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의 성장, 그 시작점은 ‘전용극장’이죠” [뮤지컬을 위한 극장③]
"최상의 공연 올리려면 뮤지컬만을 위한 전용극장 필요"
"뮤지컬 거점도시 늘어나야 한국 시장도 성장 가능"
할리우드에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두 사람 모두 성전환 수술을 해 ‘자매’가 됐다)가 있다면, 한국 뮤지컬계에는 ‘설씨 형제’가 있다. 국내 뮤지컬 1세대 프로듀서인 설도윤 대표와 설도권 클립서비스 대표다. 이들은 한국 뮤지컬 산업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위키드’ ‘라이온킹’ 등을 통해 국내 뮤지컬 산업을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형제가 뮤지컬 업계에서 보여준 많은 성과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건 단연 ‘뮤지컬 전용극장’을 만든 것이다. 두 대표는 지난 2019년 4월 부산 남구 문현혁신도시의 문현금융단지 문화복합몰 국제금융센터 부산에 드림씨어터를 개관했다.
그 해 드림씨어터에는 ‘라이온 킹’ 인터네셔널 투어와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이 올랐고, 전 회차·전석 매진이라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설씨 형제의 예상이 적중한 결과였다. 설도권 대표(이하 설 대표)는 “좋은 콘텐츠와, 그 좋은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그릇인 극장이 있었기 때문에 잠재 관객들이 움직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35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는 제2의 도시로 인접한 경남 지역 등을 고려한다면 거대한 잠재적 관객이 있기 때문에 뮤지컬 거점도시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죠. 그 중에서도 문현은 부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금융 혁신도시로서 개발 확정이 된 곳인데, 여의도처럼 업무지구다 보니 공동화 현상을 막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때 금융 타운 안에 극장이 위치하는 복합 상업 시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설도윤 프로듀서였고요. 이런 점이 맞물려서 부산 문현에 드림씨어터가 위치하게 됐죠.”
드림씨어터는 부산 지역 최초 1500석 이상의 객석을 갖춘 대형 뮤지컬 전용극장이다. 전국적으로도 1700석 이상의 객석을 보유한 공연장은 서울뿐이다. 설 대표가 이 극장을 짓게 된 이유는 단순하지만 명료했다. ‘좋은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뮤지컬은 매우 다양한 매커니즘을 필요로 합니다. 즉 무대 세트를 운용할 수 있는 기계 장치 및 시설, 건축음향 디자인적 결합이 절대적이고 다목적용의 불필요시설은 제거되어야 하는 그야말로 뮤지컬만을 위한 구조를 가진 전용극장이어야 최상의, 최고의 뮤지컬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거죠. 좋은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잠재 관객이 실 관객으로 이어지고 시장이 커질 수 있게 하는 것. 그 시작점에 전용극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잇달아 대형 프로젝트들을 부산에서 기획할 수 있었고, 이런 뮤지컬 거점 도시들이 늘어날수록 한국 시장이 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드림씨어터가 들어서면서 부산 지역 관객들은 물론 타지역 관객까지 불러 모으고 있다. 하나의 뮤지컬 전용극장이 해당 지역을 넘어 인근 지역까지 포함할 수 있는 마켓으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뿐만 아니라 전용극장이 들어서면서 뮤지컬의 흥행과 함께 부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콘텐츠에 따라 다르지만 약 40%에 가까운 부산 외 지역 관객들이 예매 하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서울보다) 부산에서 먼저 공연을 하기 때문에 빨리 보려고 하시거나, 주거 지역에서 공연을 하지 않는다거나, 여행 겸 부산을 방문하시거나 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잠재적인 관객이 많이 있기 때문에 관객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죠. (경제적 부분은)일종의 낙수효과라고 표현을 하고 싶어요. 공연을 준비하고, 공연을 하는 동안 최소 100여명의 스태프, 배우가 부산에 상주하게 됩니다. 한 마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규모죠. 그리고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 타 지역의 관객들이 부산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부산 지역 내에 경제 활동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드림씨어터는 지난 달 25일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을 총 3개월(프리뷰 4회차 포함 총 104회)여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길어야 한 달여에 걸쳐 진행되던 것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인 기간이다. 서울에 집중되는 공연들로 공연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으로 장기 공연을 분산시키는 시도에 업계의 극찬이 이어졌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서울보다 먼저 부산에서 공연을 하게 됐는데, 앞으로도 이런 공연들이 늘어나고 차후에는 부산에서만 공연을 하는 콘텐츠들도 성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을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또한 ‘열린 공간’으로서 다양한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공연 관람 외에 전시, 강연 등을 기획해왔는데 이용자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극장들이 흑자전환을 하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극장이 100% 가동돼도 수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에 위치한 뮤지컬 전용극장이라면 그 시간은 곱절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림씨어터는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신념으로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앞서 ‘캣츠’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이어 현재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영웅’ ‘레미제라블’ 등이 공연될 예정이다.
“(흑자전환에는)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100%에 가깝게 공연이 되는 서울의 공연장들과 지역의 공연장 여건은 다릅니다. 특히 드림씨어터는 개막 2년차였던 2020년에 팬데믹을 맞아서 사실상 목표로 했던 여러 가지 것들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있고요. 아직 갈 길이 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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