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워싱턴 선언'에 침묵..."6·25 美탄약 발견" 이런 뉴스만 냈다

정영교, 김은지 2023. 4. 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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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부통령 및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국빈 오찬이 열리는 워싱턴DC 국무부 벤자민 프랭클린 다이닝룸에서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블링컨 국무장관의 환영사에 답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미 정상이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핵억지력 강화를 골간으로 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북한 정권의 종말"을 언급하는 등 강경한 대북 기조를 쏟아냈지만, 북한은 28일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그동안 정례적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런데 한·미 정상이 한반도에 전략핵잠수함(SSBN)을 정기적으로 전개하기로 공식 합의했음에도 긴 침묵을 이어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가에선 강력해진 한·미 공조와 가치연대의 강화 기조를 확인한 북한이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복잡한 '계산식'을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강정현 기자

尹, 美의회서 北 또 때렸다

북한의 침묵 속에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또 다시 북한을 향한 강한 비판을 가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고,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게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대북 기조와 관련해선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던져지고 있다"며 북한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인권 문제를 재차 부각했다.


'가치 연대' 강조에 美의회 기립박수

윤 대통령은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모든 영역에 대응하기 위한 '가치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우리의 경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직격한 말이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 사용한 '현상 변경'은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때 써온 말로, 결국 미국 중심의 가치연대의 틀을 바탕으로 대북 정책은 물론 대러시아·대중국 정책 노선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말로 해석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가치 연대'를 전면에 내세운 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미국 의회를 가득 채운 500여명의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기립박수 23번을 포함한 56차례의 박수로 화답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강력한 압박의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대응방안을 고심할 것"이라며 "특히 한·미·일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이란 과제까지 더해져 셈법이 한층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소인수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복잡해진 함수…北, 대항 카드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자신들의 최대 명절로 여기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태양절)부터 북한군의 시원으로 삼는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건일(4월 25일)로 이어지는 4월 '축제 기간'을 조용히 넘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통해 강화된 한·미, 한·미·일 공조 등 북한이 우려했던 '가치 연대'와의 전면전에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과 러시아 등 자신들의 우방국들과의 강한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실제 북한은 국제 무대에서 자신들의 '우군'을 결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26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뜬금 없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인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한반도 상황은 미국의 지속적인 핵 자산 배치, 한·미연합훈련 등으로 더 악화됐다"며 "올해 미국과 그 속국 군대는 북한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침해하는 부당한 적대 행위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정확한 북한 당국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의 결속 움직임에 대한 우군 진영의 경계심을 자극한 말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3일 평양 서포지구 새 거리 건설장을 소개했다. 신문은 "용감한 조선(북한) 청년 특유의 불굴의 기상을 남김 없이 떨치자"고 독려했다. 뉴스1


북한 당국의 복잡한 속내는 이날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조선중앙통신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언급 없이 평양 북부에 위치한 서포지구 주택단지 건설 현장에서 6·25전쟁 당시 미군이 사용하던 탄약과 폭발물 등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군의 전장(戰場) 물자를 부각해 6·25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층을 비롯한 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中, 즉각 반발…北 입장 대변은 없어

북한과 달리 중국은 한ㆍ미 정상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류진쏭(劉勁松) 외교부 아주사(亞洲司) 사장(아시아 담당국장)이 27일 밤 강상욱 주중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한편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과 한국이 대만 문제의 실체를 똑바로 인식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며 대만 문제에서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점점 멀리 가지 말라”는 입장을 냈다.

북한에 대한 별도의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28일 추가 입장을 내고 윤 대통령이 미군이 중국군에 맞서 싸웠던 6ㆍ25전쟁 장진호 전투 성과를 ‘기적’으로 표현한 데 대해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은) 미군 2만4000명을 포함해 총 3만6000명을 섬멸했다”며 해당 전투가 중공군의 승리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할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한·미·일의 대북공조를 강도 높게 반발 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가치 연대의 밀착이 확고해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유리한 대외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중·러를 비롯한 우방국들과의 밀착을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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