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새 항로 찾은 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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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는 '유령 도시' 돼뿠십니다."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인근 상인이 한 말이다.
이후 9개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 결정됐다.
한화 그룹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했지만 당국이 오히려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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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는 '유령 도시' 돼뿠십니다."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인근 상인이 한 말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인건비를 올려달라며 도크(선박 건조장)를 점령하고 1㎥철창 시위를 31일간 이어가던 때였다. 조선업의 산실이었던 거제의 거리는 황량했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는 물론 상가의 노래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하청 계약을 통해 생산 비용, 특히 인건비를 쥐어짜내며 버틴 K-조선의 민낯이었다. 이후 9개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 결정됐다. 주인없이 22년간 '부유(浮遊)'했던 대우조선해양은 새로운 길로 접어들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LNG(액화천연가스) 등 친환경 선박 건조에 강점을 지닌 국내 조선사들이 날개를 피는 동안 경영 실적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9월 한화의 인수 양해각서 체결 후에도 계속 악화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다. 최근 2년간 적자규모는 3조 4000억원에 달한다. 턴어라운드(흑자전환)를 기대했던 올해 1분기, 대형 조선 3사중 유일하게 계획 대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한화 그룹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했지만 당국이 오히려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기 승인 결정으로 해외 기업결합심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봤으나 공정위의 결정은 가장 느렸다.
그럼에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희망을 품게한다. 우선, 인수 주체인 한화그룹은 조선과 방산 산업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우주, 지상 방산에 더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국내 조선 산업도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그간 주인없던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업계의 '저가수주' 분위기를 주도했다. 수익성보다는 배를 다수 건조하는 데 집중,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했다. 하지만 든든한 모기업이 생기면서 이같은 관행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환 시기 성장 기회를 맞은 K-조선이 대우조선해양 피인수를 계기로 희망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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