 전 처장이랑 (나에게) 보고했다고 한 것 아니냐?" 
유동규 : "김문기하고 갔는지는 명확지 않다."

이재명 : "명확하지 않으면 아니라고 해야지 왜 아까도 수차례 김문기하고 보고했다고 얘기하느냐?"
유동규 : "김문기하고 보고는 시장님 재임기간 동안 여러 차례 간 건 맞다. 위례 때문에 간 건지는 명확하지 않고, 위례에 대한 보고도 저하고 시장님하고 이 부분에 대해 여러차례 이야기한 건 사실이다."

유 전 본부장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판부는 "증인 지금 증언이 왔다 갔다 하긴 한다"며 "아까 김문기씨랑 위례사업 관련해서 보고했다고 증언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다시 한번 유 전 본부장을 향해 "검찰에 거짓말을 한 거냐"며 유 전 본부장 진술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과거 검찰 진술에선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건 2013년 11월 28일밖에 없다고 했는데, 공판 과정에서 수차례 대면보고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아예 보고를 안 했다고 할 순 없지 않냐"며 "시장님이 (관련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는 걸 숨겨주고 싶었다"라고 항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또 이 대표는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해외출장 당시 화천대유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다고 말한 게 맞냐"고 따져 물었다. 

이재명 : "김만배씨와 불법적으로 사업자 공모가 예정돼 있다는 거냐, 다른 팀도 들어온다는 취지로 얘기한 거냐?"
유동규 : "불법이란 단어를 꺼낸 적은 없다. 하지만 정진상에게 사업자 공모에 들어온다고 말씀드렸다." 

이재명 : "증인이 협의 이해하는데 정진상과 상의할 이유 없지 않나?"
유동규 : "정진상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 먹고 시장님 아는지 모르지만 성매매도 하고 다 했다."

이재명 : "증인 마찬가지로 증인이 불법행위 하면 제가 용인했을거라 생각하나? 업무 관련해서."
유동규 :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거 모를 수 있나? 모르셨나?"

이 대표는 "그런 식으로 질문하지 말라. 내가 중범죄를 당시 용인했을 거라 생각하냐고"고 지적하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은 하급자 시켜 형님을 정신병원에 넣지 않았냐. 그런 범죄를 밑에 사람에게 시켰지 않냐"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다"며 유 전 본부장을 진정시켰다.

이날 이 대표는 질문하는 내내 차분함을 유지했고, 유 전 본부장은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로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유 전 본부장은 앞선 공판을 포함해 이날까지 이 대표를 지칭할 때 '이재명씨'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대표의 질문이 시작되자 그를 지칭하는 호칭이 '시장님'과 '지사님'으로 변경됐다. 이 대표의 대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수세에 몰리는 듯한 상황이 만들어지자 검찰은 재판부에 "증거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질문을 하니 (유 전 본부장이) 정확하게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21년 12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문기 처장은 개인적으로, 시장 재직 때 좀 아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검찰은 이 대표가 시장 재직 때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음에도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 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3일 이후 격주 금요일마다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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