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CFD 사태 '선량한 피해자' 옥석 가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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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의 대형 금융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안을 바라보는 프레임은 다소 전형적이다.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과 늑장 대응,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투자자 보호 시스템 부재 또는 오작동 등이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인 투자자는 대부분 금융회사 판매 직원에 속아 투자한 선량한 투자자 또는 피해자로 간주된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운용하는 데 관여한 금융회사에 개인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 주도록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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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의 대형 금융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안을 바라보는 프레임은 다소 전형적이다.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과 늑장 대응,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투자자 보호 시스템 부재 또는 오작동 등이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인 투자자는 대부분 금융회사 판매 직원에 속아 투자한 선량한 투자자 또는 피해자로 간주된다.
이런 프레임에 따라 사안을 풀어가는 과정도 대개 유사한 절차를 거친다. 언론과 정치권이 다수의 개인 편에 서서 당국과 금융회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 금융회사 회장이나 대표(CEO)에 대한 조사와 징계 절차에 들어간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운용하는 데 관여한 금융회사에 개인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 주도록 압박한다. 금융회사 수장들은 중징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압박에 순응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프레임과 해결 방식이 모두 잘못되진 않았다. 가장 사회적 저항이 없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한 주가 조작 사건을 이 같은 프레임으로 봐도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CFD로 크게 손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을 모두 선량한 피해자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먼저 내려야 한다.
아직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까지 나온 보도 등에 따르면 A 회장을 주축으로 한 세력은 영엄팀·매매팀·선물팀으로 구성돼 있고, 투자자가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면 대포폰을 보내준다. 영업팀이 2인 1조로 와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그 휴대전화를 투자자 이름으로 개통해서 주식 계좌를 만들면 계좌와 인증서 등이 포함된 휴대전화를 다시 가져간다. 일정 수익이 나면 정산해 주고, 세력들이 계좌를 사용해 통정매매 등을 활용한 주가 조작을 이어간다.
이 내용에 근거하면 투자에 참여한 개인들이 처음부터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루트를 활용한 거래로 인지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많다. 수억~수십억원의 투자금과 함께 투자자 명의의 계좌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까지 다른 이에게 온전히 맡기는 일, 투자자 명의의 대포폰을 만들어 거래하는 일 등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에는 연예인과 청소부 등도 있지만, 정·재계 인사와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고액의 투자 수익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CFD 투자를 통한 양도소득세 회피, 신분에 따른 투자 포지션 노출 회피 등의 부정적인 목적으로 불법·편법을 용인했거나 방관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CFD 투자를 활용한 주가 조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을 수는 있다.
과정이 불법 또는 편법이라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투자에 참여한 개인들은 선량한 피해자라기보다는 주가 조작 단순 가담자 또는 방관자로 봐야 한다. 중간에서 투자자를 소개하거나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면 좀 더 적극적인 가담자에 해당한다. 가수 임창정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수십억원을 투자해 돈을 잃은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일정 부분 가담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건을 해석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는 대부분 선량한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최대한 공정에 가깝게 사후 책임을 가리는 일이 가능해진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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