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투 기적" 尹연설에…中 "머리 깨지고 피 흘릴 것"
중국 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중 6ㆍ25 전쟁 장진호 전투 대목을 콕 집어 반발했다. “기적 같은 성과”라고 평가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항미원조 전쟁의 (중국 측) 위대한 승리”라며 정반대의 역사관을 드러내 비판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기자가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자 준비된 답변을 낭독했다. 마오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 깊게 봤다”며 “항미원조(抗美援朝ㆍ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 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심원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어떤 국가나 군대도 역사적 조류의 반대편에서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고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란 강철 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게 해준다”며 “관련국들은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고 이런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진호 전투의 생환 과정을 기적이라고 평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중국이 승리한 전투라고 비난하는 것임과 동시에 중국이 6ㆍ25 전쟁을 미국의 침략에 대항해 북한을 도운다는 의미의 항미원조 전쟁으로 불러온 역사관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은 명백히 북한의 남침으로 벌어진 6ㆍ25 전쟁을 미국의 침략에 따른 전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 미국의 전쟁사에 대해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 이라크전쟁 등을 도발하거나 발동해 군사적 패권을 확장하는 길을 열었다”고 기술한 공식 문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마오 대변인은 “장진호 전투에 대한 중국 전쟁사의 기재에 따르면 미군 2만4000명을 포함해 총 3만6000명을 섬멸했다”며 “그중 미군 한 연대 전체를 섬멸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2021년 개봉한 영화 ‘장진호(長津湖)’에서도 미군의 반복되는 폭격과 이후 이들의 후퇴를 막아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투 장면을 집중 조명해 역대 흥행 수입 1위를 기록했다.
영화는 철저히 항미원조 전쟁이란 중국의 역사 인식에 맞춰 구성됐으며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된 사실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진행형인 미ㆍ중 갈등 속에 미국이 침략자란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풀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 의회 연설에서 “미 해병대 1사단은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 12만 명의 인해 전술을 돌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며 “장진호 전투에서만 미군 4500명이 전사했고, 6ㆍ25 전쟁에서 미군 약 3만7000명이 전사했다”며 한·미 동맹의 혈맹 관계를 강조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녀와 밥먹고 13명 사망…경찰 전처 청산가리 살인 '태국 발칵' | 중앙일보
- 16세 정동원 검찰 송치…전과 안남는 제도 있는데 본인이 거부, 왜 | 중앙일보
- 서세원 딸 서동주 "아버지 캄보디아서 화장"…국내 장례는 | 중앙일보
- '도를 아십니까' 따라가봤다…진용진 머릿속을 알려드림 | 중앙일보
- 아내와 일본여행 온 중국인 소방관…도쿄 한복판서 20대 성폭행 | 중앙일보
- 같은 그 브랜드인데...그날 이재용 딸 '하객룩' 느낌 달랐던 이유 | 중앙일보
- 연봉 3.6억 좋다더니 돌연 포기...'산청군 의사' 눈물의 5차공고 | 중앙일보
- "이 괴물이면 신붓감 탈락"…짝짓기 몰려간 중국 남성들 내건 조건 | 중앙일보
- “임창정, 아내와 함께 주가조작 일당 ‘1조 파티’ 왔다” | 중앙일보
- 돈봉투 논란에도 민주당 지지율 37%로 상승...'그들' 움직였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