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엄 촘스키 "한국, 평화협정 추진하고 독립적 나라가 되길"
[전희경 기자]
지난 26일(미국 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미국 정부가 한국이 중국 반대 대열에 서게끔 압박하고, 한국의 국가 안보 측면의 위험이 제기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두 정상의 '워싱턴 선언'이 발표됐던 26일, 평화 활동가들은 노엄 촘스키 전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현 애리조나대 교수) 함께하는 '미국의 신냉전 정책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쟁위기' 웨비나를 가졌다.
시몬 천 박사가 토론 사회를 맡았고, 크리스틴 안(Women Cross DMZ), 최성희 (강정마을 국제팀), 그레고리 엘리치(한국정책연구소), 크리스틴 홍(미국 산타 크루즈대), K.J. 노 (평화를 위한 재향군인), 사토코 오카 노리마츠 (평화 철학 센터)가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현 정세를 요약한 뒤 촘스키 교수에게 관련 질문을 던졌다.
촘스키 교수는 웨비나에서 "평화협정이 중요한 단계다. (한국이 미국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와 유엔 헌장에 근거한 국제 질서, 2개의 국제 질서가 있는데 한국에겐 종속되는 길이 아니라 독립적인 길로 갈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미국 패권 경쟁에서 자국의 규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거나 개입을 한다면서, 중국 시장을 버리고 미국에 종속되는 대립의 길이 아니라 (다자간) 타협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 노엄 촘스키 교수 웨비나 "미국의 신냉전 정책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쟁위기" 웨비나 패널들.첫줄 왼쪽부터 노엄촘스키, 시몬천, 크리스틴 안, 둘째 줄, 최성희, 그레고리 엘리히, 사토코 오카 노리마츠셋째 줄, 크리스틴 홍, K.J. 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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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안 위민크로스디엠지(WCDMZ) 대표는 3월 3일 연방 하원에서 발의된 "한반도 평화법안 (H.R.1369)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지난 회기에) 50여명에 이른다"면서 지난 회기에 폐기돼 새로 발의된 평화법안(현재 25명 공동지지)을 지지해달라는 활동을 소개했다. 또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핵잠수함' 관련 내용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비판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은 한국 대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한국기업으로 하여금 일본의 잘못을 보상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사토코 오카 노리마츠 평화철학센터 이사는 일본의 잘못된 침략 과거사를 짚었고,
최성희 강정평화활동가는 해군기지가 된 제주 강정마을의 투쟁을 소개했다.
그레고리 엘리치 한국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어떻게 많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는지"를 질문했다. 엘리치 연구원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치시키는 것이 국익과 반대되는 경우를 예로 들면서 한국이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을 적대시하고, 윤 대통령은 NATO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NATO가 아시아 태평양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를 질문했다. 이에 대해 촘스키 교수는 "NATO는 미국을 의미하고 전쟁의 위협을 증가시킨다"고 평가했다.
산타크루즈대 크리스틴 홍 교수는 미국 대학들이 군산복합체와 관련된 폭력의 구조화에 기여했다면서 촘스키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촘스키 교수는 반전 반핵 운동과 학생들을 가르쳤던 MIT대에서의 경험을 들려줬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최성희씨는 "촘스키 교수는 미 전략핵 잠수함 하나는 200여개의 도시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미 전략 잠수함이 한반도에 상시 출현하였을 때의 위협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최성희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제주 강정은 미핵잠수함과 미핵항공모함을 비롯, 미국과 호주의 군함들이 모두 10여 차례 방문한 곳"이고, "제주의 지정학적 위치를 생각해볼 때 미전략핵잠수함의 출현을 예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4월 26일 웨비나는 제주 사람들의 투쟁 의지를 고양시키고 자부심을 갖게 하였다"며 "강정은 제주가 비핵.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도록 계속 싸울 것"이라고 웨비나 참여 소감을 밝혔다.
시몬 천 박사는 촘스키 교수의 발표 전에 '미국의 정책은 러시아 및 중국과의 균형 잡힌 외교 관계와 북한과의 평화를 강력히 지지하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정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의 목적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망과의 관련성을 증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주종관계는 한국 국민들의 반미 감정을 높이고 있다고 봤다.
