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문 '활짝' 여니 전통시장 상인은 웃음꽃 '활짝'
[서형우 기자]
▲ 지난 24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광장 시장에는 평일인데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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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추귀순씨는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젓갈을 이쑤시개에 꽂아 하나씩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4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평일임에도 거리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주로 한국의 전통 음식과 식기류를 구경하러 온 이들이었다. 국적도 다양했다. 추씨는 "과거에는 일본, 중국인 위주로 가게를 찾았다면, 요즘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언어가 잘 안통해서 말로 설명하기보다 주로 시식을 권유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근처에 있던 행인 김아무개씨도 "최근 들어 시장을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던 전통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3월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간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은 약 50만 명 정도였다. 구체적으로는 47만9248명으로 전년 2월(9만 9999명)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이들은 서울 곳곳을 누비며 상인들의 매상을 올려주는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 전통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조아무개 종로광장전통시장상인총연합회 이사는 "코로나 출입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광장시장에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상인들이 시름을 덜었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관광협회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안내책자에도 서울 도심 내 재래시장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
외국인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기 쉽고, 쇼핑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먹어볼 수 있는 건 전통시장만의 큰 특색이다.
광장시장에서 호떡을 먹던 미국인 이반씨는 "서울 어디서나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전통시장에서 먹는 한식은 조금 더 특별하다"며 "특히 김밥은 초밥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칼리드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햄이나 돼지고기 등을 먹지 않는데 한국에는 야채 위주의 음식이 많아 음식 선택이 수월하다"라고 말했다.
불어나는 외국인 방문객에 상인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그 나라 언어를 배우거나 외국인 상인을 고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광장시장에서 만물상을 운영 중인 이씨는 "외국인들이 시장을 하도 많이 찾다보니 자연스레 외국어를 익히게 됐다"며 "장사하는 데 무리 없을 정도로 중국어, 영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 식료품을 파는 정씨는 얼마 전 중국인을 고용했다. 그는 "(중국인을 고용한) 덕분에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 가게에 더 자주 오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전통 시장을 찾는 외국인들의 러시가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을 위한 안내 서비스를 보다 체계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프랑스에서 온 프랭크씨는 "영어로 된 길 안내가 없어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행업협회가 2019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언어소통(31.6%)을 꼽았고, 뒤이어 교통(13%), 편의시설 부족(9.2%)을 제시했다.
이에 서울특별시관광협회에선 '움직이는 안내소'인 관광통역안내사를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등 총 9곳의 서울 관광 요충지에 배치했다.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고려해서다. 이향림 관광통역안내사는 "매일 광장시장을 돌며 외국인들이 시장을 둘러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광장시장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의 전통시장에서 저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통인시장에는 번역 서비스 기업 플리토가 디지털 다국어 메뉴 번역 서비스를 올 1월부터 도입했다. 통인시장 활성화의 일환이자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된 외국인 손님맞이를 위한 결정이다. 카메라를 QR 코드에 갖다 대면 낯선 한국 메뉴를 자국 언어로 번역해 읽어볼 수 있다. 다만 아직 개선할 점은 남아있다. 플리토의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한 상인은 "외국인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며 "접근성을 늘리고 서비스 홍보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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