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호수공원이 보통 공원이 아닌 이유

꽃·나무 따라 곳곳 쉼터 마련, 작은 동물원 등 어린이 위한 공간도… 고양꽃박람회 5월 8일까지

[김종성 기자]

▲ 봄날 최고의 공원, 일산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가운데 하나가 일산호수공원(고양시 일산동구)이 아닐까싶다. 너른 호수와 습지, 울창한 나무들이 드리우는 짙은 그늘은 도심 속 녹색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5km에 이어지는 호수 둘레길 산책로 외에 자전거 도로가 나있어 여유롭게 걷거나 상쾌하게 달릴 수 있다.

수도권 전철 3호선 정발산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 호수공원에 들어서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총면적 103만 4000m²(약 31만 평)에 호수면적 30만m²(약 9만 평)으로 1995년 개장 당시엔 동양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였단다.

일산호수공원은 어디에 시선을 던져도 마냥 거닐고 싶은, 오래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 풍성하다. 개장 당시 심었던 나무들이 28년의 세월이 흐르자 인공호수를 자연호수처럼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더불어 색색의 장미, 튤립 등 다종다양한 꽃들로 화사하다. 이맘 땐 다채로운 꽃 잔치 '고양시국제꽃박람회'도 열린다.

꽃밭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귀엽고, 연로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꽃구경을 나온 나이 든 아들의 모습이 짠하고 아름답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흔들의자에서 쉬어가며 호숫가 흙길과 데크를 거니는 기분이 참 좋다. 호수공원 산책로 중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길도 인기 좋은 산책코스다.

낚시가 금지된 덕에 황금색, 빨간색, 흰색 피부를 가진 큰 잉어들이 여유롭게 유영하고 있어 눈이 즐겁다. 호수 물을 정화해 주는 습지 데크 길을 걷다보면 거북이들이 보인다. 어떤 녀석은 아예 호숫가로 나와 산책을 하고 있다. 미국·멕시코가 고향인 붉은 귀 거북이로, 수년 전 우리나라에 애완용으로 들여온 거북이다. 거북이를 키우던 사람들이 멋대로 방생을 한 후 개체수가 불어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유해 어종이 됐다. 등껍질에 불그스름한 무늬가 멋진 거북이인데 안 됐다.

▲ 공원 안 이색적인 쉼터, 전통정원.

▲ 사람마냥 '물멍'을 즐기는 거북이.

드넓은 공원에서 느긋하게 휴식... 자전거 타기 좋은 길도

호수공원에는 넋 놓고 쉬기 좋은 공간이 많다. 호숫가 풀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도 된다. 호수 중앙에 있는 누각 전망대, 운치 있는 정자와 연못, 마당이 있는 전통공원도 있다. 기와정자와 초가정자 아래에 작은 개울이 흐르고, 정자 앞 연못에 떠 있는 작은 섬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마당에는 친근한 매화나무, 대나무, 소나무, 산수유, 살구나무 등을 심었다. 물줄기와 물소리를 바라보며 '물멍'하기 좋은 폭포도 빼놓을 수 없다.

고양시 선인장 전시관도 꼭 들려야 할 곳이다. 가지각색 별별 모양의 선인장들이 모여 있어 흥미롭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여러 선인장들 가운데 멕시코가 원산지인 용설란(龍舌蘭)은 이름처럼 잎이 용의 혀를 닮아 재밌다.

호수공원에는 나무 숲 울창한 작은 동산인 '아랫말산'도 있는데 일산호수공원의 일산(一山)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산 입구에는 과거 동네 사람들이 제사를 지냈던 키 큰 회화나무가 산다. 회화나무 아래서 홍수예방, 풍년기원, 마을안녕 등을 빌며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음나무 한 그루가 회화나무 밑둥에 붙어살며 연리목처럼 자라고 있다. 이 회화나무는 고양시 보호수로 나이는 200살이 넘었다.

▲ 공원 안 선인장 전시관.

이외에도 호반길에는 노래하는 분수대, 플라워 북카페, 장미공원, 작은도서관 등 쉬거나 들를 곳이 다양하다. 미어캣과 공작새·두루미가 사는 작은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심지어 공원 화장실도 호수가 보이는 갤러리처럼 멋지게 꾸몄고 옥상에 전망대를 갖췄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호숫가를 여유롭게 달리는 사람들도 많다. 호수공원 제2주차장에 무인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파주시 운정호수공원, 인천 청라호수공원, 수원시 광교호수공원 등에 가 봤지만 일산호수공원처럼 호숫가를 따라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공원은 드물다. 자전거 페달을 밟을수록 호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참 상쾌하다. 따스한 봄볕을 쬐며 자전거를 타다보면 팔다리에 불끈 힘이 솟아 어디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맘 때 일산호수공원은 환상적인 꽃의 신세계로 변신한다. 호수공원 한편에서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꽃 축제이자 대한민국 유일의 화훼 전문 박람회다. 4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12일간 개최한다. 야외 화훼전시, 공연, 꽃 문화행사, 농가가 직접 재배해 판매하는 화훼 판매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펼쳐진다.

코로나19로 사태로 중단 또는 축소됐던 꽃 축제가 정상적인 규모로 열리는 것은 4년 만이다. 호수공원 옆에 있는 '라페스타 문화의 거리'는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채로운 맛집이 많이 들어서 있다.

▲ 거닐기 좋은 호숫가.

▲ 과거 마을 제사를 지냈던 회화나무, 음나무와 연리목이 됐다.

▲ 공원 안 자전거 전용길.

▲ 고양국제꽃박람회 때 탈 수 있는 자전거 배.

▲ 다채로운 꽃 잔치가 펼쳐지는 고양국제꽃박람회.

덧붙이는 글 | '내 고장 봄 여행 명소 공모'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