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부정적 인식 바꾼 '드림', 그럼에도 아쉬운 까닭
[장혜령 기자]
▲ 영화 <드림> 스틸컷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이병헌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드림>은 박서준과 이지은(아이유)의 조합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홈리스 축구팀으로 등장하는 배우들도 연기 구멍 없는 베테랑으로 채워졌다. 오랫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감독의 사단으로 활약한 배우들이다.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부터 함께 해온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다큐멘터리 PD와 카메라맨, 연예 기획사 등의 설정은 이병헌 감독이 대본을 직접 집필하고 연출했던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세계관을 그대로 다시 가져온듯 하다.
▲ 영화 <드림> 스틸컷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드림>은 축구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은 윤홍대(박서준 분)와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PD 이소민(아이 분)이 함께 '오합지졸' 홈리스 축구팀을 이끌어가는 내용이다. 홍대는 수배 중인 엄마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학자금 대출과 매달 걱정인 생활비 충당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소민은 비슷한 목적으로 힘을 합치게 된다.
문제는 홈리스 축구팀의 실력이 제각각이라는 것. 원석을 세공해 보석으로 만드는 건 감독의 자질이라고 하지만 홍대는 막막하기만 하다. 소민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홈리스 축구팀의 선수 하나하나의 사연을 부각해 시련을 이겨낸 각본 없는 드라마,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신파를 만들어 입신양명에도 기여해야 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소민과 홍대는 서로 원수처럼 시종일관 으르렁거리는 사이이지만 다큐멘터리와 월드컵 출전이란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하기로 합의한다.
▲ 영화 <드림> 스틸컷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드림>은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홈리스 월드컵'이란 노숙인들의 자립 의지를 북돋우고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세계 유일의 노숙인 국제 축구 대회다. 이병헌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 대회를 알게된 후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2015년 암스테르담에서 직접 대회에 동행하며 기획, 사전 조사, 각본, 연출까지 오랜 시간을 준비해왔다. 약 8년의 세월이 축적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잡지 '빅이슈'에 관한 설정도 의미 있어 보인다. '빅이슈'는 1991년 창간된 잡지로, 거리의 노숙자인에게 잡지 판매라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일본,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지금도 지하철 역사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빅이슈를 판매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속 대사로도 차용되듯이,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노숙인들 중에는 자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다. 그들을 향한 인식 개선과 홍보의 목적으로 기획된 영화의 선한 영향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재미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어쩐지 <드림>은 탄산 빠진 콜라를 먹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평범한 이야기와 연출은 125분을 버티기 버거웠고 의미 있는 소재를 살려내기 어려워 보였다.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전형적이었으며, 결말도 예측할 수 있어 긴장감이 떨어졌다. 스타는 없지만 이야기가 있는 <리바운드>와 자꾸만 비교되었다.
▲ 영화 <드림> 스틸컷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박서준과 이지은의 톱스타 조합이지만 둘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견인차일 뿐이다. 이야기의 메인이라 할 홈리스 팀이 눈에 들어온다. 각자 사연만 따져도 영화 한 편은 족히 나올 분량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드림>은 홈리스 팀의 멤버들을 돋보이기 위해 소모적으로 쓰인 주연이라는 독특한 영화가 되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각본을 선보였지만 감동 코드로 마무리되는 탓에 어정쩡하기만 하다.
말도 안 되는 목표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열정, 실패하더라도 괜찮다는 구태의연한 메시지다. 감동, 신파 코드를 덜어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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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혜령 시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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