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6억 좋다더니 돌연 포기…'산청군 의사' 눈물의 5차공고
“주변에 적임자가 있으면 소개라도 해주세요. 진심입니다.”
경남 산청군 관계자는 2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과 전문의 공백이 이어져 주민 건강이 염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산청군 보건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공중보건의가 전역한 후 1년째 내과 전문의 자리에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1년간 5차례 공고, 채용 확정자 돌연 고사
산청군은 지난 26일 보건의료원에서 근무할 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다. 5번째 채용 공고다. 연봉 3억6000만원에 계약 기간 2년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조건이다. 앞선 4차례 공고 때와 조건이 같다.
그간 지원자가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1, 2차 공고에 지원자가 없자 지역 공공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3차 때는 3명이 지원했다. 하지만 지원자 중 2명은 “다른 곳 채용이 확정됐다”며 면접을 보지 않았다. 1명이 면접에 응했지만 탈락했다. 지역 보건의료원에서 근무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지원자였다고 산청군은 밝혔다.
4차 전형으로 채용 절차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60대 내과 전문의 A씨가 지원하면서다. A씨는 3차 전형 접수 기간이 끝난 뒤 산청군에 연락해 “혹시 지원할 수 있느냐”고 묻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고 한다. 산청군은 4차 공고를 내며 A씨에게 연락했고, 면접 끝에 채용을 확정했다. 이승화 군수도 어렵게 모신 A씨와 면담 자리를 마련해 환영했다.
하지만 최근 A씨가 자리를 고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본래 운영하던 병원 정리 등 문제로 업무는 6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A씨로부터 ‘산청에 가기 어렵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달리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산청의료원 측은 "대도시 지역보다 문화·교육 등 생활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지원자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격무는 오해, 수술 없고 업무부담 낮다”
산청군 보건의료원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지역 주민이다. 대부분 혈압ㆍ당뇨 등 질환자나 감기 환자라고 한다. 내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이어서 국립경상대병원 의료진이 주 1회 산청군 보건의료원을 방문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산청군 관계자는 “여러 차례 채용 공고를 내는 과정에서 휴일이 없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는 자리라는 오해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단순 진단 업무 위주이고 응급실 근무 등 야간 당직이 없으며, 수술 업무도 없다. 상태가 위중하면 전원 처리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5차 채용 공고 접수 기간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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