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EU "AI 학습에 활용한 데이터 저작권, 표시해야" 규제 추진
인공지능(AI)이 학습한 글·그림 등의 저작권을 명시하도록 하는 규제가 유럽에서 추진된다. 유럽연합(EU)이 올해 연말 제정을 목표로 하는 AI 규제 법안에 이 내용이 포함되면, 오픈AI의 챗GPT를 포함한 AI 서비스들은 어떤 자료로 AI를 훈련시켰는지 공개해야 한다. 법안 통과 시 AI 관련 저작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AI 서비스 개발사가 AI의 학습에 활용한 저작물이 무엇인지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유럽 의회에 2021년 발의된 ‘인공지능에 관한 통일 규범(인공지능법·AI Act)’에 포함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 등 AI 서비스는 기술 개발에 사용한 글과 그림 등 저작물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WSJ에 따르면 EU는 이러한 규제를 포함한 인공지능법을 올해 연말까지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왜 중요해
AI 학습에 활용하는 자료의 저작 재산권을 명시한 글로벌 첫 규제다. AI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글이나 그림 등을 스스로 학습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자료의 저작권에 관한 규제가 현재는 거의 없어 관련 저작권 침해 분쟁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이미지와 그림을 유상 판매하는 업체인 게티이미지는 그림 생성AI 서비스(스테이블 디퓨전)를 출시한 영국의 스타트업 ‘스테빌리티 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이미지 웹사이트에 올린 사진과 그림을 스테이블 디퓨전이 허락없이 학습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개발자이자 변호사인 매슈 버터릭이 코딩 AI인 ‘코파일럿’ 제작에 관여한 깃허브·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수백만 명의 프로그래머가 올린 코드를 코파일럿이 무단 학습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한국 상황은?
한국에선 EU와는 상반된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추진 중이다. 2021년 국회에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AI 학습과 빅데이터 분석에 쓰이는 데이터에 대해 ‘저작권 면책 조항’을 포함했다. 신설 조항(제43조)에는 AI가 학습하는 자료에 대해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한도 안에서 저작물을 복제·전송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저작물에 적법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라고 명시했다.
여기서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지 아니하는 경우’는 생성AI가 기존 인간의 예술 작품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에만 저작권 침해로 해석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의 범위를 좁히는 해석이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성 AI가 만들어낸 그림이 기존 인간의 그림이나 글과 동일한 경우에는 ‘사상과 감정을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저작권 침해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법안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달 ‘AI 대응 TFT’를 만들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에 명시된 저작물 면책조항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으로는
법안이 추진되면 AI 기술을 둘러싼 여러 종류의 저작권 논쟁도 가속할 전망이다. AI가 학습한 자료뿐만 아니라, AI가 생성한 글·그림 등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을 누구에게 귀속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저작권법은 예술작품의 저작권을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계가 아닌 인간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관련 소송에선 AI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단도 종종 나오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 심사위원회는 지난 2월 말 생성AI로 그린 만화 ‘여명의 자리야’의 글과 이미지 배치 등에 대한 저작권 자체는 작가에게 부여했다. 그러나 만화에 사용된 개별 그림에 대해선 인간 작가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에선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들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2018년 베이징 인터넷 법원이 생성 AI의 창작물은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이듬해인 2019년 광둥성 법원은 AI가 작성한 기사의 저작권을 AI 제작업체(텐센트)에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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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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