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피장파장의 정치, 기로에 선 민주당

2023. 4. 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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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장파장으로 버티던 민주당이 이제 갈림길에 서게 됐다.

대선에 패배했던 민주당은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더 수렁에 빠졌다.

사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의 압도적 승리에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보다 '정은경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민 감동이 있었다.

민주당은 총선 1년 만에 보궐선거에서 완패하고 지난해 어퍼컷 날리는 검찰총장 출신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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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장파장으로 버티던 민주당이 이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사법 리스크로 허우적거리는 와중에 돈 봉투 의혹까지 터졌다. 야당의 신뢰 추락에 윤석열 대통령은 유아독존이다. 동료들 앞에서나 할 만한 호방한 발언을 국제무대에서 그대로 이어가는 논란의 행보 또한 여전하다. 피장파장의 한국 정치다. 상대의 자충수에 기대는 공생이니 지난 1년 어느 한쪽도 체질이 개선되지 않았다. 대선에 패배했던 민주당은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더 수렁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60% 내외가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씩씩하다.

정당이 주도하는 대의정치에서 비판 여론을 매개하는 역할은 야당이 한다. 민주당은 제2공화국의 민주당 다음으로 압도적 원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룡 단일정당이다. 몸집이 크지만, 야당에다가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니 실질적인 힘이 없다. 사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의 압도적 승리에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보다 ‘정은경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민 감동이 있었다. 민주당 스스로는 이미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신뢰를 잃고 지지 세력도 분화됐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핵 에너지로 집권했지만, 집권 이후 보여준 건 또 하나의 권력 카르텔일 뿐이었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자산은 몇 번의 집권 권력을 누리면서 소진됐고, 다양성의 공존과 포용이라는 민주화 이후의 과제에 자가당착으로 맞서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총선 1년 만에 보궐선거에서 완패하고 지난해 어퍼컷 날리는 검찰총장 출신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실패에 대한 성찰과 혁신은 없었다. 과거의 민주당이 민주화 세력을 자임할 수 있었다면, 오늘의 민주당은 이 시대에 걸맞은 가치와 비전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정당 혁신보다는 ‘나꼼수’식 음모론 선동정치에 의존했다. 이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 오로지 ‘처음 해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자충수에 기대며 공생했다.

염치도, 상식도 없는 민낯의 권력의지만 두드러졌다. 당 대표가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는데, 패배한 후보 당사자가 그 자리를 승계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급기야 대장동 의혹으로 수사 대상인 그를 당 대표자로 내세워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화를 자초했다. 소수의 의견 개진 기회 보장과 이견 조정이라는 안건조정위원회의 입법 취지가 명시돼 있음에도, 탈당 무소속 편법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 이렇듯 권력투쟁을 위해 부조리한 것도 밀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제도개혁은 마무리하고 관행의 개선만 남았다고 하더니, 권력투쟁의 도구로 변질된 검찰개혁을 검수완박 등으로 끊임없이 소환했다.

민주당이 한국 정당사 초유로 경험하는 양대 위기에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건이다. 원내 의석은 공룡이지만, 대혁신이 없다면 빙하기의 공룡과 다름없다. 과거의 민주화 자산은 소진됐다. 집권 세력이 되면서 정치 기득권을 누렸고, 이제는 스스로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과제와 마주해야 한다. 그럼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괜찮으냐고 반문할 것이다. 여론조사가 말해주고 있다. 피장파장이다. 도덕성에서도, 실력에서도 비교우위가 특별히 없다. 오히려 민주당이 요즘 도덕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물론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우선이다. 그런데 권력카르텔화 해버린 민주당의 부조리한 행보들이 오히려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 여론을 희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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