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500마리로 출발해 창립 53주년... 국내최초 달걀에 로고 새기기도"

양산시민신문 2023. 4. 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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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향토기업 오경농장(주), 장수기업 '우뚝'... 농업 기존 틀 깨고 과감한 마케팅 접목

[양산시민신문 엄아현]

 오경농장(주) 김준영 대표.
ⓒ 양산시민신문
'젤란' 브랜드로 달걀 판매 상위 자리매김... 생명공학ㆍ체험농장 등 미래산업도 준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한국 장수기업의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50년 이상 업력이 있는 기업은 0.3% 수준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에서 업을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반세기가 넘게 경남 양산시 산란계산업을 이끌어 온 향토기업 오경농장(주)가 5월 1일 '창립 53주년'을 맞이한다. 병아리 500마리로 시작해 대한민국 달걀 판매 상위권에 자리매김하며 장수기업으로 우뚝 선 오경농장. 김준영 대표는 '농업'이라는 기존 틀을 고수하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에 맞춘 '마케팅'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오경농장 이야기는 1970년 5월 1일 시작됐다. 김준영 대표 부친인 김중경 회장이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양산으로 내려와 병아리 500마리를 구입한 날이다.

"서울대까지 나와서 양계장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질시도 받고, 태풍으로 양계장이 무너져 좌절하기도 하고, 달걀이 판매되지 않아 땅에 묻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500마리가 5만, 50만, 100만, 200만마리가 되면서 농장이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규모가 커지자 효율적 관리를 위해 독일에서 케이지와 자동생산시스템을 도입하고, 1990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농장에 자체 사료공장을 갖췄다.
 
 청결한 생산환경을 갖춘 케이지. [엄아현 기자]
ⓒ 양산시민신문
 
그리고 아버지를 이어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MBA 과정을 마친 김준영 대표가 사업을 이으면서, 오경농장 대표 브랜드 제일+란(卵) '젤란'이 탄생하게 됐다.

"'마케팅'을 공부하며 키위, 레몬, 오렌지가 '농업'이 아니라 생산자단체로 이룬 농산물 브랜드인 제스프리, 델몬트, 썬키스트가 '진짜 농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생산과잉 시대에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필수라는 판단에, 42개 산란계 생산 농장을 연합해 '젤란'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차별적인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고객이 달걀을 물에 세척해 냉장고에 넣는 것에 착안해, 네덜란드 MOBA사 설비로 세척ㆍ살균하는 포장센터를 완성했다. 또, 대한민국 최초로 달걀에 로고를 새기고,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해 투명 페트를 포장 용기로 도입했다. 신선함을 넘어 깨끗하고 안전한 달걀이라는 차별성까지 갖춘 것이다. 그 결과 부산을 중심으로 영남에서 달걀을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판매 경로가 확대됐다.

오경농장은 포장센터에 이어 가공센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은 생산이 과잉되는 제품과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가공 부분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덴마크의 SANOVO를 찾아 설비를 도입해 달걀 가공을 시작했다. 유럽 기술과 최첨단 생산농장이라는 차별성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과ㆍ제빵회사를 고객으로 두는 등 가공시장까지 선점하게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4년에는 젤란 연구소를 만들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일반 세균, 대장균, 리스테리아, 살모넬라 등 미생물이 고객 식탁으로 가지 않도록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경농장(주)은 최첨단 사료공장, 포장센터, 가공센터,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엄아현 기자]
ⓒ 양산시민신문
 

그리고 지금, 오경농장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농업에 교육ㆍ관광을 더한 6차 산업형 농장으로 도약할 계획으로, 오경농장이 자리한 상북면 석계리 일대 33만6천여㎡ 부지에 관광 체험시설 '젤란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또, 닭에게 사료에서 환경까지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 '동물복지'와 달걀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천연 신상품을 생산하는 '생명공학'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미래산업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고객의 욕구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죠. 오경농장은 '생명공학ㆍ동물복지ㆍ체험농장'을 목표로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의 50년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산업에 발맞춰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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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 (엄아현)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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