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발 의료대란 오나…의협 등 13개 단체 "4일부터 파업"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다른 보건의료 직역 단체가 예고대로 파업에 돌입한다.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재난위기 경보를 발령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3개 의료단체 “4일부터 부분 파업”
이 회장 등 의료연대 직역 단체장들은 간호법·의료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지난 27일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25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부분 파업 방식으로는 의료연대에 소속된 단체들이 지역별로 동시에 연가를 내고 오전 또는 오후 시간대를 나눠 파업에 참여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주말 각 13개 단체별 긴급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구체적인 로드맵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총파업 시점과 방법은 다음 달 2일 발표될 예정이다.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주말(30일)까지 비대위 논의를 거쳐 13개 단체가 총파업 시기 등을 최종 조율하고 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 측은 이번 주말 동안 전국 시·도 의사회장단이나 전공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여러 관계자 의견을 듣고 총파업과 관련한 세부적인 의견 일치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의협 비대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고려해 총파업 날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15일 이내 이의서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라 앞으로 2주 이내에 간호법·의료법 운명이 대통령 손에 달려 있게 됐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해 이번처럼 야당 주도로 법안이 가결되기가 까다로워진다.
이에 따라 의협 비대위는 다음 달 9일 혹은 16일 국무회의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지켜본 다음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거나 당장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여러 선택지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거부권 미행사 시 다음 달 17일께 총파업에 들어가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도 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고 주말 동안 의협 비대위, 13개 단체와 잘 협의해 국민 반감을 사지 않는 방향으로 총파업 수준을 공식화하겠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재난위기 관심’ 발령
‘의료현장 혼란’을 이유로 간호법에 반대 의사를 밝혀온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관심 단계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 관련 단체 파업·휴진 등에 대비해 상황을 관리하고, 진료 대책 점검과 유관기관 협조 체계 등을 구축하는 단계다. 전날(27일) 복지부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하고, 24시간 의료현장 점검에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이용 차질 발생 여부 등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 국민 의료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법 제정안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언”이라며 맞서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을) 약속하셨던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실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간협은 이 같은 판단에서 전날(27일) 윤 대통령을 향해 “일부 갈등 세력의 주장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 간호계 관계자는 “다른 직역 단체 총파업은 두렵지 않지만 대통령 거부권에 따라 간호법 명운이 바뀔 수 있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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