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간 尹 "깊은 신뢰 생겨"...韓대통령 최초 지휘센터 순시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외곽의 ‘펜타곤(The Pentagon)’이라 불리는 미 국방부 청사를 방문했다. 지상 5층, 지하 2층으로 가운데를 비운 5각형 모양의 펜타곤은 단일 정부기관 청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그 존재 자체가 세계 최강인 미국의 군사력과 패권을 상징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외곽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영접을 받고 입장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워싱턴=강정현 기자

미군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펜타곤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영접을 받은 뒤 회의장으로 이동해 환담했다. 오스틴 장관은 환영 모두발언에서 “날이 갈수록 미국이 한국에 의지하는 정도가 더 커지고 있어 매우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는 철통과도 같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확장 억제 공약 역시 그렇다”며 “여기에는 완전한 범위의 미국의 능력, 즉 재래식 무기와 핵, 미사일 방어 능력이 모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소형 핵탄두를 공개하면서 전술핵 사용을 공언했고, 고체추진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도 감행했다”며 “앞으로 북한은 다양한 유형의 도발을 통해 한ㆍ미를 압박하고 동맹의 균열을 꾀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형 3축 체계를 포함해서 압도적 대응능력과 응징 태세를 구축할 것”이라며 “한ㆍ미 연합 훈련을 더욱 강화하고 한ㆍ미ㆍ일 안보협력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ㆍ미 양국이 미 핵전력의 공동기획, 연습훈련 등 동맹의 확장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저는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이어진 비공개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 명시한 ‘핵협의그룹(NCGㆍNuclear Consultative Group)’에 대해 “확장 억제력 강화를 위한 큰 진전이며,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제고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NCG 협의와 핵 도상훈련(TTXㆍTable Top Exercise)을 통해 한ㆍ미 간 공동기획 및 실행, 핵 및 재래식 전력의 통합운용을 증진시켜 나가달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 핵무기를 포함한 한ㆍ미의 모든 능력으로 즉각적ㆍ자동적ㆍ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 확대 필요성 등에도 뜻을 같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외곽의 미 국방부(펜타곤)을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오른쪽 끝) 국방부 장관과 대담했다. 워싱턴=강정현 기자

대담을 마친 뒤 윤 대통령은 오스틴 장관이 “국방부 방문의 하이라이트”라고 언급한 미 국방부의 '국가군사지휘센터(NMCC, National Military Command Center)'를 순시했다. NMCC는 유사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군 지휘관들을 직접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시설로, 한국 대통령 중에 이곳을 찾은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미 해군 준장인 NMCC 작전부장의 감시체계·위기 대응체계 보고를 청취했다. 윤 대통령은 “범세계적으로 핵 활동 감시를 포함한 전략적 감시태세와 위기 상황 대비 신속한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NMCC에 깊은 신뢰를 갖게 됐다”고 언급했다.

한국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에선 마크 밀리 합참의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콜린 칼 정책차관, 폴 라캐머라 주한 미군 사령관 등이 참석했고, 한국에선 박진 외교부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조현동 주미한국대사, 신범철 국방부차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참석했다.

펜타곤 방문에 이어 윤 대통령은 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ㆍ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을 방문했다. DARPA는 국방부 산하 R&D 관리 기관으로 인터넷과 전자레인지, GPS 등의 기술이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DARPA 운영 관련 브리핑을 받고 전시된 첨단 기술을 둘러본 윤 대통령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 과학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DARPA와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