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상 깬 '반도체 부진'에…1분기 세금 24조 덜 걷혔다

정진호 2023. 4.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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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조원. 올해 1~3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세수 규모다. 특히 법인세가 급감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줄 부진이 법인세 감소로 이어지면서 수십조원대 대규모 세수 결손의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3월까지 24조원 덜 걷혔다


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1~3월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원 줄었다. 정부는 줄어든 세수의 9조7000억원은 세정지원 등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제외해도 14조3000억원이 모자라다. 4월부터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수가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28조6000억원 결손이 발생한다. 당초 정부가 올해 세수 규모(400조5000억원)를 지난해보다 4조6000억원 높게 잡아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3월 법인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8000억원 감소했는데 이 중에서 3월만 1년 전보다 6조1000억원의 법인세가 덜 들어왔다. 2월까지만 해도 7000억원 차이에 불과했는데 3월 들어 격차가 벌어졌다. 법인세는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3월에 신고가 이뤄진다. 실질적인 올해 법인세수 감소가 3월부터 나타난다는 뜻이다. 분납을 하는 법인세 특성상 4·5월에도 지난해보다 법인세수가 감소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세수 규모를 예상하면서 법인세가 지난해(103조6000억원)보다 많은 105조원 걷힐 것이라고 봤는데, 이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법인세 까보니…정부 “결손 확실”


지난해 4분기 법인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정부 전망이 빗나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1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68.9%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1조70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정정훈 기재부 예산총괄국장은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1~3분기에 비해 4분기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했다”며 “지난해 예상한 시점보다 경기가 빠르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법인세 세수 결손은 확실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3년도 세수 전망을 내놓은 지난해 8월만 해도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 악화를 예상하지 못 했다는 의미다.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양도소득세 등 재산세수도 줄었다. 1~3월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소득세는 1년 전보다 7조1000억원(20.1%)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모든 내국세가 지난해보다 덜 들어왔다.


법인세 메울 세금 없어…전망 재추계


정부는 올해 세수를 다시 전망하기로 했다.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재정 운용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내부 의사결정용으로 재추계 결과를 공개하진 않는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세수결손을 인지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세입 확대 방향을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기도 했다.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가 대폭 작년보다 줄 텐데 이를 받쳐줄 수 있는 다른 세목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세수 앞에서는 정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얼마가 부족할 것인지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재정운용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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