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나무마다 적힌 주인 이름... 오래오래 사세요
[이보환 기자]
▲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상천리는 온 동네에 산수유 나무가 있다. 산수유는 마을의 소득원이자 경관을 자랑하는 보물이다. |
ⓒ 이보환 |
친근한 시골마을이 내 눈 앞에
오늘 선택한 곳은 제천 자드락길 4구간. 자드락길은 청풍호반 둘레길로 7개 구간 58㎞에 이른다. 금수산, 비봉산, 대덕산, 동산, 신선봉, 가은산, 옥순봉, 구담봉 같은 명산(名山) 주변의 길이다. 모두 7개 구간이다.
①작은동산길 19.7㎞(청풍 만남의광장~능강교) ②정방사길 1.6㎞(능강교~정방사) ③얼음골 생태길 5.4㎞ ④녹색마을길 7.3㎞(능강 야생화단지~상천 민속마을) ⑤옥순봉길 5.2㎞(상천민속마을~옥순대교) / 수산면 상천리 ⑥괴곡 성벽길 9.9㎞(옥.순대교~지곡리) ⑦약초길 8.9㎞(지곡리~말목장)로 나뉘어 있다.
행정안전부 주관 '2011년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으로 닦은 뒤 2012년 3월 개통했다.
제천시 수산면 하천리 산야초마을 앞에 주차하고 안내판을 살펴본다. 상천 산수유마을에 있는 용담폭포까지 가보기로 한다. 친근한 시골마을에서 시작한다. 곧바로 산야초마을의 다양한 체험장이 손님을 기다린다.
금수산(1016m)에는 효과 좋기로 소문난 약초들이 자란다. 산야초 마을에서는 제철 약초를 수확해 잘 말린 뒤 천연색 물감으로 염색을 하고, 잘게 썰어 향기약초주머니도 만든다. 주민들은 10여 년간 산야초를 이용해 약초떡과 엿 만들기, 염색 체험, 차 체험 등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야초정식과 산야초를 재료로 만든 비누, 베개, 향주머니, 의류까지 다양한 생활용품들도 판매한다.
체험장을 벗어나니 마을길이 시작된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줄기가 마을과 연결된다. 연한 푸른빛의 산이 눈을 맑게 한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마당을 지키는 바둑이의 돌림노래가 시작된다. 조용한 시골마을이 떠들썩해진다. 밭터마다 자리한 커다란 바위가 인상깊다.
▲ 녹색마을길 제천 자드락길 한 구간으로 상천리와 금수산 용담폭포 일대를 연결하는 코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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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산수유 꽃이 지고 그 자리를 푸른 잎이 대신한다. 금수산이 감싸고 있어 그런지 마음도 포근해진다. 진한 분홍색 꽃이 시선을 붙잡는다. 발그레 익은 복숭아꽃이 곱기도 하다. 달콤한 향내에 기분이 취해 나도 모르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를 흥얼거린다. 상천마을은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 이곳에서 생산하는 산수유, 복숭아, 사과는 당도가 높고 우수하다.
고향같은 동네다.
낮은 돌담, 군데군데 수리한 흙집이 옛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마당이 넓었던 유년기 우리집. 여름이면 멍석을 깔고 밥상을 차려서 어른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당시 저녁을 먹고난 뒤 멍석 위에서 잠을 청했다. 한여름이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두꺼운 솜이불이 필요할 정도였다. 온식구가 다닥다닥 붙어 살을 부비던 그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
▲ 소나무 숲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소나무 숲에는 수백년 이 자리를 지켜온 보호수들이 즐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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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나무그늘과 곳곳의 의자, 멋진 자연경관이 발목을 잡는다. 도시락을 싸왔다면 이 곳이 바로 명당이다. 산수유나무를 살펴보니 나무마다 번호와 나무주인 이름이 적혀 있다. 주인 이름이 하나같이 정겹다. 나무주인도 나무와 함께 오래오래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한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휴게소 쪽으로 이동했다. 손두부전문점이 눈에 들어왔다. 금수산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실외 탁자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가마솥 옆에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비지를 준비해 놓았다. 시골인심에 마음이 부자가 된다.
손두부 맛이 어릴 때 집에서 먹어본 딱 그 맛이다. 속이 든든하니 밤새 걸어도 끄떡없겠다. 점심을 마치고 금수산 등산로로 발길을 옮겼다. 나무를 팔아 자식 공부를 시켰다는 사연의 대학나무와 제일 오래 된 산수유나무가 맞아준다.
용담폭포를 찾아 금수산 등산로로 향한다. 내려오는 등산객들을 보니 땀 범벅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안부를 묻고 답한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경치 끝내줍니다." 산은 누구나 친근하게 한다.
이정표대로 가고 있지만 혹시 몰라 밭에서 일하는 분께 물어본다.
"용담폭포 가는 길이 여기가 맞나요?"
"네, 조금 더 가서 왼쪽으로 가세요."
아치형 나무다리를 지나 용암폭포 전망대로 향한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 뒤를 돌아보니 눈앞의 풍경이 온통 연푸른 물감의 수채화다. 싱그러운 풍경에 기분이 화창하다. 저 멀리 엷은 빛의 먹물로 그려진 월악산 영봉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
▲ 용담폭포 금수산 망덕봉 아래에 있는 용담폭포. 물줄기가 세지는 않지만 주변 나무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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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언제나 경이롭다. 거대한 바위를 움직이고 바위틈에 생명의 싹을 틔우도록 자리를 내준다. 작은 물줄기에서 웅장한 소리를 내고 작은 산새소리의 화음을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발 아래 무성한 풀도 요긴하다. 발걸음이 닿을때마다 일어나는 흙먼지를 가라앉혀준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해가 뉘엿뉘엿 진다. 자연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스터디카페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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