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노동'인 돌봄,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

신재용 2023. 4. 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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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1-2] 예천 호명초 임미애 선생님

[신재용 기자]

열한 번째 교육공무직 직종인터뷰로 경상북도 예천 호명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임미애 선생님을 만났다. 이는 이전 첫번째 인터뷰 기사에서 이어진다(관련 기사: "정작 가족과는 시간 못 보내는 돌봄전담사... 노동시간 줄여야").
 
 예천 호명초등학교 돌봄교실
ⓒ 신재용
 
- 방학에는 근무를 하지 않기도 하나요? 그럴 때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지, 선생님의 생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방학에 일하는 사람(상시근무자)과 방학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방학중 비근무자)이 섞여 있어요. 방학에 근무하더라도 8시간(전일제) 근무하는 사람과, 학기중처럼 오후에만 근무하는 경우가 또 나뉘고요. 저는 상시근무자이긴 한데, 학교에서 처음엔 방학에도 학기중처럼 오후만 근무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는 오전에 정교사가 수당 받고 출근해서 아이들을 보고요.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다음 해부터 돌봄전담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맡아서 운영하게 됐죠. 방학이 되면 저는 9시부터 5시까지 8시간 근무해요. 다른 학교는 방학 때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기도 하고, 운영하더라도 정교사나 외부 인력이 들어오기도 해요. 교육청에는 방학에도 일할 수 있게끔, 그리고 학기중 8시간 근무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잘 안 되네요. 돌봄교실 운영이 학교장 재량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이런저런 갈등이 있기도 해요.

방학 때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의 학부모들은 불만이 있지만,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말 못 하기도 해요. 돌봄전담사 선생님들은 생계가 달려 있고요. 방학중에 학교에 안 나오면 수입이 없으니까요. 아르바이트하거나 다른 학교 돌봄교실의 대체인력으로 가는 분도 있어요."

- 경북교육청 앞에서 돌봄 선생님들이 피켓 들고 시위했었는데요. 이유가 뭔가요?

"지금은 피켓팅을 하지 않는데, 앞에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교육청에서는 '근무시간을 통일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공문을 애매하게 보냈죠. 근무시간을 무조건 12시부터 6시까지 하라고 고정했고, 그마저도 학교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었죠. 그래서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바꾸지 못한 전담사가 많아요. '우리 학교는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돌봄이 필요 없다'는 게 이유였죠.

늦게까지 못한다면 일찍 나와서 11시부터 5시까지 운영해서 6시간을 할 수 있잖아요? 표면적으로는 6시간으로 (근무시간을) 통일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근무시간을 늘리고, 6시간으로 할 거면 시작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유연하게 해달라고 피켓팅을 했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피켓팅 하고 교육청과 면담하면서 어느 정도 개선됐어요. 6시간 해주겠다는 학교가 생겼어요."

- 임금유형을 올려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돌봄전담사가 적용받는 임금체계를 간단히 설명해주시고, 상향해달라고 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교육공무직 기본급은 크게 1유형, 2유형으로 나뉘어 있어요. 1유형은 2,068,000원, 2유형은 1,868,000원이죠(기자 주 : 앞의 금액은 인터뷰할 당시의 기본급이며, 2023년 4월 25일에 임금교섭을 타결하면서 1유형과 2유형 모두 기본급이 5만 원씩 인상됐다). 돌봄전담사는 채용되려면 보육교사나 정교사 2급 이상의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대체인력도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채용할 때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직종은 모두 1유형으로 알고 있는데 돌봄전담사만 2유형이에요. 돌봄교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데도요. (당연히 모두 1유형이어야 하는데) 서울 돌봄전담사만 1유형이고, 그 외 지역은 모두 2유형이에요. 다른 지역 돌봄전담사도 1유형이 돼야죠.

어떻게 서울만 1유형일까요? 기준도 없는 것 같고. 불공평하죠. 유치원방과후전담사나 특수학급종일제강사 선생님들도 자격증이 있어야 일할 수 있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이분들은 1유형인데 돌봄전담사만 2유형이에요."

