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도 1분기 4조 적자…반도체 한파 타개할 ‘반전 카드’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4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의 분기 손실을 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악의 실적을 낸 데 이어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인텔도 불황을 비껴가지 못한 셈이다. 다만 바닥을 찍은 반도체 경기도 쌓였던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면서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인텔의 1분기 매출은 117억 달러(약 15조6600억원)로 전년 동기(184억 달러) 대비해 36% 급감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매출 감소세다. 순손실이 28억 달러(약 3조7500억원)로 지난해 1분기 81억 달러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지금까지 최대 적자였던 2017년 4분기(6억8700만 달러)에 비해서 4배 늘었다.
인텔의 타격은 PC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감소로 반도체가 덜 팔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초기에 전자제품을 사들인 사람들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상황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텔의 최대 매출원인 CCG(PC CPU 부문) 사업부 1분기 매출액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프로세서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사업부문 매출도 같은 기간 39% 줄었다.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4조5800억원), SK하이닉스(-3조4000억원)가 1분기에 각각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경기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고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 타격을 받았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 1분기 최근 4년 만에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312억4000만 대만달러(약 10조100억원)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온다. 겔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PC 제조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하고 새 주문을 시작하는 올해 말 시장이 정상화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안정적으로 총이윤 40%대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D램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DDR5는 아직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 하반기에는 추가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DDR5 D램을 채택한 인텔의 새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래피즈의 양산 본격화 등의 호재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DDR5 시대를 준비해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전날 실적 설명회에서 “하반기에 DDR5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해 지속적으로 제품 경쟁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 부사장도 “서버용 D램의 크로스오버(DDR4→DDR5)를 (시장 전망보다 먼저) 올해 하반기 진행해서 시장을 리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 전망도 낙관적이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DDR5 등 수급 균형은 정상 수준”이라며 “수요가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용량 제품 수요 확대는 명확히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는 데이터센터 피크 가동률 상승으로 인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 기업)의 투자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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