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바다에서 보석을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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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해변의 백사장에서 놀던 7살 나의 아이가 말했다.
그러다 말겠지 싶었으나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이는 언제나 바다유리를 주우러 가자고 말했다.
아이가 어느덧 수백 개의 바다유리를 주웠을 즈음에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싫다고 했으나 그럼 앞으로 바다에 오지 않겠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한 손에는 채집통을, 한 손에는 쓰레기봉지를 들고 조금은 투덜대면서 강릉의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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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해변의 백사장에서 놀던 7살 나의 아이가 말했다. "아빠, 보석을 주웠어."
아이가 들고 온 그것은 정말로 그렇게 착각할 만했다. 나도 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바다유리. 깨진 유리병이 파도와 모래에 마모돼 마치 보석처럼 매끈하고 반짝이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로 아이의 취미는 바다유리를 줍는 게 됐다. 아이는 원래부터 작은 열매나 씨앗 같은 걸 모으는 일을 좋아했다. 그러다 말겠지 싶었으나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이는 언제나 바다유리를 주우러 가자고 말했다.
아이가 어느덧 수백 개의 바다유리를 주웠을 즈음에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바다에서 얻는 게 있으면 착한 일도 해야 한다고. 아이에게 10ℓ 쓰레기봉지 하나를 들려주었다. 앞으로는 바다유리를 주우면서 바다의 쓰레기도 같이 주우라고 덧붙이면서. 아이는 싫다고 했으나 그럼 앞으로 바다에 오지 않겠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한 손에는 채집통을, 한 손에는 쓰레기봉지를 들고 조금은 투덜대면서 강릉의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주말마다 해변에 나간 지 몇 주가 된 어느 날, 우리는 해변에서 마주오던 한 할머니와 만났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던 그때, 그가 아이에게 물었다.
"세상에, 혹시 지금 쓰레기를 줍고 있는 거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발걸음을 완전히 멈췄다. 그러고는 자신이 여기에 오래 살았지만 쓰레기를 줍는 아이를 본 것은 처음이라고, 너무나 대견하고 예뻐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런 아이는 상을 주어야 한다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칭찬을 계속 건넸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했다. 과자라도 꼭 사 줘야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괜찮다고 했으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자신의 집이 이 해변 바로 앞이고 집에 지갑을 두고 왔으니 함께 갔다가 편의점에 가자고 했다.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김린씨가 이미 그를 따라 걷고 있었기에 나도 뒤를 따랐다.
우리는 해변의 쓰레기 수거장에 도착해 주운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렸다. 할머니가 바다유리를 함께 버리려고 하자 아이는 외쳤다. 안 돼요! 그도 아이가 쓰레기만 주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는 했지만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함께 편의점에 들어갔고 아이들은 과자를 골랐고 그 모습을 할머니는 기특하게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하나씩 먹고 싶은 과자를 고르자 그는 더 고르라고, 먹고 싶은 만큼 고르라고 말했다. 나는 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는 아이들에게 다시 말했다.
"착한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이 할머니가 꼭 알려주고 싶었어."
규칙을 어긴 아이에게 벌을 주는 일도 필요하겠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은 선한 일을 하는 아이를 찾아내는 일, 그리고 그에게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반드시 알려주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쓰레기 줍기를 싫어하던 나의 아이도 이제는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듯하다.
집엔 아이가 주워온 바다유리가 수천 개나 모였다. 이게 모두 보석이라면 나는 강릉에서 제일의 부자일 것이다. 그러나 해변으로 쓰레기봉지를 들고 나가는 아이를 보며, 이미 마음은 부자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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