▲ "미국의 신냉전 정책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쟁위기" JNC TV 주최의 웨비나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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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동영상 축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에 변호인으로 참여했을 때, 촘스키 교수님이 김어준, 주진우 두 분에게 탄원서를 써줬던 인연이 있다"며 교수와의 개인적 인연을 소개했다. 김 의원은 "강력한 보호무역으로 패권 경쟁을 심화시키는 미국과 평화헌법 9조를 무력화하고 군비증강을 추구하는 일본"을 지적하며 "진정 평화를 원하면 호혜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론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만의 전략 없으면 다른 이의 전략의 일부가 된다"라며, 웨비나가 "불확실성 시대를 헤쳐나갈 전략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이날 웨비나는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JNC TV'가 주최하고, 33개 평화운동 및 시민단체들이 후원했다. 노엄 촘스키 교수 줌 웨비나는 160여 명이 참여했으며, 유튜브로 생중계됐다(https://www.youtube.com/watch?v=MWd7G42-uHs).
한편, 28일 제주 강정에서는 한미정상회담 워싱턴 선언을 규탄한다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제주는 비핵·비무장 평화의 섬임을 선언한다!
제주는 비핵·비무장 평화의 섬임을 선언한다!
-한미정상회담 워싱턴 선언을 규탄한다-
윤석열과 바이든, 한미 양국의 대통령들이 미국 시각으로 4월 26일 이른바 '한미 확장억제 강화'라는 이름 아래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는 '한-미 핵협의그룹' 을 설립하고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등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 시키겠다고 언급되어 있다. 또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포함해 확장억제에 관한 정부 간 상설협의체를 강화'하고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간의 긴밀한 연결'을 포함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억제' 라는 말은 유사시 핵 무기 사용을 의미하며 이는 무력과 무력 사용 위협을 반대하는 유엔 헌장 2조 4항에 위배된다. 유엔 헌장 51조가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 자위권은 유엔 헌장 전문에 언급된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 '공동의 이익'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핵무기는 인류와 뭇 생명의 멸절을 가져오고 한번 핵전쟁이 터지면 제 2의 핵전쟁은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핵무기 사용과 사용 위협은 그 자체로 인류와 모든 생명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다.
한편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오하이오 급 핵탄도미사일 잠수함 SSBN일 것을 언급하였다. 미국은 오하이오 급 SSBN의 한반도 출현이 '공식적으로는' 지난 40년 동안 없었다고 말한다. 18,000톤이 넘는 오하이오 급 SSBN 1대는 20여개의 탄도미사일과 80여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핵탄두 한 개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 탄두 각각의 3배 이상의 규모에 이른다. 즉 오하이오 급 핵탄도미사일 잠수함 1대는 약 200여개의 도시를 파괴할 수 있다.
이러한 무시무시한 핵잠수함이 한반도에 자주 출현하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하이오 급 전략핵잠수함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약 1만 킬로 미터라 함은 이 잠수함이 좁은 한반도 방어에는 군사적 효용성이 없을 것임을 말한다. 미 본토 가까운 앞바다에서도 요격이 가능한데 북한을 요격할 것이라면 굳이 한반도 주변까지 배치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이는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무력 사용 위협이며 지역내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 시킬 수 밖에 없다.
5년전 4월 27일 적대관계의 종식과 단계적 구축을 명시한 판문점 선언이 있었다. 5년 후 우리는 그와 반대로 적대적 관계의 심화와 핵 무력 시위를 보고 있다.
뭇 생명의 이야기와 역사가 45억년간 고스란히 배태된 지구는 기후 재앙으로도 멸망하지만 단 한번의 핵전쟁으로도 멸망한다. 핵무기 사용 위협 자체가 국제 인도적 원칙과 양심에 반하는 으뜸가는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적대적 관계의 심화와 전쟁 훈련의 강화가 그 실 내용을 이루는 '힘에 의한 평화'는 핵 군축은 커녕 상대방의 핵실험과 핵 무기 생산을 가져옴을 우리는 북한을 통해 여실히 보지 않았던가. 더구나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 러시아, 북한 모두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명시한 상황, 핵 전쟁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렇지 않아도 핵전쟁의 위험이 높아가는데 외교와 대화로 문제를 풀려고 하기는 커녕, 평화라는 이름 아래 핵무기 사용 위협을 선언한 한미 양국 정상을 규탄한다.
우리는 지금 이 곳 강정에서, 제주에서, 제주가 비핵·비무장 평화의 섬임을 선언한다.
세계의 비핵·비무장이 이루어지도록 우리는 이곳 강정으로부터, 제주로부터, 함께 실천할 것이다.
제주는 비핵·비무장 평화의 섬임을 선언한다!
2023년 4월 28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그리고 제주가 비핵·비무장 평화의 섬임을 선언하는 사람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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