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고문한다는 이곳…美, 외국 대통령 중 처음 尹 초대했다
미국을 국빈 방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국방부군지휘통제센터(NMCC)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들렀다. 두 시설 모두 한국 대통령으로선 첫 방문이다. 이날 일정은 미국이 26일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맞서 ‘핵방패’를 씌워주겠다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한국에 약속한 뒤 하루 후 이는 외교적 선언에서 더 나아가 군사적 조처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NMCC는 미 대통령 또는 국방부 장관이 미군에게 상황을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리는 곳이다. NMCC는 위기가 일어날 경우 군사위성ㆍ정찰기를 보내 파악하도록 하거나 관련 전투사령부에 명령을 하달한다. 그래서 전쟁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에 무대로 자주 등장한다.
또 이곳에서 유사시 미국의 핵전략 3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ㆍ전략 핵추진 잠수함ㆍ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킨다. 그래서 우발적 핵전쟁을 막기 위해 냉전 때부터 가동한 미국-러시아 핫라인을 NMCC가 관리한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NMCC는 외국의 국가원수에게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시설”이라며 “여기서 윤 대통령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미군 지휘부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는 것은 미군이 앞으로 워싱턴 선언을 군사적으로 구현하겠다고 한국에게 재확인하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제공하겠다고 밝혀왔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필요할 경우 핵 억제력을 동맹국이나 협력국을 제공하겠다는 방위공약이다. 확장억제가 통하려면 미국이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고도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 수단을 쓰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의 의지에 대한 담보를 요구해왔다. 워싱턴 선언에서 한ㆍ미는 ▶핵 위협에 대한 소통ㆍ정보공유를 증진하고 ▶핵ㆍ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ㆍ훈련 활동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의 지분을 보장해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미국은 유사시 어떤 종류의 확장억제 수단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 알려주지 않았다. 전략자산을 전개할 때도 한국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곤 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이 만들어지면서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우리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윤 대통령은 미군 지휘부로부터 확장억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확장억제는 핵전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확장억제엔 완전한 범위의 미국의 능력, 즉 재래식ㆍ핵ㆍ미사일 방어 능력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정밀타격 무기로 적진 깊숙이 자리 잡은 핵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F-35 스텔스 전투기도 확장억제 수단의 하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NMCC 다음으로 찾은 DARPA는 미 국방의 연구ㆍ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기관이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미국이 국방 관련 과학기술에 뒤쳐지지 않겠다며 DARPA를 만들었다.
인터넷ㆍ윈도ㆍGPSㆍ자율주행 등 21세기 일상이 돼버린 첨단기술에 DARPA에서 나왔다. ‘외계인을 고문해 첨단기술을 뽑아낸다’는 농담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윤 대통령 방미의 초점은 안보에 있다”며 “미국이 외국 국가원수론 윤 대통령을 DARPA에 처음으로 초청한 이유는 한ㆍ미동맹을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첨단과학기술에서의 협력으로도 나아가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한국에 전개할 전략자산에 대해 “오하이오급”이라고 확인했다. 오하이오급(1만 8750t급) 전략핵잠은 핵탄두가 달린 트라이던트-Ⅱ 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ㆍ사거리 1만 2000㎞)을 발사한다. 트라이던트 SLBM은 핵탄두를 최대 8발까지 실을 수 있으며, 오차가 90m일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앞서 미국 태평양함대사령부는 지난 26일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인메인함이 괌에 입항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메인함이 한반도 전구에서 전략 초계를 곧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확장억제는 핵전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확장억제엔 완전한 범위의 미국의 능력, 즉 재래식ㆍ핵ㆍ미사일 방어 능력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정밀타격 무기로 적진 깊숙이 있는 핵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F-35 스텔스 전투기도 확장억제 수단의 하나로 꼽힌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6세 정동원 검찰 송치…전과 안남는 제도 있는데 본인이 거부, 왜 | 중앙일보
- 그녀와 밥먹고 13명 사망…경찰 전처 청산가리 살인 '태국 발칵' | 중앙일보
- 같은 그 브랜드인데...그날 이재용 딸 '하객룩' 느낌 달랐던 이유 | 중앙일보
- 서세원 딸 서동주 "아버지 캄보디아서 화장"…국내 장례는 | 중앙일보
- '도를 아십니까' 따라가봤다…진용진 머릿속을 알려드림 | 중앙일보
- 아내와 일본여행 온 중국인 소방관…도쿄 한복판서 20대 성폭행 | 중앙일보
- 연봉 3.6억 좋다더니 돌연 포기...'산청군 의사' 눈물의 5차공고 | 중앙일보
- "이 괴물이면 신붓감 탈락"…짝짓기 몰려간 중국 남성들 내건 조건 | 중앙일보
- “임창정, 아내와 함께 주가조작 일당 ‘1조 파티’ 왔다” | 중앙일보
- 돈봉투 논란에도 민주당 지지율 37%로 상승...'그들' 움직였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