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통과에… '간호사 빼고' 의료계 파업 예고 [여의도브리핑]
두 법안이 의결되자 보건복지의료연대에 소속된 13개 보건의료 단체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고, 파업을 예고했다. 사실상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계 직역이 파업을 선언해 당장 국민의 의료이용에 차질이 우려된다.
◇간호법·의료인 면허 취소법 핵심은?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 내에 존재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안으로 분리한 것이다.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구분했으며,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게 핵심이다.
그러나 두 가지 부분에서 타 직역의 반대가 발생했다. 의협, 치협 등은 간호법 단독법 제정이 개별법 난립을 유도해 현행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분은 업무영역부분이다. 현행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로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명시하고 있는데, 간호법 제정안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일부 문구를 수정했다. 또한 '의료기관 활동' 규정을 '지역사회 활동' 규정으로 넓혔는데, 이를 두고 갈등이 생겼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간호법 제정안에서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은 '모든 범죄’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의료인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한 것이다. 기존 법안은 의료인 결격사유를 의료관련법령 위반으로만 제한했다. 그 때문에 강간 등 성범죄,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가 유지되는 상황이었다.
개정안은 면허 취소와 면허 재교부 기준도 강화했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발급 요건을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 면허 취소와 면허 재교부가 영구적으로 제한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의료와 상관없는 금고 이상의 모든 형에 의해 의사면허를 박탈한다는 내용으로, 직업상의 자유를 제한하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불합리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개정안은 의료인들의 책임성에 기반한 소신진료를 방해하고, 리스크가 높은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들며, 방어진료를 양산해 생명이 오가는 의료현장의 신속성과 전문성은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고 밝혔다.
◇'간호사 뺀' 의료계 파업, 의료이용 제한될까?
사실상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직역이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반기를 들며 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이 소속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연대 총파업을 선언하고, 오는 5월 4일부터 부분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분파업이라도 당장 진료가 필요한 환자의 의료이용엔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구체적인 총파업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다. 보건의료계는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거부하면, 총파업을 철회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 따르면,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사용 여부는 내달 16일로 예상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총파업 여부는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간호법과 의사면허 취소법 의결의 후폭풍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는 의료이용 불편 최소화를 위해 분주한 상태다. 복지부는 28일 오전에 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해 의료현장 혼란 최소화를 위한 대응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 관련 단체의 파업․휴진 등에 대비하여 상황을 관리하고, 진료대책 점검 및 유관기관 협조체계 등을 구축하는 단계다.
긴급상황점검반은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반장,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부반장으로 두고, 총괄팀(보건의료정책관)‧비상진료팀(공공보건정책관)‧지자체대응팀(건강정책국장)‧대외협력팀(건강보험정책국장)‧소통홍보팀(대변인) 총 5개 팀으로 구성됐다. 긴급상황점검반은 일일점검체계로 운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이용 차질 발생 여부 등 상황 파악 ▲비상진료기관(보건소 포함) 운영현황 점검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의료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사태 수습과 별개로 복지부는 간호법 제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보건의료계가 간호법안 찬반으로 이분되어 크게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의 간호법안 중재 노력에도 이러한 갈등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채 야당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되어 매우 안타깝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은 "정부는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과 반발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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