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8조 날리고 무더기 하한가 행진 끝…이복현 "지휘고하 막론 조사"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를 통한 ‘매물 폭탄’으로 인해 시작됐던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5일 만에 중단됐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천리는 전날보다 22.89% 오른 1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서울가스(13.49%)와 대성홀딩스(8.79%), 선광(2.1%), 다우데이타(5.34%), 다올투자증권(10.43%), 하림지주 (2.97%) 등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날 반등은 개인투자자들이 낙폭 과대 종목의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매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시작된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이들 8개 종목을 183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천리(547억4800만원)와 다우데이타(382억7000만원), 하림지주(296억3000만원) 등을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는 28일에도 삼천리를 223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이들 종목의 매수를 이어갔다.
이들 종목 8개 종목은 지난 24일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후 대성홀딩스 등 일부 종목은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이날 기준 이들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21일(약 12조1949억원)보다 약 7조8493억원 감소했다.
한편 반대매매를 통한 청산이 이뤄지며 투자자의 손실도 확정됐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차입결제거래(CFD) 추가 증거금 납입 등을 요청받고 있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게시글 등에 따르면 한 투자자는 DB금융투자로부터 “CFD 증거금 비율이 마이너스 927.4%로 오늘 기준으로 입금해야 하는 금액은 43억원”이라는 공지 문자를 받았다. 다른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도 수십억원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CFD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를 했던 만큼 투자 손실액은 원금보다 더 클 수 있다. CFD는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 원금의 최대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대성홀딩스 등 일부 종목은 주가가 4거래일 연속 하한가 행진을 하며 청산이 이뤄지지 않아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원금 손실은 물론 증권사에 거액의 미수금을 내야 한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한 주가조작 여부에 대한 금융 당국의 조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 금융위와 금감원, 남부지검 등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28일 “지위 고하나 재산의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 오너 등 에 대한 조사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엄정한 대응은 시장 확대를 위한 신뢰성 확보에 기본적인 요소”라며 원론적인 수준의 답을 내놨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 전 대주주의 지분 처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무더기 하한가 사태 전인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 주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의 차익을 챙기며 논란이 빚어졌다. 다우데이타 주가는 지난 27일 1만6490원으로 지난 21일 종가(4만3550원)보다 62% 하락했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지난 1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서울가스 주식 10만주를 주당 45만6950원에 매도해 456억9500만원을 현금화했다. 김 회장 개인 지분율은 11.54%에서 9.54%로 줄었다. 김 회장의 지분 매도 후 서울가스 주가는 24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지난 27일 11만270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투자회사 대표 라덕연씨는 전날 KBS 인터뷰에서 김 회장 등을 지칭해 “지금 이 일련의 하락으로 인해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28일 “공교롭게도 그때 매각을 했던 것이고 사실은 (김 회장이) 그 전부터 팔려고 했다”며 “(라 대표가 제기한 의혹은) 0.00001%의 가능성도 없고, 직을 걸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증권업계 대표를 불러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금감원은 “신용융자와 CFD 등과 관련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경우 시장 변동성 확대 등 증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CFD 관련 최근 과도한 고객 유치 이벤트 운영은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CFD 등 '빚투'(빚내서 투자) 관련 지표는 올해 들어 일제히 치솟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CFD 잔고 금액은 지난해 말 2조3000억원에서 올해 2월 말 기준 3조5000억원으로 52.2%(1조2000억원)가 늘었다. 신용융자잔고도 지난 26일 기준 20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1.8% 증가했다. 특히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으로 분류되는 대차잔고도 79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9.6% 증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CFD 계좌 허용 여부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자국 내 거주자와 시민의 CFD 거래가 금지돼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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