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빚 1%p 늘면 성장률 0.28%p 낮아져...경기침체 우려”
가계 빚(가계신용)이 늘면 당분간은 시중에 돈이 풀려 경기가 좋아지지만, 3년 이후부터는 경제 침체 가능성을 더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GDP 대비 가계신용 규모가 100%를 넘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더 빠르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신용비율(3년 누적)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4~5년의 시차를 두고 GDP성장률(3년 누적)이 0.25~0.28%포인트 하락했다. 한은 통화정책국이 1960∼2020년 39개 국가 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가계 빚이 계속 누적될 경우 3~5년 시차를 두고 연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가계대출이 많으면 원리금 상환 부담도 증가하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식이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이어지며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만큼 향후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더 짙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권도근 한은 통화정책국 통화신용연구팀 차장은 “과도한 가계부채 누증은 소비 제약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 흐름을 약화시키고, 위기 발생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등 경제 취약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과다 채무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는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 감소를 통해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며, 과도한 부채를 보유한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 신용공급 축소 등의 부정적 충격에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GDP 대비 가계신용 규모(가계신용비율)가 80%를 넘으면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한국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비율은 105.1%로 이미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가계신용비율이 80%에 근접하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계부채의 급속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완만한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권 차장은 “향후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감소)이 중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적절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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