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도시' 화성시가 산재사망 1위인 이유
[화성시민신문 정경희]
▲ 2022년 9월 30일 향남 제약공장 폭발 사고로 인해 김신영 씨가 사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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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로 정한 배경에는 1993년 태국의 한 인형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88명의 노동자가 죽임을 당한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화를 당한 이유는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까봐 회사 측에서 공장 문을 잠궜기 때문이었다. 노동자가 피할 수 있는 탈출구를 막아버린 회사 측의 모습이 요즘에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2022년 산재사망 노동자는 2,223명이다. 이 중 사고사망 노동자는 874명이고, 경기도가 256명으로 가장 높고, 이중 화성시는 42명이다. 2021년에 비해 경기도는 35명, 화성시는 10명이나 더 많은 노동자가 죽임을 당했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지난 6년간의 통계치에서도 최악의 노동자 살인 지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화성시 일자리지원과 관계자들은 사업체와 노동자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동자의 사망원인은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사항 위반, 이를 관리 감독하는 고용노동부의 무능, 사업체의 허가권과 세금을 받으면서 산재예방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숫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경기도와 화성시에 안전하지 못한, 유해하고 위험한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 평가로 자율규제를 골자로 한 중대재해로드맵을 발표하고, 노동시간 주 69시간을 제기한 바 있다. 노동자의 알권리, 참여권, 작업중지권이 행사되지 못하는 현장에서 노사가 공동으로 위험성을 평가하고 개선대책을 세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 있는 위험성 평가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반증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주 52시간으로 장시간 노동 사회이고 이미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노동안전보건전문가의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는 자율규제를 운운하기 전에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하고 강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노동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 먼저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전체 사업체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 사업장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사업장 출입 권한만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지자체장에게 산재예방의무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사업장 허가 시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사업주 의무사항에 대해 점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소규모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00만 부자 도시 화성시에서 노동자가 가장 많이 죽임을 당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화성시의 노동안전정책은 아쉬움이 매우 크다. 지난 행정 개편에서 노동권익팀은 노사협력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산재예방조례를 제정하면서 노동자 시민사회 대상 공청회를 한 번도 열지 않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시장이 바뀌어도 더욱 확고하다. 기업 하기 좋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기업이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인가. 후자라고 믿고 싶다!
화성시는 곳간에 쌓이는 세수가 사업주 개인이 아니라 사업체에 속한 노동자의 피땀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화성시는 지난해 산재사망노동자 추모비 건립과 소규모사업장 안전관리체계 마련을 화일약품중대재해사망사고대책위와 합의한 바 있다. 기초지자체 산재사망노동자수 1위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노력의 첫걸음은 이 합의를 최선을 다해 이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화성시에서 일하다 구조적 살인을 당한 화일약품의 29세 고 김신영님을 비롯한 41명의 노동자를 추모하며, 화성시에서 이 같은 비극이 사라지는 날까지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는 사회적 역할을 해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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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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