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이재명, 격분한 유동규…법정서 정면 충돌했다
“뭐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 힘듭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때 심복’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넸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다섯 번째 재판에서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의혹이 제기된 2021년 9월 이후 지난달 31일 이 대표와 처음으로 법정에서 만났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말문이 트인 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과정에서였다.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에게 1공단 공원화 사업을 어떻게 보고했는지 설명하던 유 전 본부장은 “저하고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공원을 그렸던 거 기억 안 나시냐”며 이 대표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뭐 하나 물어보겠다”고 입을 뗀 이 대표는 “내가 그린 그림은 뭐였냐” “(유동규가) 검찰에서 진술할 때 정진상하고도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기억도 안 나냐”며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 전 본부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 진술서를 말하는 거냐”고 답했다. 재판부가 “논점에서 벗어난다”며 제지하고 10분간 휴정을 선언하면서 두 사람의 언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김문기하고 언제 몇번 보고했냐” 고성 오간 법정
유 전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이 (사업에서) 나가게 됐고 일정 맞출 수 있느냐 없느냐를 시장님한테 말씀드렸다”면서도 “위례 관련해 보고가 많이 이뤄졌는데 김문기와 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물러섰다. 재판부가 “증언이 왔다 갔다 한다”고 지적하자 유 전 본부장은 “김문기와 보고했다고 생각한다”며 뒤늦게 덧붙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정확히 보고 시점이 언제냐’는 취지로 따져 묻자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11월 28일인지 29일인지 확실치 않다”며 “진상이 형이랑 얘기하고 ‘내부 보고자료가 있다. 시장 보고용’이라고. ‘가져가서 보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보고 시점은 오후라고 했다. “업무가 바빴을 텐데 정진상한테 말하든지 하지 왜 쫓아왔느냐”며 이 대표가 다시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어떻게든 성공하라 하지 않았냐”고 되받으며 고성이 오갔다. 이 대표는 재차 “기록이나 김문기 진술에 의하면 2016년 1월에 (김문기가 보고에) 참석한 게 처음이라고 돼 있다”며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불법행위 용인했겠냐” vs “시켰잖아요 시장님!”
이 대표는 “불법행위를 하면 내가 용인했을 거라 생각하냐”며 “(범죄는) 숨기는 게 불가능하니 숨길 일 하지 마라, 우린 어항속의 금붕어다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냐”고 유 전 본부장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오히려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집어넣는 범죄는 밑의 사람한테 안 시켰어요? 시켰잖아요 시장님!” 언성을 높인 채로 유 전 본부장이 “암암리에 했지 않냐. (성남시장 및 경기도지사 선거) 공신들 불법취업은 중범죄에 해당 않냐”고 맹비난하자 재판부는 다시금 ”이 사건과 직접 관계 없는 내용”이라며 제지했다.
한편 이날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일화도 추가로 떠올렸다. 그는 “이재명 시장에게 ‘김문기 영어 못한다’ 장난스레 이야기하고 ‘덤벙댄다’고 했다. 이재명 시장도 그러니까 ‘덤벙대는 것 같다’고 호응했다”며 “(김문기가) ‘이재명 시장이 참돔 잡았는데 70㎝가 된다고 좋아했다’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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