코로나19로 모두 재택근무할 때 홀로 학교를 지킨 돌봄전담사

- 코로나19 초반에 모두 재택근무를 하는데 돌봄전담사는 학교에 나와서 돌봄교실을 열고 아이들을 돌봐야 했습니다. 이른바 '독박돌봄'이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당시 어떻게 교실을 운영하셨는지, 그리고 심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돌봄은 태풍이 와도 문을 연다'라고 해요. 솔직히 겁이 많이 났어요. 온 세계가 처음 겪는 일이니까요. 교사들조차도 재택근무하고 아무도 안 나오는데, 돌봄전담사만 출근하라고 하니 속상하기도 했죠. 운영은 하는데 우리가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운영하다 보니, 누군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학교는 교육 기관이라고 하지만, 초등학교는 교육과 보육을 함께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기도 했고요. 보육의 영역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고, 오직 우리만 할 수 있죠.

보통 돌봄교실을 1, 2학년 등 저학년 중심으로 운영했는데, 코로나19가 발발하고 '긴급돌봄'을 시행하면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확대했어요. 5학년, 6학년이 오기도 했죠. 다들 재택근무하는데 돌봄전담사가 학교를 지킨 셈입니다."

-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좋아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일 자체가 힘들진 않아요. 그런데 많은 학생이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니 작은 다툼이나 오해가 빈번하게 생겨요. 제자리에 앉아서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놀이나 게임을 하니까요. 이럴 때 학부모님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화를 내시거나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가장 힘들고 속상하죠. 아이들이 놀다 보면 서로 장난감을 뺏기도 하고, 톡톡 치기도 하고. 아이들끼리는 서로 사과하고 다시 친하게 잘 지내는데, 부모님들이 예민하게 반응하실 때가 있어요. 특히 요즘은 학교폭력에 다들 예민하다 보니..."

-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때요. 1학년 학생이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잖아요. 어떤 학생은 지나가다가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다고 일부러 들러요. 그때 반갑고 뿌듯하죠. 그 친구들이 돌봄교실에서 놀던 때가 재미있었다고 말해요. 그 학생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학교는 교육 기관이지만 학생과 교사만 있는 게 아니에요. 더 좋은 교육을 위해서 다양한 직종의 선생님들이 많이 있어요. 어느 누가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지 않아요. 한 명만 빠져도 학교는 삐걱거려요. 더욱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에서만큼은 서로 존중하면서 이해하는 모습을 몸소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안에서 돌봄전담사도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겠습니다."
 
 경북지역 초등돌봄전담사 선생님들이 교육청 앞에서 피켓팅하는 모습
ⓒ 신재용
 
어느새 코로나19가 과거형이 돼가는 듯한 요즘이다. 수십만 명씩 발생하던 코로나19 감염자는 하루 1만 명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고, 일부 장소 빼고는 마스크를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된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우리는 비대면으로 모이는 게 일상이었다.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 공공시설은 문을 닫았고, 4명, 6명 이상 모여서 밥 먹을 수 없었으며 재택근무 또한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비대면 일상 속에서 대면으로 행해져야 할, 또는 모두에게 필요한 '필수노동'이 있었다. 요양보호사, 택배/배달기사, 미화원, 간호사 등이 대표적 사례다. 초등돌봄전담사 또한 그런 필수노동자 중 하나다. 요양보호사가 요양원에서 노인을 돌봤다면, 돌봄전담사는 학교에서 아이를 돌봤다. '긴급돌봄'으로 학교 수업은 비대면이었지만 돌봄교실은 대면으로 열렸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

지난 첫 번째 기사 앞부분에 사람은 돌봄이 필요한 존재라고 했다. 태풍이 와도, 전염병이 닥쳐도, 전쟁이 나도 돌봄노동은 없어질 수 없다. 그만큼 우리는 돌봄노동을 하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쯤에서 스스로에 되물어볼 때다. 우리는 이들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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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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