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의 학교 학생들이 축구부를 만들었다?
[유병천 기자]
▲ <온 더 볼> 책 표지. |
ⓒ 다산어린이 |
이번에 <온 더 볼>이라는 축구 동화 시리즈의 첫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판타지 작품을 주로 쓰던 작가가 이번에는 현실의 이야기를 선보였습니다. <온 더 볼>은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의 학생들이 축구부를 만들어서 학교를 지키려고 시도하는 이야기입니다.
혼성 축구부라는 소재도 특이한데요, 학생 수가 적어서 남녀 학생이 모두 참여해야만 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성완 작가에게 <온 더 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
- 책 제목이 <온 더 볼>인데요, 원래 '온 더 볼(On the ball)'이 축구나 농구 등의 구기종목 스포츠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거나 공과 밀접하게 관계된 상황에서의 플레이'라는 뜻이잖아요. 이걸 제목으로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목을 궁리하다가, 우리는 모두 '하루'라는, 또는 '기회'라는 공을 맞딱드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공을 몰때 우리는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극복해야 하죠.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응원하고 싶었어요. 공을 몰고 가는 주체는 바로 너라고, 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너라고, 그러니 잘 해내라고 말이에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훨씬 주체적으로 성장하길 바라요. 그럴 힘이 충분하다고 믿고요."
- 평소 스포츠를 좋아해서 <온 더 볼> 1권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축구 이야기인데 저에겐 다른 부분이 눈에 더 들어왔어요. 먼저 출산율 저하로 인하여 폐교 위기에 처한 대풍초등학교의 문제가 첫 번째입니다.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려는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축구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웃음) 저출생 문제는 저 역시 매우 걱정하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이번 작품의 배경은 저출산으로 인한 폐교 위기의 학교가 아니라, 도시 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지역의 학교예요. 예전에 지역 신문 기자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런 학교들을 몇 번 취재했어요. 소중한 공동체가 해체되고, 불공평한 교육·문화의 기회가 안타까웠죠. 그때 만났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썼어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주기에 축구만 한 소재가 드물잖아요."
- 시선을 잡은 캐릭터가 있는데요. 다른 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선수가 되는 목표를 잡을 때 중개하는 캐스터가 되어 월드컵에 가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가진 아이입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평소에 캐스터처럼 중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혹시 작가님을 닮은 캐릭터인가요?
"어휴, 전혀 아니에요. 저는 낯가림도 심하고 말주변도 없어요. 승재(캐스터가 꿈인 아이)를 작품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설정한 건, 경기 장면을 생동감 있게 풀고 싶어서예요. 솔직히 경기의 박진감을 글로 전달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뭐,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다양한 꿈으로 펼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승재를 그려가는 면도 있긴 해요."
"그저 책을 읽는 동안 재밌기를"
- 이야기 중에 불편한 부분도 만났습니다. 교장의 개인적인 욕심에 학생들의 제안을 귀찮아하고 자신의 은퇴 후에는 학교가 폐교가 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분야나 비슷하지 않을까요? 열정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타성에 젖은 분들도 계시죠. 교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작품 속에서 어른은 무조건 옳다거나, 혹은 그르다거나 말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케바케(Case by case)라고, 사람마다 다르고, 어른마다 다르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가길 바라죠."
- 최근에 인상적인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과거에는 축구 하던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그림과 현재는 집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를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 그림이었어요. 변화된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학원과 스마트폰에 시간을 빼앗기는 아이들에게 운동하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하신 건가요?
"죄송하게도 그런 의도는 크게 없었어요. 하지만 이런 건 있어요. 뭐든 잘 쓰면 득이고, 잘 못 쓰면 독이잖아요. 아이들이 학원이나 스마트폰을 독이 되게 하고 있다면, 그건 다양한 재미를 경험할 기회가 없어서겠죠. 저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여러 개의 물꼬를 터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이 깊어질 테니까요. 그러면 무언가를 독이 되게 하는 경우도 줄지 않을까 바라고요."
- 총 몇 권짜리 시리즈로 출간되나요?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일단 5권까지는 가보려고 해요. 지금 계획으로는 가을쯤 2권이 나올 거고요. 그리고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 물론 저도 잔소리와 노파심이 많은 어른인지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곳곳에 숨겨 두었어요. 하지만 그걸 하나도 못 찾아도 돼요. 그저 책을 읽는 동안 즐겁길 바라요. 그 즐거움이 일상에 짧게라도 힘이 되면 더욱 좋고요. 말하고 보니, 그거야말로 제일 큰 욕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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