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성과" - "공허한 승리"... 미국 내 워싱턴 선언 엇갈린 평가
[윤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미 정상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미국 전문가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7일(현지 시각) 워싱턴 선언에 관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을 잇따라 소개했다.
▲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기고 '왜 바이든과 윤(대통령)의 합의가 빅딜인가'. |
ⓒ 포린폴리시 갈무리 |
안보 전문가 그레이엄 앨리슨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왜 바이든과 윤(대통령)의 합의가 빅딜인가'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워싱턴 선언은 핵무기 확산 방지라는 미국 국가안보전략의 가장 위대한 성과를 다시 상기시킨다"라며 "이 협정은 한미 동맹 간의 핵 억지력 공조를 강화하고,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음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제공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대부분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며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비핵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다시 확인하는 대신,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에 조국의 생존을 걸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레이엄 교수는 "이것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두 정상의 협정은 핵 확산이라는 상자의 뚜껑에 못을 막는 가장 최근의 못"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확실한 위협이 되자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확장억제 약속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우려하는 가운데 이번 협정은 한국에 추가적인 안심을 제공했다"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보팀은 윤 대통령과 그의 동료들의 우려를 존중하고,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득하는 구체적인 조치(워싱턴 선언)로 한국을 포용했다. 미국의 또 다른 승리"라며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려면 양국 간 정상, 군, 정보기관, 외교관, 의회, 심지어 시민 간의 광범위하고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 미국과학자연맹(FAS) 애덤 마운트, 토비 달튼 선임연구원의 기고 '미국과 한국의 철통같은 동맹이 녹슬었다'. |
ⓒ 포린폴리시 |
반면 미국과학자연맹(FAS) 애덤 마운트와 토비 달튼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철통같은 동맹이 녹슬었다'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변덕스러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대가를 갈취하면서 툭하면 동맹을 끊겠다고 위협한 데다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한국은 미국이 자신들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게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녹슬고 있는 한 징후로는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라며 "윤 대통령도 지난 1월 핵무장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꺼리는 금기를 깨면서 미국 관리들을 놀라게 했다"라고 상기시켰다.
이어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핵무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다소 가라앉기를 바라겠지만, 이는 복합적이면서도 공동의 노력 없이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한국의 친핵 진영은 핵무기를 국력의 문제로 여기며, '핵무기만이 핵무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에 입각한 열성론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핵무기 확산 방지는 미국의 핵심 목표이고, 미국은 이를 위해 핵 폭격기로 힘을 과시하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확신시켜 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핵 보장은 한국을 안심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핵 보장 요구를 낳을 뿐이고, 미국 관리들은 '밑 빠진 독(bucket with a hole)에 물을 붓는 것 같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재래식 무기가 통하지 않을 때만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로 이를 미리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워싱턴 선언이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단호한 대응을 약속하지만 반드시 핵 대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미국의 자유주의적 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수석연구원의 기고 '미국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
ⓒ 포린폴리시 갈무리 |
이와 관련해 미국의 자유주의적 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수석연구원은 전날(27일) 기고문(미국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미국의 공허한 승리(hollow victory)"라고 평가하고 결국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반대로 북한은 미국의 안보 공약에 도전할 수 있는 수단을 갈수록 더 많이 획득하고 있다"라며 "미국이 실제로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를 전제로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라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실상 고립된 상태에서도 살아남았다"라고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을 설득하려면 적대적으로 보이는 정책부터 끝내야 한다"라며 "가장 먼저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를 철회하고 서로 교육·문화·스포츠 분야에서 교류를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했던 것을 고려할 때 분명 위험이 따르지만, 개방적인 정책은 오히려 북한이 선을 넘을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 상호존중 의지를 보여주고 정례적인 외교 채널을 열어야 한다"라며 "처음에는 연락사무소 정도로 시작하더라고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한 외교 관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로 가는 길은 매우 어렵지만, 작은 발걸음부터 시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라며 "어느 쪽도 상대방을 신뢰할 이유가 없는데, 어느 쪽도 그런 신뢰를 구축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접근법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실패"라고 밝혔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래하며 즐거워하는 윤 대통령... 슬픕니다
- 5년 전과 정반대, 미국만 바라보는 한국 대통령
- 쏟아지는 닭뼈에 마음이 와르르... 이러지 맙시다
- '4캔 만원' 수입맥주에서 수제맥주로... 시장이 바뀐 이유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축하아니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상 수상
- 우연히 시작한 습관 하나로 10kg 감량했습니다
- 수업 중 자거나 딴짓 하지 않는 학생들의 비결
- 원희룡 반박한 심상정 "전세사기, 임대차 3법 탓? 사실 아닌 정치공세"
- 전국에 농약 묻은 송홧가루 날린다... 국민 건강에 치명적
- '온건·비명' 박광온 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 '쇄신과 통합'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